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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쇼크보다 반짝이는 블랙쇼크!

언제나 빠지지 않고, 주목받는 블랙이 이번 시즌에는 어떻게 변신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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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필품을 만드는데 기본이 되는 석유. 이 블랙골드는 큰 범위에서 세계경제를 지배하는 힘이다. 그리고 2008년 가을/겨울에도 디자이너들은 이 근본적인 럭셔리를 패션에 적용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바로 석유의 기름진 표면처럼 빛나는 텍스처를 대거 등장시켰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를 가리켜 ‘샤이니 블랙(shiny black)'이라 이름 붙여주면 어떨까.

블랙이란 컬러는 신비롭고, 시크하며 무엇보다 날씬하게 보인다. 이것이 매해 가을/겨울 시즌에 늘 특별하게 변신한 블랙을 만날 수 있는 이유이며, 이 컬러를 늘 강요하다가 패셔니스타들이 슬슬 지겨워질 때를 대비해 디자이너들이 그레이나 올리브그린, 버건디 컬러 따위를 끼워서 눈속임하곤 하는 일은 올 블랙 파워보다 흔하지 않다. 언제나 빠지지 않고, 주목받는 블랙이 이번 시즌에는 어떻게 변신했을까?

블랙이란 컬러는 처음부터 환영받았던 존재는 아니다. 어둠과 닮은 블랙이란 컬러의 떠오르는 이미지는 부정적이다. 죽음, 마녀와 같이. 하지만 샤넬이 역사상 길이 남을 법한 LBD(Little Black Dress/리틀 블랙 드레스)를 만들었을 때 즈음 블랙은 어둠침침한 색이 아닌 최신유행의 컬러가 되었고, 80년대 오일쇼크 시기에 파리무대에 데뷔한 레이 가와쿠보, 요지 야마모토같은 일본디자이너들의 일반적인 상식을 벗어난 의복 구성의 충격적인 아방가르드 스타일과 80년대의 대표적인 화려한 컬러와 스포티한 스타일에 지친 사람들에게 블랙의 신비로움을 선보이자, 사람들은 이를 가리켜 블랙쇼크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그리고 21세기. 우리는 여전히 블랙의 영향력 속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건 늦잠을 자고 일어나 입을 것이 없을 때, 또 어떤 컬러를 살까 고민하다가 결국에 선택하게 되는 가장 무난한 컬러 블랙의 이야기뿐만이 아니다. 블랙컬러의 천연자원인 석유와도 관계된 이야기다. 지금 경제를 설명하는 단어는 ‘고유가, 고금리, 고환율’ 이 세 가지가 아닐까? 그 무엇보다도 우리의 일상생활을 크게 지배하는 것은 금리나 환율보다도 바로 유가다.

생필품을 만드는데 기본이 되는 석유. 이 블랙골드는 큰 범위에서 세계경제를 지배하는 힘이다. 그리고 2008년 가을/겨울에도 디자이너들은 이 근본적인 럭셔리를 패션에 적용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바로 석유의 기름진 표면처럼 빛나는 텍스처를 대거 등장시켰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를 가리켜 ‘샤이니 블랙(shiny black)'이라 이름 붙여주면 어떨까. LCD 텔레비전의 하이엔드 디자인에만 찾아 볼 수 있는 이 반짝이는 블랙이 럭셔리 브랜드의 런웨이 곳곳에 다양한 느낌으로 발견되었다.


고급한 느낌의 샤이니 블랙 트렌치 코트를 입고 싶지 않은가? 또는 매우 고광택이 흐르는 마치 오일 갑옷을 입은 듯 반짝이는 코트를 입고 싶다면 여기 두 디자이너의 제안이 있다.

바로 보테가 베네타의 과거에서 튀어나온 듯 보이는 부푼 헤어스타일을 한 느와르 필름의 여주인공처럼 보이는 모델은 우아한 느낌으로 오버사이즈 매우 부드러운 가죽 트렌치 코트를 선보였고, 발렌시아가의 갑옷 같은 코트는 매우 기름진 표면을 스팽글 하나 달려 있지 않아도 매우 눈부신 광택을 자랑하도록 심플하게 디자인했다. 예의 그 스퀘어라인과 함께. 에밀리오 푸치의 오렌지컬러 스타킹과 함께한 코트는 소매를 퍼(fur)로 매치시켜 마치 록스타 같은 이미지를 풍기는 스타일도 주목할 만하다.

드레스도 빠질 수 없다. 특히 벨벳은 가을/겨울 아이템으로 누구나 가지고 있는 소재인데, 다루기 까다롭고 금방 바라기도 하는 것이 벨벳이란 텍스처의 캐릭터이기도 하다. 하지만 고급스럽고 어딘가 모르게 글래머러스하게 보인다. 그 매력에 빠진 디자이너들은 무광택의 벨벳이 아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윤기를 보여주는 벨벳을 가지고 어깨가 드러난 미니드레스를 만들기도 했으며, 샤이니한 폴리에스테르의 기계주름이 빛나는 소피아 코코살라키의 튜브탑 드레스, 캘빈 클라인의 롱드레스도 매력적이긴 마찬가지였다.


너무 ‘쇼’적인 이 샤이니 블랙의 응용이 매스마켓에는 어떻게 소개될까? 그리고 과연 우리는 이 샤이니 블랙을 소화할 수 있을까? 너무 드레시하고, 너무 오버스럽지는 않을까? 물론 ‘무난한 블랙’을 추구하는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이것은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걱정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보테가 베네타의 트렌치 코트에서 보이는 이 정도 광택이라면 적당히 고급스럽고 적당히 튄다. 그리고 알렉산더 왕이 선보인 팬츠수트처럼 은은한 광택이 흐른다면 충분히 오피스에서도 입을 수 있다.


지나치게 드레스 업한 차림이라고 여겨진다면 블라우스라도 이런 텍스처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결코 입지 못할 옷은 없다. 다만 비닐처럼 반짝이는 필름 느낌이 나는 텍스처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래도 진정한 패셔니스타라면 이 의상을 소화해 일반적인 패션 도전정신을 가진 사람들의 눈요기 감이 되어주지 않을까? 그러니 이번 겨울을 포함해 계속 입고 싶은 ‘무난하지만, 조금은 다른 블랙’을 찾는 사람은 샤이니 블랙의 강도를 조금만 낮춰도 현실적이 패션으로 가는 길이 더욱 가까워 질 것이다.


제공: 아이스타일24
(//www.istyle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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