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철학도 세대교체를 한다?!

‘대화를 나누며’ 바라보는 철학의 변곡점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철학은 언제나 ‘무엇이 더 나은 삶인가’에 대한 모색이었으며, 궁극적으로 필멸자인 인간의 유한성을 극복하기 위한 시도였다.

3.질문(1).jpg

 

중요한 철학사조들은 예외 없이 ‘좋은 삶’ 문제에서 정점에 이릅니다. 이 문제는 명시적으로든 암시적으로든 죽음, 곧 인간의 유한성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일과 맞닿아 있습니다. 어떻게 우리와 마찬가지로 죽을 수밖에 없는 타자들, 특히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이 삶을 좀 더 잘 살 수 있을까요?


 

 

 


지난 시간에 이어 2천5백 년 서양철학사의 큰 흐름을 한번 훑어볼까. 나는 서양철학이 고대 그리스 시대 철학의 탄생 이후로 크게 다섯 시대를 거쳐왔다고 봐. 이른바 세대교체를 한 거지. 그런데 특이한 점이 있어. 세대교체된 철학이라고 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게 아냐. 저번에 말한 것처럼, “때때로 ‘새로 등장한’ 길은 엄청나게 눈부신 빛으로 몇 세기의 간격을 뛰어넘어 오늘날 우리에게까지 와 닿곤 한다”니까.

 

자, 지금 얘기하는 거 머릿속에 기억해 두고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어. 뭔 말이냐 하면, 어느 시대든 위대한 철학 사조에는 반드시 3가지 축이 있어. 


첫 번째 축은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진리와 인식),
두 번째 축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윤리와 도덕),
끝으로 세 번째 축은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에게, 잘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삶의 의미와 구원)라는 질문이지.
난 바로 이 세 축을 중심으로 위대한 철학사조들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변곡점을 찾아볼까 해. 

 


고대 그리스가 낳은 첫 번째 대답


세계는 완벽히 조화롭다 - “교만을 경계하고 지금 이 순간을 살라


4.그리스.jpg고대 그리스 시대, 인류는 ‘더 나은 삶’에 대한 첫 번째 답변을 이끌어내지. 사람들이 보니까, 세계는 완벽하게 조화로운 질서를 이뤄. 그러니 세계 속 사람들의 ‘좋은 삶’ 역시 그 조화 속에 최대한 머무는 거 아니겠냐고 생각한 거야. 히브리스(교만)를 경계하고,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인간을 어리석게 만드는 두려움을 떨쳐낼 지혜를 찾고! 그래서 신화의 세계는 자연스럽게 철학의 탄생으로 이어지지.

 

 

 

종교의 시대, 두 번째 대답


조화보다 유혹적인 영생 - “너의 몸과 마음을 모두 구원받을 거야”


5.기독교(2).jpg그 다음 답변은 유대-그리스도교 원리를 중심으로 나오지. 두 번째 답변의 포인트는 인간에게 ‘개인적인’ 불멸을 약속하면서 좀 더 인간적인 구원을 제시하는 데 있어. 이건 인간적 관점에서 진보지. 하지만 동시에 이 답변은 중세에 이르기까지 이성이 신앙에 복종하게 되는 일종의 퇴행도 포함해. 이른바 이중적인 진전이지.


 

 

고대 그리스의 철학과 유대-그리스도교는 겉보기에 진부해 보일 수 있어도, 오늘날까지 서양 역사에 계속해서 영감을 불어넣고 있는 강력한 전통이지. 경의를 표할 만해!

 

 

이성의 시대, 세 번째 대답


첫 번째 인문주의 원리 - “자유와 이성으로 우리는 진보한다”


종교의 시대에 반기를 들며 등장한 첫 번째 인문주의 시대는 6.이성의시대.jpg르네상스기와 계몽주의를 거치며 활짝 피어나지. 세 번째 대답인 ‘인문주의 원리’를 내놓으면서. 여기서 인류는 삶의 의미를 ‘인간의 이성과 자유’에 두면서 또 다시 인간적 관점에서 진일보하고, 또 한편으로 삶의 의미를 이성과 도덕으로 환원하면서 인간 존재의 모든 차원을 소외시키는 뒷걸음질을 경험하지. (이제 좀 감이 잡히지 않나? 크게 철학의 시대가 바뀔 때마다 ‘나아지는 면’과 ‘후퇴하는 면’이 있다는 것!) 그 뒷걸음질 끝엔 무엇이 나왔을까?

 

 

해체의 시대, 네 번째 대답


이상을 해체하다 - “인간 실존의 모든 면이 해방되어야 ‘좋은 삶’이지”


7.해체의시대.jpg뒤이어 등장한 네 번째 대답은 ‘해체의 원리’야. 쇼펜하우어, 니체 등 어딘가 강렬한 이미지의 ‘망치를 든 철학자들’이 등장하지. 이들의 초점은 하나. 앞서 나온 대답(종교라든가 인문주의 원리)에서 나온 이상(理想)들을 끊임없이 해체하는 것이었어. 그래서 그간 원리나 이데올로기를 비롯해 각종 허상에 짓눌려온 인간의 실존적 차원을 해방시켰다는 점에서 한층 더 인간적인 관점을 얻었으나, 역시 극단적인 상대주의가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부딪히고 말지.

 

 

사랑의 시대, 다섯 번째 대답


21세기의 삶에 가치를 부여할 새로운 목표

“사랑하는 사람들, 곧 다음 세대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줄 것인가?!”

8.사랑의시대.jpg
모든 이상이 해체된 21세기, 이제 막 등장한 철학의 다섯 번째 대답은 새로운 ‘삶의 의미’의 원리를 표방하지. 바로 ‘사랑의 시대’에 토대가 되는 ‘사랑의 원리’야. 이 대답은 첫 번째 인문주의의 한계를 넘어선 인간적 관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두 번째 인문주의’라 할 수 있어. 사랑은 연애결혼의 보편화와 현대 가족의 탄생, 그리고 현대 인도주의의 탄생을 거치면서 사적 영역을 넘어 사회의 궁극적인 목표가 되었지. 가족사랑이 곧 이웃사랑이 된 거야. 철학 얘기하는데 웬 사랑 타령이냐고? 다른 모든 ‘이상’들이 빛이 바랜 지금, 다른 감정들과는 달리 우리 삶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랑’이야말로 ‘새로운 형이상학적 원리’라니까. 사랑만이 두려움을 이길 수 있어.

 

 

 

“결국 철학은 언제나 ‘무엇이 더 나은 삶인가’에 대한 모색이었으며, 궁극적으로 필멸자인 인간의 유한성을 극복하기 위한 시도였다. 그리스인들은 두려움이 지혜의 가장 큰 적이라고 했다. 신과 이성이 사라진 시대, 두려움 없는 삶을 위한 아름다운 철학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

 

로쟈(이현우)|한림대학교 연구교수, 서평가

 

 


 

img_book_bot.jpg

더 나은 삶을 위한 철학의 다섯 가지 대답뤽 페리,클로드 카플리에 공저/이세진 역 | 더퀘스트(길벗)
프랑스의 전 교육부장관이자 유럽의 살아 있는 지성, 철학자 뤽 페리는 인류가 어떻게 ‘좋은 삶’을 추구해 왔는지에 따라 서양철학사를 크게 다섯 시대로 나눈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서 시작해 ‘종교의 시대(유대-그리스도교 시대)’를 넘어 ‘이성의 시대(첫 번째 인문주의 시대)’를 맞이한 인류는 이후 ‘해체의 시대’를 거쳐 이제 ‘사랑의 시대(두 번째 인문주의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뤽 페리는 철학 강사이자 작가인 클로드 카플리에와 편안하고 유쾌하게, 때론 힘주어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철학의 다섯 가지 흐름을 알기 쉽게 짚어준다.


 

[추천 기사]

- 철학의 아버지 탈레스
- 거리에 비가 내릴 때
- 요리하는 철학자 팀 알퍼의 시선
-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인 행복에 다가갈 수 있을까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뤽 페리

프랑스를 대표하는 현대 철학자. 알랭 르노, 질 리포베츠키 등과 더불어 루이 알튀세르, 장 보드리야르, 미셸 푸코, 피에르 부르디외, 자크 데리다 같은 프랑스 68혁명 세대를 비판적으로 계승하는 소장학자다. 파리4대학과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랭스대학에서 정치학으로 국가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캉대학, 파리7대학 등에서 교수를 지냈다. 알랭 르노와 함께 쓴 책 『68 사상La pensee '68』(1985)으로 처음 작가로서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으며, 이후 1994년부터 2002년까지 교육부 국가자문위원회 회장을 역임했다. 2002년부터는 장 피에르 라파랭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을 지냈다. 철학자로서 뤽 페리는 그간 주로 종교와 분리된 인문주의를 주창해 왔다. 그의 저서는 지금까지 전 세계 30여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두려움을 극복하다Vaincre les peurs』, 『인간이란 무엇인가?Qu'est-ce que l'homme?』(장 디디에 뱅상과 공저, 한국어판 제목은 『철학적 인간, 생물학적 인간』) 등이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프랑스 인권문학상을 수상한 『인간-신 또는 삶의 의미L'Homme-Dieu ou le sens de la vie』, 메데치상(에세이 부문)과 장 자크 루소 상을 받은 『새로운 생태학적 질서Le Nouvel Ordre ecologique』, 도덕?정치과학 아카데미 에르네스트-토렐 상을 수상한 『현대인의 지혜La sagesse des modernes』(앙드레 콩트-스퐁빌과 공저), 『사랑 혁명La Revolution de l'amour』 등 의미 있는 저작 활동을 활발하게 계속해 오고 있다. 특히 지은이가 외딴 휴가지에서 무료함을 못 견딘 지인들에게 서양철학의 흐름을 이야기로 풀어 들려주는 『철학으로 묻고 삶으로 답하다Apprendre a vivre』는 프랑스는 물론 영어권에서도 베스트셀러로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다.

철학의 다섯 가지 대답

<뤽 페리>,<클로드 카플리에> 공저/<이세진> 역13,500원(10% + 5%)

프랑스 전 교육부장관이자 유럽의 대표 지성 뤽 페리의 ‘대화로 읽는 철학’, 삶에 답하다 신과 이성이 사라진 시대, 두려움 없는 삶을 위한 아름다운 철학 이야기 _ 로쟈(이현우) ‘지혜를 향한 사랑’에서 ‘사랑의 지혜’로 불멸의 질문들을 향한 철학의 여정이 펼쳐진다! 다섯 시대, 다섯 가지 대..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수학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엄마표 유아수학 공부

국내 최대 유아수학 커뮤니티 '달콤수학 프로젝트'를 이끄는 꿀쌤의 첫 책! '보고 만지는 경험'과 '엄마의 발문'을 통해 체계적인 유아수학 로드맵을 제시한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수학 활동을 따라하다보면 어느새 우리 아이도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랄 것이다.

나를 바꾸는 사소함의 힘

멈추면 뒤처질 것 같고 열심히 살아도 제자리인 시대. 불안과 번아웃이 일상인 이들에게 사소한 습관으로 회복하는 21가지 방법을 담았다. 100미터 구간을 2-3분 이내로 걷는 마이크로 산책부터 하루 한 장 필사, 독서 등 간단한 습관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내 모습을 느끼시길.

지금이 바로, 경제 교육 골든타임

80만 독자들이 선택한 『돈의 속성』이 어린이들을 위한 경제 금융 동화로 돌아왔다. 돈의 기본적인 ‘쓰임’과 ‘역할’부터 책상 서랍 정리하기, 용돈 기입장 쓰기까지, 어린이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로 자연스럽게 올바른 경제관념을 키울 수 있다.

삶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야

저마다 삶의 궤적이 조금씩 다르지만 인간은 비슷한 생애 주기를 거친다. 미숙한 유아동기와 질풍노동의 청년기를 거쳐 누군가를 열렬하게 사랑하고 늙어간다. 이를 관장하는 건 호르몬. 이 책은 시기별 중요한 호르몬을 설명하고 비만과 우울, 노화에 맞서는 법도 함께 공개한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