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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엔 풀떼기

풀떼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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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이야기를 쓰다 보니 내 어릴 적에 먹었던, 또 내 아이들 어릴 때 만들어주었던 음식 몇 가지가 떠오른다. 특별히 이유식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어도 어린 아이들이 먹기 좋은 것들이다. 더불어 어린 시절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기분 좋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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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이야기를 쓰다 보니 내 어릴 적에 먹었던, 또 내 아이들 어릴 때 만들어주었던 음식 몇 가지가 떠오른다. 특별히 이유식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어도 어린 아이들이 먹기 좋은 것들이다. 더불어 어린 시절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기분 좋은 이야기다.


이른 봄, 넓은 밭을 쟁기를 건 소가 갈고 가면 그 뒤를 따르며 메꽃의 하얀 뿌리 넝쿨을 주워 어머니께 가져다드렸다. 그러면 어머니는 그 뿌리를 밀가루나 쌀가루에 묻혀 밥 뜸을 들일 때 올려서 쪄주셨다. 나와 내 형제들은 그 달착지근한 메뿌리를 맛있게 먹었는데, 그 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움에서 마지막으로 나온 배추꼬랑이, 게걸무(이천 지방 특산물)를 찜통에 찐 다음 콩가루를 묻혀 주시면 그게 그렇게 맛있었다. 찬바람이 부는 늦가을엔 밤나무 밑에 아람이 떨어지면 간드레불을 켜고 아람을 주웠다. 이슬 먹은 밤톨을 화롯불에 넣으면 픽픽 소리 나게 입을 벌리며 익었다. 뜨거운 밤톨을 이손 저손으로 옮겨가며 후후 불어 동생들 입에 쏙쏙 넣어주곤 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자라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은 뒤에는 열심히 아이들 간식을 만들어 먹였다. 헌데 어찌된 일인지 우리 아이들은 서양식 비스킷을 만들어주어도 그다지 반가워하지를 않았다. 우리의 한식 밥상과 가까이 하며 자라서인지 주전부리보다는 밥을 좋아했다. 그 중에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며 즐겨 먹던 간식이 있으니, 바로 ‘풀떼기’다. 묽은 미음 같은 죽을 이르는 풀떼기는 3대에 걸쳐 전해 내려오는 우리 집 음식이다. 나의 손자들도 좋아할 정도이니 입맛은 대물림되는 것이 맞다.


군대 간 손자에게도 할머니 어릴 적 먹던 음식에 대해 가끔 일러준다. "할미 어릴 때는 비 오는 날이면 호박범벅풀떼기를 먹었단다."


풀떼기 이야기를 한바탕 풀어놓으면 요즘 아이들도 흥미로워할까? 진달래, 개나리, 빨간 뱀딸기, 뽕나무 열매 오디, 벗나무 열매 버찌……. 화사한 색으로 수놓인 봄잔치에 풀떼기가 빠질 수 없다. 달콤하고 상큼한 풀떼기를 만들어 유리잔에 색색으로 담아 꽃물을 먹이는 일은 생각만으로도 정말 행복하다. 아래 몇 가지 풀떼기를 모아 설명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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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풀떼기


앵두는 오월 단오가 지나면 새빨갛게 익는다. 그것을 따다가 으스러지지 않게 살짝 씻어 건져 물기를 잘 빼고 동량의 설탕에 재워둔다. 설탕이 녹으면 냉장고에 넣어 1년을 두고 먹을 수 있다. 이렇게 만든 앵두청으로 빨간 풀떼기를 쑤면 맛있다.


물 1/2컵에 찹쌀가루 2큰술을 풀어 끓인다. 색이 말갛게 익으면 앵두청 1컵을 넣고 살짝 더 끓인다. 앵두 말린 것을 두어 개 썰어 띄워주면 보기 좋다.

 

 

망고풀떼기


잘 익은 망고 1개를 과육만 발라내고 한라봉 1/2개를 속껍질까지 벗겨 믹서에 함께 넣고 간다. 물 1/2컵에 찹쌀가루 2큰술을 넣어 끓이다가 망고 간 것을 조금씩 넣으며 섞는다. 싱거우면 소금을 아주 조금만 넣어 간을 맞춘다.

 

 

해초풀떼기


곰포와 생미역을 2줄기씩 준비해 소금물에 데쳐 찬물에 헹군 다음 송송 썬다. 브로콜리 50g을 소금물에 데쳐 푹 익혀 곰포, 생미역과 함께 믹서에 넣고 물 1/3컵을 부어 간다. 체에 곱게 내려둔다. 물 1컵에 찹쌀가루 2큰술을 풀고 끓여 말갛게 익으면 곰포, 미역, 브로콜리 간 것을 넣고 한 번 더 끓여 풀떼기를 만든다.

 

 

제비꽃빛 풀떼기


여름에 잘 익은 오디와 블루베리를 섞어 설탕에 재워 달큰한 보라색청을 만들어둔다. 물 1/3컵에 찹쌀가루 2큰술을 풀어 끓이다가 오디와 블루베리즙 1/2컵을 넣고 끓이면 제비꽃처럼 고운 보랏빛 풀떼기가 된다.

 

 

흰색 풀떼기


감자 1개, 양배추 30g, 양파 20g을 찜통에 쪄낸 다음 믹서에 넣고 우유 1/3컵과 함께 간다. 냄비에 물 1/3컵, 찹쌀가루 2큰술을 풀어 넣고 중불에서 끓인다. 찹쌀가루 1~2큰술을 넣어 농도를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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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육아김숙년 저 | 꽃숨
2014년 ‘올해의 신사임당’에 오른 저자는 딸에게, 또 손녀에게 일러주던 육아에 관한 생각과 소소한 정보들을 모아 오늘의 육아에 담았다. 할머니의 할머니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우리네 전통 육아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요즘 세대에게도 변함없이 꼭 필요한 육아 상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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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숙년

『오늘의 육아』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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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올해의 신사임당’에 오른 저자는 딸에게, 또 손녀에게 일러주던 육아에 관한 생각과 소소한 정보들을 모아 오늘의 육아에 담았다. 할머니의 할머니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우리네 전통 육아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요즘 세대에게도 변함없이 꼭 필요한 육아 상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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