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책이 뭐 하는 물건이에요?

『책으로 똥을 닦는 돼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책은 언제나처럼 꾸준히 나오지만 서점과 도서관이 아닌 곳에서는 만나기 어려워졌다. 그 많은 책들은 모두 어디로 가는 걸까. 사람들이 책 읽는 법을 잊어간다. 책장에 꽂아두고 가만히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가장 좋은 사용법은 읽는 것. 동화를 마냥 동화로만 보고 넘기기 어려운 요즘이다.

L[9].jpg

 

서점에 들어와서 놀랐던 점 중 하나는 정말 많은 책들이 출간된다는 것이었다. 인터넷 서점에 등록되지 않은 책도 있으니 실제로 나오는 책의 양은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했다. 이렇게 많은 책, 누가 읽고 있는 걸까? 분명 초등학교 다닐 때까지는 주변에서 책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중고등학교를 지나면서 책 읽는 모습이 어색해졌다. 대학에서도 시험이나 과제 때문이 아닌, 책을 자연스럽게 가까이 하는 사람들은 드물었다. 읽지도 않는 책이 많이 나온다니. 혹시 책에 내가 모르는 다른 용도가 있지 않나 의심스럽다.

 

돼지 레옹이 사는 버드나무 마을의 동물들은 책을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사용한다. 오랜 옛날에는 그들도 책을 읽었지만, 읽는 것보다 더 흥미로운 사용법을 알고난 후부터 책을 읽지 않게 되었다. 이제는 책이 읽는 물건인지도 모를 지경이다. 버드나무 마을 시장은 매년 책 사용법 대회를 열어 책을 ‘다양하게’ 사용하는 법을 마을에 널리 알린다. 뱀 아주머니는 책을 세워 그늘을 만들고, 곰 아저씨는 두꺼운 책을 베고 낮잠을 잔다. 레옹은 책을 찢어 엉덩이를 닦기 시작한 후부터 똥을 묻히고 다니지 않아 아이들의 놀림에서 벗어났다.

 

버드나무 마을 시장은 집에서 몰래 책을 읽으며 즐거워 하고, 책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마을 동물들을 구경하며 비웃는다. 재미있는 책을 독차지 하고 싶고, 남들이 똑똑해지는 걸 막기 위해 책 읽는 법을 숨겨왔던 것. 우연히 이를 알게 된 레옹은, 책으로 똥을 닦는 대신 읽기 시작한다. 책 사용법 대회 날, 레옹은 마을 동물들 앞에서 책을 읽어주며 시장의 비밀을 폭로한다. 동물들은 좋은 책을 옆에 두고도 읽지 않던 지난 날을 반성하며 열심히 읽을 것을 다짐한다. 시장은 자리에서 물러난 후 자신의 집을 도서관으로 개방한다.

 

『책으로 똥을 닦는 돼지』는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지만 어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다. 자의든 타의든 어릴 때는 적어도 지금보다는 책을 자주 읽었다. 글을 깨치기 전에는 잠들기 전 부모님께 책을 읽어 달라고 졸랐고, 유치원에서 선생님이 읽어주시는 이야기를 좋아했다. 글을 배운 후로는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에 뿌듯했다. 초등학교에서는 학급문고 덕분에 말 그대로 책을 가까이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책 읽는 기쁨을 느껴 보았다. 그런데 자라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책은 점점 멀어진다.

 

우리는 너무 바빠졌다. 책 말고 재미있는 것들이 많아졌다. 수백 개의 TV 채널에서 쏟아져 나오는 방송, 이제는 신체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 같은 스마트폰이 책을 대신한다. 세상에 책이 그렇게나 많은데 읽을 책이 없다고, 할인되지 않은 책 값이 너무 비싸다고도 한다. 책 읽어야 하는데, 책 정말 좋은 건데, 말하면서도 정작 즐기지는 못한다. 동화 속 마을처럼 사람들이 책을 읽으며 행복해 하고 똑똑해지는 걸 두려워하는 누군가가 이리저리 막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책은 언제나처럼 꾸준히 나오지만 서점과 도서관이 아닌 곳에서는 만나기 어려워졌다. 그 많은 책들은 모두 어디로 가는 걸까. 사람들이 책 읽는 법을 잊어간다. 책장에 꽂아두고 가만히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가장 좋은 사용법은 읽는 것. 동화를 마냥 동화로만 보고 넘기기 어려운 요즘이다. 책 읽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건 막을 수 없어도 책이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까지 잊어버리는 날만은 제발 오지 않길.

 

 

 

img_book_bot.jpg

책으로 똥을 닦는 돼지최은옥 글/오정택 그림 | 주니어김영사
독서와 용기의 중요함을 알려 주는 저학년 그림동화입니다. 버드나무 마을 주민들은 책을 읽지 않고 이상하게 사용합니다. 이 마을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요? 마을 사람들이 책을 읽지 못하게 하려는 시장의 음모와 그 음모를 알고, 바로잡으려는 돼지 레옹의 활약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추천 기사]

- 내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책
- 인문학은 단편적인 지식이 아니다
- 행복이 뭔지 아시나요?
- 혼자인 듯 혼자 아닌 혼자 같은 나
- 오베라는 남자, 오베(OVE)라는 이름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책으로 똥을 닦는 돼지

<최은옥> 글/<오정택> 그림8,100원(10% + 5%)

독서와 용기의 중요함을 알려 주는 저학년 그림동화입니다. 버드나무 마을 주민들은 책을 읽지 않고 이상하게 사용합니다. 이 마을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요? 마을 사람들이 책을 읽지 못하게 하려는 시장의 음모와 그 음모를 알고, 바로잡으려는 돼지 레옹의 활약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수학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엄마표 유아수학 공부

국내 최대 유아수학 커뮤니티 '달콤수학 프로젝트'를 이끄는 꿀쌤의 첫 책! '보고 만지는 경험'과 '엄마의 발문'을 통해 체계적인 유아수학 로드맵을 제시한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수학 활동을 따라하다보면 어느새 우리 아이도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랄 것이다.

나를 바꾸는 사소함의 힘

멈추면 뒤처질 것 같고 열심히 살아도 제자리인 시대. 불안과 번아웃이 일상인 이들에게 사소한 습관으로 회복하는 21가지 방법을 담았다. 100미터 구간을 2-3분 이내로 걷는 마이크로 산책부터 하루 한 장 필사, 독서 등 간단한 습관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내 모습을 느끼시길.

지금이 바로, 경제 교육 골든타임

80만 독자들이 선택한 『돈의 속성』이 어린이들을 위한 경제 금융 동화로 돌아왔다. 돈의 기본적인 ‘쓰임’과 ‘역할’부터 책상 서랍 정리하기, 용돈 기입장 쓰기까지, 어린이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로 자연스럽게 올바른 경제관념을 키울 수 있다.

삶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야

저마다 삶의 궤적이 조금씩 다르지만 인간은 비슷한 생애 주기를 거친다. 미숙한 유아동기와 질풍노동의 청년기를 거쳐 누군가를 열렬하게 사랑하고 늙어간다. 이를 관장하는 건 호르몬. 이 책은 시기별 중요한 호르몬을 설명하고 비만과 우울, 노화에 맞서는 법도 함께 공개한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