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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단정(斷定) 짓지 않을 수 있는 문장들

『머리부터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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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소설에서도 박솔뫼 특유의 '쉼 없이 흘러가다가 익숙해질 무렵 덜컥 변하는 리듬 같은 문체'와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아닌 공간'이 여전히 빛을 발한다.

1. 오프닝

 

눈은 칠판이나 선생님을 보고 있지만
생각은 하늘 어디쯤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아이. 
기억의 필름을 돌려서 학창시절의 교실로 가보면
그런 어린 나가 있습니다. 
 
“남몰래 써 놓고 아무에게도 보여 주지 않은 시들은
어디로 모여 무엇이 되어 떠돌게 되는 것일까.”
그림책 작가 숀 탠의 「멀리서 온 비」란 작품에 나오는 문장인데요.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그 시절 우리들이 했던 딴생각들은 다 어디로 가 무엇이 되었을까.
우리가 했던 딴생각들만 모아놓은 저장소가 있다면 얼마나 재밌을까요.
 
딴길, 딴짓, 딴생각...
그런 무수한 딴 것들의 유혹과 싸우면서 사는 게 삶이기도 한데요.
그때, 딴생각과 딴짓을 더 밀어부쳐서 딴길로 갔다면 어땠을까.
딴사람이 되었을 나를 상상해 보기도 합니다.
 
우린 늘 ‘다른 것’을 욕망하고, 인생에 극적인 전환점이 생기길 기대합니다.
근데 어차피, 이제 와서, 직업을 바꾼다거나 인생 전체를 유턴할 수 없다면요.
작은 영역들에서 자주 일탈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옆길로 새보고, 곁길로 빠져보고 
즐거운 딴짓들을 자꾸 해보는 거죠.
브레이트의 말처럼 그런 작은 ‘예외가 관습을 수정’합니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이동진의 빨간책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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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머물러야 좋은 세계, 그리고 오래 머물러야 좋은 소설이 있습니다.
박솔뫼 작가의 소설 속 세계 역시 그렇겠지요.
계획을 세우고 시간을 다듬는 것보다는 미래를 상상하며 현실에 발을 두는 것이 더 좋은 세계.
이번에는 그런 세계에 발 디뎌보려 합니다.

『머리부터 천천히』 박솔뫼 작가의 네번째 장편소설을 박솔뫼 작가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1) 책 소개


희망 없는 세대와 미래 없는 시대를 사유하는 작가 박솔뫼의 네번째 장편소설. 다섯 권의 책을 내는 동안 박솔뫼는 문지문학상, 젊은작가상에 네 번 선정되었으며 문지문학상과 김승옥문학상을 수상했다. 이번 소설에서도 박솔뫼 특유의 '쉼 없이 흘러가다가 익숙해질 무렵 덜컥 변하는 리듬 같은 문체'와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아닌 공간'이 여전히 빛을 발한다.

 

『머리부터 천천히』 속에서 발밑을 디딘 공간이 어디인지 모르고 '흘러가버리는 사람들', 세계를 헤매는 점 같은 존재들은 자신들이 지도 위에 그리는 선이 영영 겹쳐지지 않는다 해도 절망에 빠지지 않으며, 이야기로써 서로의 존재를 증거한다. 사실 박솔뫼의 소설과 '세대'나 '시대' 같은 거창한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다만 시제가 증발한 시공간과, 어디에서든 하루를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 표지판(묘비명)처럼 불쑥불쑥 나타나 저마다의 역사인 '기억'으로 시간과 공간을 증언하는 사람과 사물들의 이야기가,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아주 당연하고 평평하게 바로 그렇게' 전하는 문장들의 '어디에도 발을 들여놓지 않은 사람의 선명함'이 박솔뫼의 이야기를 '오늘의 것'으로 만들고 있다.


2) 저자 : 박솔뫼


1985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2009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그럼 무얼 부르지』, 장편소설 『을』『백 행을 쓰고 싶다』『도시의 시간』을 펴냈다. 문지문학상, 김승옥문학상을 수상했다.


◆ 187-188회 <책, 임자를 만나다> 도서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이 책은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격 사건의 가해자 딜런의 어머니 수 클리볼드의 이야기 입니다. 특별한 문제 없이 자라던 것 같아 보이던 아이가 왜 갑자기 총격 사건을 벌이게 됐는지 어머니인 그녀조차 이해할 수 없었죠. 그녀는 그런 자신의 모습에 좌절하며 아들과 보낸 모든 시간을 돌아보고 기록합니다.
‘책, 임자를 만나다' 이번 시간에서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그녀의 기록에 대해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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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동진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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