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훗날 고전이 될 조건, 앨리샤 키스

앨리샤 키스 〈Here〉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대중성과 인기를 걷어내고 돌아온 뮤지션이 노린 자리는 차트가 아닌, 누군가의 시린 마음이다.

image3.jpeg

 

2000년대 초 명실상부 최고의 '소울 디바'로 군림하던 앨리샤 키스가 돌아왔다. 한때 음악계 유행을 선도하던 그가 4년 만에 선보인 신보는 그야말로 '안티-트렌드(Anti-trend)'의 대행진. <The Element Of Freedom> 이후 계속된 부진을 겪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 노련한 아티스트는 대중의 입맛보단 자신의 음악적 지향을 선택했다. 그리하여 팝의 색을 덜어낸 앨범엔 그 자신의 삶과 목소리가 폭넓게 담겼다.

 

<As I Am>부터 이어진 힙합, 록 등 장르 간의 결합은 눈에 띄게 줄었다. 대신 어쿠스틱 기타, 피아노, 드럼을 중심으로 미니멀하게 구성을 꾸리고 곡에 따라 적절하게 트로피컬 사운드와 블루스를 풀어낸 모양새다. 과하지 않은 구성 탓에 다소 헐렁할 수 있던 만듦새는 그의 보컬을 만나 힘 있게 나아간다. 5개나 되는 간주곡(Interlude) 역시 바로 앞, 뒤 곡의 멜로디를 이어받아 앨범의 주제를 유기적으로 이어준다.

 

완벽하게 이야기를 위한 장을 풀어낸 뒤 써 내려간 가사는 자전적이다. 뉴욕 할렘가 출신의 흑인이자, 여성이고, 자신이 낳지 않은 아이의 엄마이자 한때 사회적 약자였던 그는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날카로운 메시지는 유려한 멜로디와 만나 시너지를 이룬다. 같은 리프의 피아노와 둔탁한 드럼 비트만으로 구성된 「Pawn it all」이 어떤 곡보다 파워풀하게 다시 시작할 용기를 주는 건 이 때문이리라.

 

어쿠스틱 기타의 스트로크와 커팅을 통해 경쾌한 리듬을 만들고 피아노와 베이스를 쌓아 빈틈을 메꾼 「Girl can't be herself」는 밝은 분위기와는 반대로 여성의 외모에 대한 사회 편견을 지적한다. 블루지한 구성을 바탕으로 소울풀하게 울부짖는 「Illusion of bliss」는 그의 훌륭한 보컬 실력을 보여주는 앨범의 백미! 래퍼 에이셉 라키(A$AP Rocky)와 함께 남편의 전 애인 사이에서 태어난 딸에게 바치는 「Blended family」에는 그의 자전적 외침이 담겼다. 이는 곡을 통해 그 자신을 비추고, 그를 통해 퍼져, 결국에는 상처받은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하는 앨범의 구조를 잘 드러낸다.

 

과거의 영광이 무색하게도 앨범은 발매 이후 빠르게 차트에서 사라졌다. 연일 터져 나오는 세련되고 자극적인 곡들 사이에서 힘을 빼고 사회를 노래하는 곡이 설 자리가 적어도, 차트에는 없는 모양이다. 그렇지만 상관없다. 대중성과 인기를 걷어내고 돌아온 뮤지션이 노린 자리는 차트가 아닌, 누군가의 시린 마음일 테니. 지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긴 해도 앨범은 훗날 고전(古典)이 될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

 

박수진(muzikism@naver.com)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수학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엄마표 유아수학 공부

국내 최대 유아수학 커뮤니티 '달콤수학 프로젝트'를 이끄는 꿀쌤의 첫 책! '보고 만지는 경험'과 '엄마의 발문'을 통해 체계적인 유아수학 로드맵을 제시한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수학 활동을 따라하다보면 어느새 우리 아이도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랄 것이다.

나를 바꾸는 사소함의 힘

멈추면 뒤처질 것 같고 열심히 살아도 제자리인 시대. 불안과 번아웃이 일상인 이들에게 사소한 습관으로 회복하는 21가지 방법을 담았다. 100미터 구간을 2-3분 이내로 걷는 마이크로 산책부터 하루 한 장 필사, 독서 등 간단한 습관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내 모습을 느끼시길.

지금이 바로, 경제 교육 골든타임

80만 독자들이 선택한 『돈의 속성』이 어린이들을 위한 경제 금융 동화로 돌아왔다. 돈의 기본적인 ‘쓰임’과 ‘역할’부터 책상 서랍 정리하기, 용돈 기입장 쓰기까지, 어린이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로 자연스럽게 올바른 경제관념을 키울 수 있다.

삶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야

저마다 삶의 궤적이 조금씩 다르지만 인간은 비슷한 생애 주기를 거친다. 미숙한 유아동기와 질풍노동의 청년기를 거쳐 누군가를 열렬하게 사랑하고 늙어간다. 이를 관장하는 건 호르몬. 이 책은 시기별 중요한 호르몬을 설명하고 비만과 우울, 노화에 맞서는 법도 함께 공개한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