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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루도 SNS에 사진을 올리지 않으면 허전해요

육아하면서 셀피티스가 되어가는 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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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쟁이 아들을 둔 승준이 엄마는 요새 고민이 생겼다. 이상하게도 아이 낳고 사진을 찍어 카스며 페북이며 블로그에 업데이트를 하는 횟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게 혹시 병인가 싶기도 하고, 아기 사진이나 자신의 사진을 매순간 찍어 올리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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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하면서 셀피티스가 되어가는 엄마들


돌쟁이 아들을 둔 승준이 엄마는 요새 고민이 생겼다. 이상하게도 아이 낳고 사진을 찍어 카스며 페북이며 블로그에 업데이트를 하는 횟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게 혹시 병인가 싶기도 하고, 아기 사진이나 자신의 사진을 매순간 찍어 올리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그리고 친구들이나 사람들의 댓글을 지나치게 의식해 댓글이 달리지 않으면 또 다른 사진을 찍어 올리고를 반복했다. 정도가 심해지자 남편도 자신을 이상하게 보는 것 같고, 친구들 중에는 그만 좀 올리라고 댓글을 다는 친구도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기계적으로 사진을 찍고 올리고를 반복했다.

 

2014년에는 셀카봉이 하나의 트렌드가 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셀카봉 덕에 셀카를 더 만족스럽게 찍게 되었고 더 많이 찍게 되었다. 그런데 미국의 정신의학회APA는 2014년 4월 시카고 연례회의에서 셀카를 찍어 SNS에 올리는 데 집착함으로써 자존감을 회복하고 친밀감을 높이려는 현상을 ‘셀피티스selfitis’로 부르며 일종의 정신질환으로 명명했다. 구체적인 단계까지 소개했는데 하루 최소 세 번 이상 셀카를 찍지만 SNS에는 올리지 않는 것을 ‘경계 셀피티스’, 하루 최소 세 번 셀카를 찍고 SNS에 올리는 것을 ‘급성 셀피티스’로 규정했다. 또한 하루 여섯 번 이상 셀카를 찍어 SNS에 올리는 등 제어할 수 없는 경우에는 ‘만성 셀피티스’라고 했다. 승준이 엄마처럼 아이들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행위도 그 이면을 살펴보면 아이를 자신과 동일시하고 그 이면에는 낮아진 자존감을 회복하려는 마음이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더구나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정도라면 이것도 일종의 ‘셀피티스’다.

 

 

엄마인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 SNS


엄마로 살다보면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가지기가 어려워지고 그런 마음을 가지는 것 자체가 사치로 여겨지기까지 한다. 아이를 위해 사는 게 엄마의 삶이라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다보니 자신을 가꾸는 일에 거리를 두게 되는 것이다. 어쩌다 아이를 남에게 맡기고 머리를 하러 가는 것도 왠지 내 사욕만을 채우는 것 같고, 아이를 맡기면서까지 미용실에 가는 건 마치 아이에게 잘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래서인지 많은 엄마들이 미용실 한번 마음 놓고 제대로 가지 못한다. 엄마가 정말로 아이만을 위해 살 수 있고 진심으로 만족할 수 있다면 괜찮지만 아쉽게도 대부분의 엄마들은 그렇지 못하다. 엄마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머리로는 생각하지만 마음 한편엔 아쉬운 감정이 남아 있다. 그렇게 남아 있는 감정은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을 찾게 된다. 그중 하나가 아이를 자신과 동일시하고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일종의 액세서리처럼 아이를 이용하는 것이다. SNS와 스마트폰 기기의 발전으로 언제 어디서든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아이의 모습을 이미지로 저장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는 엄마의 인격을 흡수한다


이처럼 엄마가 자신과 아이를 동일시하는 것은 엄마의 선택이지만 출생과 동시에 엄마에게 전적으로 의존적일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아이의 입장에서는 선택이 아니다. 그리고 원하지 않아도 엄마의 이런 심리는 아이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엄마의 심리는 주로 우울, 불안, 강박, 충동성 그리고 자기애적 성격이다. 이중에서 자기애적 성격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지속되면 자기애적 인격장애라고 한다. 그 진단 기준을 통해 특징을 살펴보면 자신에 대한 과대화, 칭찬에 대한 욕구,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 과시와 거만함, 특권의식, 우월성, 자기중심적 인식, 과민성 등이다. 특히 이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반응에 과민하고 취약하다. 이러한 자기애적 성격을 가진 엄마는 자기가 우월하고 특권을 가졌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이러한 자아상을 유지하려면 주변 사람들, 특히 아이에게조차 많은 것을 요구한다는 점이 문제이다.

 

 

아이와의 동일시는 엄마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목적

 

자기애적 성격 형성 원인을 설명하는 가설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어릴 적 부모로부터 거절을 받은 경험이 많으면 세상에 대한 불신이 형성되고 그렇기 때문에 자기 자신만 믿게 되어 자기애적 성격으로 발전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어릴 적부터 부모가 아이를 과대평가하면 자기애적 성격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정반대의 이야기 같지만 어찌 보면 맥락은 비슷하다. 아이의 욕구를 거절하는 것도 아이를 과대평가하는 것도 그 이면에는 엄마 스스로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목적이 숨겨져 있다.


사실 엄마로 살다보면 우울할 때가 많다. 아이를 키우는 일 자체가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기도 하지만 더 우울한 이유는 따로 있다. 자신이 결혼 전 이루지 못한 꿈이 육아를 하면서 그대로 고착될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엄마는 그러한 우울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자녀를 자기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으로 키우면서 아이에게 자신의 소망을 투사한다. 그리고 아이의 삶이 자기 자신의 삶인 것처럼 동일시하는데 이것을 반-우울적 나르시즘이라고 한다. 일종의 콤플렉스에 대한 방어기제로, 이전에 경험했던 고통스러운 감정이 재경험되며 우울과 불안을 느낄 때에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자기애를 사용하는 것이다. 특히 사회적으로 인정받던 커리어우먼으로 살다 아이 때문에 육아에 전념한 경우 포기했던 사회적 성취를 아이를 통해 이루려는 욕구가 강한 면도 이러한 맥락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자기애적 엄마는 아이를 통제하고 착취하기까지 한다


물론 엄마도 그러한 자기애적 성향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엄마 자신이 어릴 적에 해결되지 않은 자기애적 갈등을 자기도 모르게 아이에게 투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자신을 엄마와 동일시하면 그러한 부정적인 특징들까지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엄마 자신의 해결되지 않은 갈등을 아이에게 대물림해 결국 엄마는 더 고통스러워진다. 아이를 자신과 동일시하고 SNS에 올리는 것에 집착하는 것처럼, 자기애적 엄마는 자아가 견고하지 못하고 자신과 다른 사람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와의 관계도 뚜렷하게 구분하지 않는다. 때문에 아이의 자율성을 제한하기 쉽고 때로는 수치심을 유발하면서까지 아이를 통제하고 지배하려 한다. 다른 말로 하면 엄마가 아이를 대할 때에 자기중심적이고 착취적이다. 그렇게 되면 아이의 욕구를 이해하고 공감하기보다는 자신의 욕구에만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아이의 욕구는 좌절되기 쉽다. 그렇게 자란 아이는 좌절된 자신의 욕구를 외부로 표현하는 공격성을 보이게 된다. 또한 수면장애, 섭식 장애, 잦은 울음, 공격성, 반항, 화냄 등과 같은 문제를 보이며 애착 장애를 야기하기도 한다.


자신을 위해서든 아이를 위해서든 아이 사진을 많이 찍어주는 것 자체는 어찌 보면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사진을 찍는 그 순간에 아이의 감정을 들여다볼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아이는 엄마가 자신의 감정이 담긴 표정을 바라봐주면 스스로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갖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SNS에 올리기 위해 사진을 찍을 때, 엄마들은 아이를 웃게 하고 사진을 찍으면서 정작 아이가 웃는 모습에 반응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는 엄마가 자신이 아닌 다른 것에 관심을 갖고 애정을 쏟는 느낌을 받으면 스스로가 열등하다고 느끼고, 그것을 방어하기 위해 과대 포장된 자기를 만들어낸다. 이런 식으로 또 다른 자기애적 성향이 탄생하는 것이다.

 

 

SNS 주체가 중요하다


물론 SNS 자체가 나쁘지는 않다. 특히 반복되는 육아 일상을 겪으며 답답할 때에 숨통을 트이게 해주기도 한다. SNS를 통해 얻는 소소한 육아 관련 정보들도 도움이 될 때가 많다.


나 역시도 은재를 전업육아 하며 블로그를 시작했는데 육아하면서 힘들 때 육아 동지를 많이 얻었다. 그들은 기쁜 일에는 함께 축하해주었고 아이가 아플 때에는 함께 진심으로 위로하고 응원해주었다. 더구나 아이를 키울 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다양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사진을 포함하는 포스팅이 쌓이다보니 나중에 추억하고 싶을 때에 찾아보기도 참 좋다. 많은 엄마들은 블로그를 하며 번외 수입 내지는 육아용품을 얻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SNS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지 여부보다는 SNS를 하더라도 그 주체가 누구인지가 중요하다. 궁극적으로 아이를 위하는 것인지 나의 결핍을 채우기 위한 것인지 인식하지 않으면 주객이 전도되기 쉽다. SNS에 심취해 있는 것이 막연하게 아이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잘 따지고 보면 나를 드러내기 위한 경우가 많다. 사실 아이를 위한 추억 저장이라면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수없이 카메라 샷 버튼을 누르고 그렇게 열심히 구도를 잡지 않아도 된다. 그러한 행동 이면에 담긴 나의 외로움, 공허함, 허전함 등을 인식하면 된다. 나의 숨겨진 감정에 직면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큰 고통을 야기하기 때문에 다른 것들로 자신과 아이를 포장하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더 커버리기 전에 사진을 열심히 찍어두자. 그런데 조금 덜 찍고 조금 덜 올리면서 그 시간에 아이의 표정을 바라보고 아이의 감정을 진심으로 느껴보는 건 어떨까.

 

* 이 글은 『엄마만 느끼는 육아 감정』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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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만 느끼는 육.아.감.정.정우열 저 | 팬덤북스
저자는 엄마들이 힘들어 하는 고민을 사례로 제시해, 그 감정에 대해 심리적으로 알려주면서 충분히 인지하게 하고, 왜 육아하면서 그런 감정이 들 수밖에 없는지 분석하고, 그 감정의 이면에 숨어 있는 진짜 감정에 대해서 알려준다. 그리고 그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간단한 솔루션을 제공해 엄마들이 육아하면서 느끼는 감정에 조금 유연해지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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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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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우열

‘육아빠’라는 닉네임으로 엄마들 사이에 잘 알려진 파워블로거. 한양대학교 의학과를 졸업했고, 육아 전문지 <베스트베이비>, <베이비뉴스>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했으며, 현대-신세계-롯데백화점 문화센터 및 육아지원센터 강사이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정회원, 부부가족치료연구회 회원, 한국강사협회 정회원이기도 하다. 저자는 주 양육자가 되어 엄마로서의 삶을 살면서, 엄마로 사는 것이 얼마나 외롭고 힘든 일인지 알게 되었다. 엄마로 살면서 느낄 수밖에 없는 복잡한 감정들을 경험하고 난 뒤, 엄마들이 유독 힘들어하는 감정에 집중하면서 이 책을 집필하였다. 그동안 엄마들이 숨기고 싶어 했던 감정, 억압했던 감정을 발견할 수 있도록 이끌어, 육아하는 엄마의 삶이 좀 더 행복해지고 수월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EBS <육아를 부탁해>,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KBS <굿모닝 대한민국>, KBS <아침마당>, KBS <엄마의 탄생>, KBS , SBS <좋은 아침>, SBS <생활의 달인-육아의 달인>, SBS <오! 마이 베이비>, SBS <모닝와이드>, MBC <컬투의 베란다쇼>, MBC <굿모닝 FM 전현무입니다> 등에 출연했다. 최근엔 SBS <한밤의 TV 연예>,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JTBC <속사정 쌀롱> 등에 출연해 엄마 심리뿐 아니라 일반인들을 위한 재미있는 심리 분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외에도 다수의 TV, 라디오, 신문, 잡지 등에서 활동했으며, 저서로는 《아빠가 나서면 아이가 다르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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