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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뭐길래] 좋은 책은 어디에 있건 발견된다 – 김지수 편

당신이 지금 읽는 책이 궁금해요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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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은 어디에 있건 항상 ‘발견'되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문장이 튼튼하고 정직한 글을 좋아하는데, 제가 고른 책들이 대개 다 그래요. 문장이 튼튼하고 정직한 글을 쓰는 사람들은 그의 사회적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어떤 형태로든 ‘어른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2018.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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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가 미니 인터뷰 코너 ‘책이 뭐길래’를 매주 연재합니다. 책을 꾸준하게 읽는 독자들에게 간단한 질문을 드립니다. 심각하지 않은 독서를 지향합니다. 즐기는 독서를 지향합니다. 자신의 책 취향을 가볍게 밝힐 수 있는 분들을 찾아갑니다.

 

셀프 소개 부탁 드립니다.

 

김지수 기자입니다. 오랫동안 패션지 <보그>에서 에디터로 글을 썼고 지금은 <조선일보> 디지털 편집국 문화부에서 대중문화전문기자로 일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  이라는 인터뷰집을 냈습니다. ‘평균 연령 72세, 우리가 좋아하는 어른들의 말'이라는 부제가 달린 책입니다. 제 나이, 어언 48세. 48년째, ‘좋은 어른'에 대한 희망과 그리움을 갖고 살고 있어요.

 

요즘 어떤 책을 읽고 있나요?

 

사실 집에서도 사무실에서도 항상 무너질 듯 말듯, 아슬아슬한 책 더미에 둘러 쌓여 살고 있어요. 독자보다 저자가 많은 시대지만, 좋은 책들은 항상 ‘발견'되더군요. 성탄의 불빛에 그윽하게 잠겨 최대환 신부의 당신이 내게 말하려 했던 것들』  을 읽기 시작했어요. 사제복을 입고 눈송이처럼 춤추는 표지가 무척 아름다운 책입니다. 깊고 넓은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신부가 영화와 음악, 철학을 넘나들며 일상 속에 가득한 인간의 아름다움과 신의 섭리를 온화한 목소리로 들려주지요.

 

『나의 두 사람』 은 1인 출판사 ‘어떤책’의 김정옥 대표가 만든 한겨울 손난로 같은 책입니다. 조손 가정에서 자란 김달님 작가가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함께 한 나날들을 기록했는데, ‘팩트’가 발하는 성숙의 빛이 거의 은하수급입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도 없던 제게, 김달님의 그 ‘두 분’은 육친처럼 느껴지더군요. ‘엄마를 모르고 자라’ 오래 울음을 삼켰던 저는 ‘엄마를 모르고 자란 아이가 끝내 울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 그 다감한 공기에 아주 오래 행복했어요.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  는, 항상 책상 위에 두고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마다 읽습니다. 특별히 어떤 영감을 받는다기보다는 그저, 조지 오웰의 모든 문장을, 저널리스트로서 그의 정신과 태도를 본 받고자 ‘성경'처럼 읽습니다. 미셸 오바마의  『비커밍』  은 그 치밀하고 명랑하며 통렬한 자기 기술에 반해서 줄을 치며 읽고 있어요. 특히 변호사로, 영부인으로 잘 나가던 시절의 미셸보다 어린 시절의 ‘깡’과 투지가 넘치던, 소녀 미셸이 좋아서 곁에 오래 두게 될 것 같습니다.

 

그 책을 선택한 계기는 무엇이죠?

 

좋은 책은 어디에 있건 항상 ‘발견'되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문장이 튼튼하고 정직한 글을 좋아하는데, 제가 고른 책들이 대개 다 그래요. 문장이 튼튼하고 정직한 글을 쓰는 사람들은 그의 사회적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어떤 형태로든 ‘어른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대환 신부, 김달님 작가, 조지 오웰, 미셸 오바마… 세계가 비극의 퍼즐로 구성된 거대한 성처럼 보여도, 그들은 징징 대지 않고 웃으며 희극의 퍼즐을 찾고 온전하게 자기 할 일을 합니다.

 

평소 책을 선택할 때, 가장 영향력을 끼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일단 표지와 제목에서 끌림이 있어야겠지요. 제목의 콘셉트가 불분명하면 잘 보지 않아요. 서정적인 제목, 산뜻한 디자인에 눈길이 가면, 그 다음엔 서문과 목차를 봐요. 특히 서문은 어떤 문체로 어떤 주제를 펼쳐나갈 지, 저자의 함량을 단번에 알 수 있어서 유심히 보는 편입니다. 출판사나 리뷰는 거의 보지 않아요.

 

저자가 된 후, 책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나요?

 

세상의 모든 책이, 저자가 애틋해 보이기 시작했어요. 최근에 요시타케 신스케의  있으려나 서점』  을 보고 또 한번 울컥했습니다. 책에 등장하는 서점 주인, 편집자, 출판사 사장, 노작가, 작가 지망생 소녀… 그들 모두 미안한 기색과 아련한 눈빛으로 복화술을 해요. ‘미안해요. 베스트셀러를 터뜨리지 못해서.’ ‘아직은 모르지. 우연히 운 좋게 베스트셀러가 될지도.’ 경제 논리로 보면 책을 쓰고 책을 파는 것만큼 미련한 일이 없어요. 그런데도 모두가 이 일을 포기하지 않고 기어이 해낸다는 게 너무 장하고 신비로워요. 할 수만 있다면 자판을 두드리며 벽에 머리를 박는 이 땅의 모든 작가들, 편집자들, 서점 주인들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싶답니다.

 

최근에 쓰신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 은 누가 특히 보면 더 좋을까요?

 

하하. 제 입으로 말하기 쑥스럽네요.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  은 99세 철학자 김형석부터 시인 이성복, 배우 윤여정, 93세 현역 디자이너 노라노 선생까지… 16인의 어른들의 ‘산전 수전 반전의 지혜'를 싱싱한 수다체로 기록한 인터뷰집이예요. 고루한 교훈이 아니라 “야망을 품으면 일을 그르치니, ‘건달'처럼 살라"거나 “인격의 핵심은 성실성이다" “자기를 궁지에 몰지 말라" 등 상쾌한 호통이 많습니다. 몇몇 독자들로부터 이건 중장년의 어른에게도 젊은 청년에게도 필요한 말이라는 이야길 들었어요. 그래서 좀 뻔뻔함을 무릅쓰고 이렇게 말하고 싶네요. 딸이 아빠에게, 엄마가 아들에게, 스승이 제자에게, 리더가 팀장에게 선물해서 같이 읽으면 좋겠다고요.

 

어떤 저자의 신작을 기다리나요?

 

스콧 피츠 제랄드의 아내 젤다 피츠 제랄드의 소설과 산문을 모은 책이 곧 나온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스콧 피츠 제랄드의 위대한 개츠비』 를 워낙 좋아했는데, 소설의 모델이자 스콧 피츠 제랄드와 영혼의 쌍동이라고 불렸던 젤다의 작품이 재조명되는 것이니, 기대가 큽니다.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김지수 저 | 어떤책
이미 우리에게 좋아하는 어른들이 있고, 그들이 우리에게 영감이 된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게 한다. 또한 그들이 자기 인생을 오래도록 소중히 가꿨듯, 우리 자신의 인생도 소중함을 절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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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엄지혜


    eumj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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