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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프리티 랩스타 >로 보는 언프리티한 사회

인생살이도, 방송도 언프리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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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을 위해서는 남을 헐뜯고 비난하는 일도 필요함을 < 언프리티 랩스타 >는 암묵적으로 강조한다. 이러한 요소와 장면은 젊은이들을 경합의 극단으로 내모는 우리 사회를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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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가 녹록지 않다. 한 고비 넘기고 숨 좀 돌리려고 하면 이내 또 다른 난관이 찾아온다. 입시라는 큰 산을 정복한 뒤에는 더 사납고 힘겨운 취업 전쟁을 대비해야 한다. 피 튀기는 경쟁을 뚫고 취업에 성공했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다. 본격적인 각축은 사실 지금부터다. 직장이라는 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동료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낙하산도 경계해야 한다. 인생이 서스펜스의 연속이다.

 

엠넷의 < 언프리티 랩스타 > 두 번째 시즌은 인생의 모진 순간을 압축해 나타낸다. 지난 9월 25일에 방송된 3회에서 11명의 참가자들은 영구 탈락을 놓고 일대일 랩 대결을 펼쳤다. 이 경기를 통해 안수민과 애쉬비(Ash-B)가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게 됐다. 올여름 < 쇼 미 더 머니 >에서 블랙넛의 구애 행위 덕분에 주목을 받은 안수민도, 지난해 첫 EP < Who Here >를 출시하며 힙합 신에 발을 내디딘 애쉬비도 모두 우승을 목표로 했지만 이에 근접하지 못했다. 누군가는 반드시 패자가 되는 냉혹한 룰은 그들의 이상을 가볍게 외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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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락하지 않았다고 해서 섣불리 마음의 탕개를 풀 수는 없다. 승자가 되기 위해 나머지 라이벌들과 계속해서 경합을 벌이기 때문이다. 최후의 1인이 되지 못하더라도 음악 제작자, 방송 관계자, 대중에게 어필하려면 최대한 오래 버텨야 한다. 게다가 예술적으로 훌륭하지 않은 노래도 나왔다 하면 프로그램의 인기 덕에 음원 사이트 상위권에 오르니 이 좋은 구름판을 길게 영위하고 싶은 욕심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성공을 염원하는 래퍼에게 < 언프리티 랩스타 >는 꿈의 연수원이나 마찬가지다. 생존한 뒤에도 긴장은 이어진다.

 

가뜩이나 정신적인 압박이 큰데 뜬금없이 또 다른 경쟁자가 등장하기까지 한다. 4회에서는 포미닛의 전지윤이 새롭게 합류했다. 프로그램이 정식으로 전파를 타기 전에 출연 사실이 보도되긴 했지만 그 어떤 대결도 치르지 않고 적수 몇 명을 밀어낸 상태에서 들어오는 것이기에 불공평하게 느껴졌다. 그녀의 참여는 첫 번째 시즌에서 갑작스럽고도 아주 편안하게 전장에 들어선 제이스를 떠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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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스와 전지윤을 보면 '빽'의 힘이 실감된다. 각각 소속사가 브랜뉴뮤직과 큐브엔터테인먼트로, 힘 들이지 않고 경기 중반에 참가한 것은 잘나가는 회사 덕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어느 곳에도 속해 있지 않거나 인지도 낮은 인디 레이블에서 나온 래퍼가 얼마만큼 진행된 쇼에 들어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든든한 배후를 두면 남들보다 수월하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음을 이 프로그램으로 깨닫는다. 더욱이 전지윤은 데뷔 6년차 프로페셔널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형편없는 래핑을 보여 줬다. 1회에 탈락 미션이 있었다면 바로 하차했을 허름한 실력이었다. 낙하산이 이래서 대단하고 한편으로 덧없다.

 

9일 방송되는 5회에서는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엑시(Exy)가 출전한다고 한다. 지난 9월 크루셜스타와 「쓸어 버려」라는 비공식 데뷔 싱글을 발표한 신인이다. 이런 무명의 새내기가 프로그램에 끼는 것은 유력 기획사의 로비, 레이블과 방송국 간의 이해관계에서 성립된 짬짜미의 결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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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세하고 싶다면 격한 경쟁에 뛰어들어야 하며, 백이 있으면 원하는 위치에 쉽게 올라설 수 있다고 프로그램은 이야기한다. 또한 5회는 디스 배틀도 예고했다. 그냥 배틀도 아니고 '디스(Diss)' 배틀이다. 생존을 위해서는 남을 헐뜯고 비난하는 일도 필요함을 < 언프리티 랩스타 >는 암묵적으로 강조한다. 이러한 요소와 장면은 젊은이들을 경합의 극단으로 내모는 우리 사회를 연상시킨다. 이 방송을 즐겨 보는 이들이 출연자와 비슷한 나이 또래, 다른 양상의 경쟁을 치르는 입장에 놓인 청춘들이라는 사실이 서글픔을 키운다. 인생살이도, 방송도 언프리티하다.


2015/10 한동윤(bionicsou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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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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