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어렵지 않아, 벨벳!

벨벳은 더 이상 뚱뚱하고 나이 들어 보이는 소재가 아니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벨벳을 고를 용기가 아직도 없는가? 그렇다면 영화 <벨벳 골드마인>을 한번 보기를 권한다.

“아, 어렵다.” 칼럼의 주제를 받아 들고 내뱉은 첫마디다. 누구에게나 호불호의 취향이라는 게 있게 마련인데, 하필이면 필자가 싫어하는 소재가 칼럼의 주제로 주어졌던 것이다. 이렇게 난감할 수가.... 중얼거리면서 벨벳에 대한 추억과 기억을 더듬고, 패션쇼 자료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첫 번째 기억 - “할머니의 비로도 한복”

내가 가지고 있는 벨벳의 첫 추억은 할머니의 “비로도” 한복이었다. 여기서 비로도는 포르투갈어로 벨벳을 뜻하는 “Veludo”이다. 벨벳과 한복이라니? 의외의 조합이라 생소하게 들리겠지만 “비로도 한복”이라고 불리며 할머니들의 옷장 속에는 벨벳으로 만든 한복이 보물처럼 간직되어 있는 집이 예전에는 꽤 있었다.

섬유 생산 기술이 없고 먹고사는 게 급하던 시절, 벨벳은 수입 직물의 대명사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이 시기에 “비로도 한복”은 따뜻한 촉감과 윤택한 질감으로 비단 한복과 더불어 부를 상징하는 옷이었던 것이다. 세월이 흘러 흘러 필자에게 있어 벨벳은 어머니의 동창회나 계모임 출석용 재킷과 할머니의 케케묵은 예복 정도로 기억되며 잊혀지는 듯했다.

# 벨벳의 역사는?

벨벳은 벨루티 가문의 발명에서 유래되었다고 하여 이탈리아어로 벨루토(velluto)라고 불리고 프랑스어로는 Velours, 포르투갈어로는 Veludo로 불린다.

벨벳은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인 복식재료로 생산되어 유럽 각국에 보급되었으며 특유의 광택과 촉감으로 진귀하게 여겨지며 종교적 의복이나 왕이나 귀족들의 의상이나 실내 장식용으로 쓰였고 여기에 금사, 은사를 이용한 자수와 보석을 더해 호화로운 상류복식의 상징이 되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엘리자베스 여왕의 초상화나 각종 명화 속 귀족들의 의상에는 어김없이 벨벳이 들어가 있다.


두 번째 기억 - “럭셔리 트레이닝복과 몸짱”

두 번째 기억은 대학생 시절의 이야기다. 한참 해외구매대행과 인터넷 파파라치 사진의 열풍으로 할리우드 패션이 동네 패션처럼 친근하게 느껴지던 그때 눈에 들어오는 미국 브랜드가 있었다. 그 이름도 달콤한 “쥬시 쿠튀르(juicy couture ).”

벨벳 소재의 트레이닝복을 엄청나게 유행시킨 쥬시 쿠튀르는 운동성과 기능성만을 강조하며 만들어진 여타 트레이닝복을 비웃기라도 하듯 전 세계적인 유행으로 번져 나갔다. 벨벳 광택이 두렵지 않을 만큼 날씬한 스타들은 쥬시 쿠튀르의 트레이닝복을 운동할 때만 입는 게 아니라 일상복으로도 입었고, 이는 곧 “몸짱” 열풍과 더불어 좋은 몸매를 상징하는 아이템이 되었다. 게다가 달콤하게 생긴 이 벨벳 트레이닝복은 가격까지 비싸서 또 한번 복식사에 사회적 권력(돈과 몸매)을 나타내는 소재로 기록되게 되었다.

이런저런 기억들을 더듬고 나서 런웨이로 시선을 돌려보니 벨벳은 에스닉 히피트렌드와 복고풍의 영향으로 화려하게 컴백하고 있었다. 맨 처음 눈에 들어온 알렉산더 맥퀸의 컬렉션은 명화 속 왕족들이 환생한 듯 각종 자수와 보석으로 장식된 벨벳 재킷과 드레스를 선보였다. 복식사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번에 유럽왕실에서 벨벳이 누렸던 영화를 느낄 수 있을 만큼 멋진 작품이다.


맥퀸이 왕실풍의 고급스러운 벨벳의상을 선보였다면 구찌와 안나 수이는 히피 무드에 충실한 자유롭고 화려한 벨벳 의상을 보여주고 있다. 화려한 염색기술과 자수기술, 여기에 합성섬유로 만든 벨벳은 다양한 열처리를 이용해 각종 무늬를 찍어내거나 쉬폰과 섞어 벨벳의 화려함을 극대화시켜 “벨벳의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이런 멋진 컬렉션을 보고도 사실 벨벳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면 쇼핑해도 후회하지 않을 “벨벳 아이템” 고르기에 집중하자. 먼저, 디테일이 절제된 디자인을 선택한다. 벨벳은 소재 자체가 화려하기 때문에 아무런 장식이 없는 미니멀한 디자인을 선택해도 초라해 보이지 않는다. 아래 사진의 필립 림 재킷처럼 심플한 것을 고르면 좋을 것이다.

블랙, 네이비 같은 어두운 색으로 팽창 효과를 막는 것도 좋은 방법이며 적당한 노출로 벨벳이 가진 답답하고 둔한 느낌을 떨쳐내면 한결 입기 쉬울 것이다.


위의 방법처럼 심플한 벨벳 옷을 고르면 평소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고, 여기에 브로치나 목걸이, 스카프 등 액세사리를 더한다면 연말 모임에 어울리는 옷으로 활용할 수 있다.

리틀 블랙 드레스에 진주목걸이를 더해서 오드리 헵번 흉내를 내고, 자수 견장이 멋지게 들어간 밀리터리 재킷으로 로열 밀리터리룩을 즐길 생각에 이 글을 다 쓰고 나니 어느덧 쇼핑리스트에 벨벳으로 만들어진 리틀 블랙드레스와 밀리터리 재킷이 추가되었다.

벨벳은 더 이상 뚱뚱하고 나이 들어 보이는 소재가 아니다. 벨벳을 고를 용기가 아직도 없는가? 그렇다면 영화 <벨벳 골드마인>을 한번 보기를 권한다. 영화 속 글램 록커들의 화려한 벨벳 의상과 음악을 감상하고 나면 자신도 모르게 데이비드 보위의 ‘벨벳 골드마인’을 흥얼거리며 신나게 벨벳 의상을 고르게 될 테니까.


제공: 아이스타일24
(//www.istyle24.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1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오늘의 책

산업의 흐름으로 반도체 읽기!

『현명한 반도체 투자』 우황제 저자의 신간. 반도체 산업 전문가이며 실전 투자가인 저자의 풍부한 산업 지식을 담아냈다.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반도체를 각 산업들의 흐름 속에서 읽어낸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산업별 분석과 기업의 투자 포인트로 기회를 만들어 보자.

가장 알맞은 시절에 전하는 행복 안부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는 사람, 작가 김신지의 에세이. 지금 이 순간에 느낄 수 있는 작은 기쁨들, ‘제철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1년을 24절기에 맞추며 눈앞의 행복을 마주해보자. 그리고 행복의 순간을 하나씩 늘려보자. 제철의 모습을 놓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행복은 우리 곁에 머무를 것이다.

2024년 런던국제도서전 화제작

실존하는 편지 가게 ‘글월’을 배경으로 한 힐링 소설. 사기를 당한 언니 때문에 꿈을 포기한 주인공. 편지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며, 모르는 이와 편지를 교환하는 펜팔 서비스를 통해 자신도 모르게 성장해나간다. 진실한 마음으로 쓴 편지가 주는 힘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소설.

나를 지키는 건 결국 나 자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물질적 부나 명예는 두 번째다. 첫째는 나 자신. 불확실한 세상에서 심리학은 나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무기다. 요즘 대세 심리학자 신고은이 돈, 일, 관계, 사랑에서 어려움을 겪는 현대인을 위해 따뜻한 책 한 권을 펴냈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