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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고발레로 무대 서는 발레리나 김주원 인터뷰

춤을 사랑하는 김주원 발레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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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행복한 건 발레를 사랑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춤추는 걸 여전히 사랑하고, 무대에 서는 게 좋거든요. 관객들과 감성을 주고받는 게 정말 좋아요. (2019. 06. 26)

[세종] 김주원의 탱고발레 ‘3 Minutes 01.jpg

 

 

발레리나 김주원 씨가 오랜만에 오롯이 춤으로 무대를 찾습니다. <김주원의 탱고발레 ‘3 Minutes : Su tiempo 그녀의 시간’>  이 7월 11일부터 1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되는데요. ‘3 Minutes’은 3분 안팎의 탱고곡에 맞춰 남녀 파트너가 춤을 추게 되는 시간으로, 무대에서는 밀롱가(탱고를 즐기는 장소)를 찾은 여자들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가 열정적인 탱고 음악과 춤, 노래로 표현될 예정입니다. 특히 이번 공연은 김주원 씨가 지난 2013년 <마그리트와 아르망> 이후 예술감독으로 참여해 더욱 주목받고 있는데요. 햇살 좋은 어느 한낮, 한남동의 한 카페에서 김주원 씨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오전 6시부터 운동하고 준비하고 왔어요. 작품 들어가면 더 시간이 없지만, 나이가 있다 보니 어릴 때보다 몸 관리를 훨씬 많이 해야 하거든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개인 운동도 하고 재활운동도 2배로 하고요.

 

무대에서 춤을 추기 위해 준비하고 연습하는 과정 자체가 운동이 될 거라고 생각하잖아요.


저도 국립발레단에서 활동할 때는 운동을 거의 안 했어요. 발레를 하면서도 언제나 보강운동을 해야 하는데. 나이가 들면서는 원래 하던 운동의 2~3배를 해야 근력이 안 떨어져요. 공연이 없을 때는 아침에 2시간 30분 따로 운동하고, 제가 늘 해왔던 바와 센터에서 몸 푸는 거 2시간, 일주일에 4번은 남산 인근에서 2시간 걷고요. 

 

최근 현대무용가 김설진 씨 인터뷰할 때 ‘주원이 누나는 수련하는 사람 같다’고 하던데 무슨 얘기인지 알 것 같네요(웃음).


설진이가 그런 말을 했어요(웃음)? 토슈즈에 서기 위해서 발레리나들은 그렇게 해야 해요. 그 위에 서려면 그 외의 근력들이 도와줘야 하거든요. 몸 푸는 건 발레 시작하면서부터 했던 거라 밥 먹듯이 당연한데, 운동이 더해졌죠. 제가 재작년에 허리 디스크가 터져서 춤은 포기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거든요. 그때는 일상생활도 안 됐어요. 그런데 누워서 하는 재활치료부터 시작했고, 다시 무대에 서고 있잖아요. 그래서 저에게는 운동이 정말 중요해요. 노력하는 만큼 무대에 서는 시간이 길어지는 거고요.

 

 

[세종] 김주원의 탱고발레 ‘3 Minutes 02.jpg

 

 

평소에 이렇게 차 한잔 마실 여유는 있나요?


운동을 제외하면 보통 학교 강의와 공연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잠이 별로 없어서 늦게 자서 일찍 일어나는 편이에요. 많이 자면 5시간이니까 하루가 긴 편이죠. 진부한 거 좋아해서 영화 보고 책 읽고 음악 듣는 거 좋아해요.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것들, 걷는 것도 무척 좋아하고요.

 

연극, 뮤지컬, 한국무용 등으로 꾸준히 무대에 서왔는데, 이번에는 탱고발레네요?


7월에 상당히 잘 어울리는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공연이에요. ‘Su tiempo, 그녀의 시간’이라고, 제목대로 여자들의 이야기예요. 웅산 언니와 국립발레단 주역이셨던 강준하 선배님이 서로 사랑하는 역할인데, 연륜 있는 가수의 노래와 나이 든 무용수의 몸짓이 멋지게 어우러질 거예요. 저는 탭도 준비하고 있고, 오랜 파트너인 이영철 씨와 토슈즈를 신고 탱고도 보여드릴 거고요. 친한 안무가인 홍세정 씨도 출연하는데, 탭을 상당히 잘해요. 제 춤보다 그 장면이 더 기대돼요.

 

예전부터 탱고에 많은 관심을 보이셨잖아요.


중학교 때부터 탱고 음악을 좋아했어요. 30대 중반을 넘기면서는 아르헨티나에서 1년 정도 살면서 정통 탱고의 정서를 알고 싶다, 춤을 배우고 싶다는 꿈이 생길 정도였어요. 시간이 없으니까 한두 달 가는 것도 여의치 않아서 여전히 꿈만 꾸고 있지만요. 국내에서는 탱고를 배워본 적도 있고, 탱고를 발레화해서 무대에 올리는 것에 관심이 많아서 발레단에 있을 때도 신무섭 부예술감독님 안무로 함께 작품을 만들어서 갈라를 한 적은 있어요. 이번 공연은 토슈즈와 탱고를 접목하고 스토리를 넣으면 재밌겠다는 저의 작은 꿈을 실현하는 무대죠.

 

세종S씨어터가 지난해 개관했는데, 공연에서 새로운 극장을 적극 활용하는 면도 있을까요?


구조 자체가 처음 서보는 공연장이에요. 무대 옆에도 객석이 있어서 그 부분까지 의식하면서 무대를 만들고 있어요. 관객들도 밀롱가에 있는 손님처럼 느끼셨으면 하거든요. 저라면 정면에 있는 자리보다 무대 옆에 앉지 않을까. 저희 숨소리까지 느낄 수 있으니까요.

 

발레단 소속일 때는 춤에만 집중하면 됐는데, 지금은 여러 일도 조율해야 하고 신경 쓸 것도 많겠습니다.


맞아요, 발레단에서 정말 편하게 공주처럼 있었구나 싶어요. 그때는 춤만 추면 됐거든요. 지금은 공연 하나를 만들어도 제가 연출부터 예술감독, 제작, 홍보까지 관여하니까 할 게 많아요. 그래도 해보고 싶고, 배워보고 싶으면 도전해요.

 


기자가 만났던 무용가들은 대부분 내성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일하려면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김주원 씨가 의외의 얘기를 하네요? 영상을 통해 직접 확인해 보시죠!

 

 

 


지금 활동하는 또래 발레리나가 있나요?


제가 최고령입니다(웃음). 국립발레단 (김)지영 씨가 나이로는 저보다 한 살 어린데, 끝까지 발레단에 남아주길 바랐는데 이번에 퇴단했어요. 남자 중에서는 원국이 오빠나 용걸이 오빠가 가끔 활동하시죠.

이원국 씨, 김용걸 씨 말씀하시는 거죠? 원국이 오빠라고 하니까 이상하네요(웃음).


국립발레단에서 제 첫 파트너였잖아요(웃음). 존경하는 예술가예요. 오빠가 저보다 더 오래 추실 것 같아요. 이제는 오빠가 무대에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찡한 감동이 있어요. (강)수진이 언니나 원국이 오빠는 저한테 그런 존재예요. 존재만으로도 감동을 주는.

 

 

[세종] 김주원의 탱고발레 ‘3 Minutes 03.jpg

 

 

춤을 안 춘다면 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유니버설발레단 황혜민 씨는 은퇴하면서 바로 단발머리를 하겠다고 하던데요(웃음).


혜민이는 정말 머리를 노랗게 염색하고 저와 영상통화를 했어요(웃음). 그건 1단계라며 나중에는 네일이랑 패디를 해서 사진을 보냈더라고요. 저희는 무대에 서니까 손발톱에도 색깔이나 장식을 하면 안 되거든요. 그런데 겉으로만 그렇지 혜민이도 여전히 쉬지 않고 운동하고 있어요.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하는 거죠. 저도 무대에 서지 않더라도... 발레는 해야 해요(웃음). 발레로 몸은 풀 것 같아요. 

 

결국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얘기네요(웃음). 실제로 50~60대에도 꾸준히 무대에 서는 발레무용가들이 있잖아요.


그건 전설이죠. (강)수진 언니가 49살까지 추셨고, (이)원국이 오빠는 53살인데 지금도 추세요. 저는 그런 전설은 아니지만 무대에 서는 동안은 열심히 출 거예요.

 

항상 최선을 다하고 늘 도전하는 김주원 씨의 모습은 많이들 알 것 같습니다. 그만큼 힘든 점도 많을 텐데요.


다 힘들어요. 그렇게 많은 경험을 하는데도 무대에 설 때는 아직도 떨리고, 인터뷰 하는 것도 많이 긴장되고. 작품을 하는 건 행복하지만 만들 때는 고역이고요. 인간관계도 힘들고, 주변 사람들을 잘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내가 잘하고 있는가에 대한 콤플렉스도 심하고. 일할 때는 저 못됐거든요. 많이 예민해지고, 싫고 좋은 게 너무 분명해서. 작품을 위해서 가야 하는 방향이 있잖아요. 누군가 상처받더라도 더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게 맞는 거니까. 그래서 일할 때는 분명하게, 양보하지 않는 편이에요. 그런데도 지금 행복한 건 발레를 사랑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춤추는 걸 여전히 사랑하고, 무대에 서는 게 좋거든요. 관객들과 감성을 주고받는 게 정말 좋아요.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일들은 어떤 건가요?


호흡이 좋은 분들과 팀을 꾸려서 시작하려는 공연이 있어요. 계속 준비하고 있고, 개인적으로 새로운 공부도 계속 해야죠. 다른 장르에도 도전하고 싶고, 춤은 제가 하는 일이니까 늘 준비하고 있고요. 저는 누군가와 소통하는 게 좋은가 봐요. 공간이 무대이고 수단이 춤이긴 한데, 어떤 형태로든 앞으로도 누군가와 소통하는 일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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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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