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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 있는 사랑> 사랑 뒤에 붙는 가득한 물음표

tvN <일리 있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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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함에 있어서 마땅함과 타당함을 고려해 볼 정도로 이성적이라면 그것이 과연 ‘사랑’일까? 갑자기 사랑 뒤에 물음표가 가득 붙어버렸다. 이 드라마는 과연 어떤 답을 내줄 생각일까?

설명이 불가능한 순간들


김준(이수혁 분)은 목수다. 죽은 나무를 생명이 있는 것처럼 다룬다. 나무는 죽었지만 숨을 쉬고 뒤틀린다. 살아있는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히 죽은 것이다. 남자는 마치 나무처럼 건조하고 까칠하다. 하지만 그의 손에 닿은 진짜 생명을 느낀 순간 사랑에 빠진다. 오지랖 넓고 시끄럽고 귀찮기만 했던 김일리(이시영 분)가 과호흡 발작을 일으키며 쓰러지며 자신의 손을 이용해 응급처리를 하는 순간 그 손에 닿던 일리의 호흡에서 ‘뜨겁고 간질간질하고 절박하고 깜짝 놀라게 하는’ 무언가를 느낀다. 그렇게 이미 다른 사람의 아내인 일리와 사랑에 빠진다. 


누군가에게 첫눈에 반하는 순간이든, 어느새 정신차려보니 좋아하는 걸 깨닫게 된 순간이든 사랑에 빠지는 그 순간을 타당하고 논리정연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사랑에 빠진 뒤에 그 사랑을 정당화하려는 노력 조차도 사실은 무의미하다.


일리의 사랑도 그랬다. 늦은 나이에 포경수술을 하고 나오는 장희태(엄태웅 분)과 우연히 얽히고 그 얽힘은 다시 임시 생물교사와 학생으로 재회로 이어진다. 일리가 명태의 생애가 기록되어 있다는 이석을 설명하는 어리숙한 희태를 미래의 남편으로 점 찍으며 그의 수호신을 자처할 때에도 어쩜 그렇게 맹목적으로 사랑할 수 있는지 답할 수 없다. 자신의 생명을 걸고 지켜낸 사랑과 결혼이라는 목표지점에 도달해 남편을 사랑하며 잘 지내고 있었다. 그러다 도장 일을 하러 가서 알게 된 까칠하고 무례한 김준이 신경 쓰이기 시작하면서 사랑하는 마음이 돋아난 것도 왜 그인 건지 설명하기 힘들다.


그렇기에 희태 역시 아내의 외도를 알게 된 순간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이유를 알 수 없다. 그래서 첫 만남부터 잘못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도 그것 외에는 납득할만한 설명을 할 수 없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김도우 작가는 설명하기도 힘든 그 순간을, 납득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밀어 넣었다.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남편을 두고 다시 사랑에 빠진 아내. 말 그대로 불륜의 이야기. 그런데 아내가 하는 그 사랑을 ‘일리 있게’ 보여 주겠다는 것이다.

 

일리-있는-사랑.jpg

 

하지만 분명한 사랑의 감정들


엉뚱하지만 순수하고 지고지순한 열여덟 일리의 사랑은 아주 귀엽게 전개되었다. 누구라도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그러나 아직 어리기에 어리석을 수밖에 없는 그 사랑은, 결국 사랑 하나만 보고 모든 걸 내걸기에 만만찮은 현실을 보여주었다. 14년 뒤 일리가 감당하고 있는 것은 자기 감정을 지켜나가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삶이었다. 남편을 사랑하며 살기 위해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 시댁 식구들의 스케일은 만만치 않다. 결혼 7년차인데 아이도 생기지 않고 있다. 그 모든 걸 예쁜 마음으로 좋게 좋게 생각하며 하루하루 버틴다. 그나마 남편을 사랑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또 다른 사랑이라니. 일리 스스로도 당혹스럽지만 빠져들 수밖에 없다. 신경 쓰이고 궁금하다. 게다가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김준이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내 보이며 독하지만 그럼에도 분명한 위로를 전하는데 무너지지 않을 수 없다.


괜찮다, 힘들지 않다, 누구 앞에서도 울면 안 된다 자신을 옭아매던 일리는 김준 앞에서는 펑펑 울 수 있었다. 너무 사랑해서 무리하며 버틴 감정은 또 다른 사랑 앞에서 속수무책 쏟아져 나온다. 희태 밖에 모르고 살았지만 그렇다고 낯선 남자에 대한 호기심을 품지 않을 리는 없었다. 호기심에 머물 무언가를 행동에 옮기게 만들어 주는 김준에게 일리는 사랑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결혼을 했으니, 그것도 운명적으로 얽힌 상대로 소원대로 결혼을 하게 되었으니 그 사랑에만 충실 하라고 스스로에게 세뇌하고 주문하더라도 그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었다.

 

일리 있는 사랑은 대체 무엇일까?


<일리 있는 사랑>은 코믹하고 발랄한 톤을 잘 유지하고 있다. 영상미도 넘치고 연출도 세련된 덕분에 지금까지는 복잡하게 얽힌 셋의 감정을 차분하게 펼친 정도의 전개되었다. 불륜을 다루고 있다는 것을 초반에 터뜨리고 시작했지만 일리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너무나 잘 살려놓아서 그녀의 감정을 헤아리다 보면 큰 거부감 없이 상황을 받아들이게 된다. 누구 하나 밉고 잘못되었다 말하기 힘들 게 말이다. 물론 사랑이니까 어쩔 수 없는 거다. 말할 순 없다. 신의를 지켜야 함에도 다른 선택을 하게 만들고 마는 상황, 혹은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일리 있게 설명할 수 있을까?


답을 내리기가 힘든 드라마다. 당연히 불륜이니까 나쁘다고 도덕적으로만 발언하기 어렵게 만든다. 적잖이 혼란스러운 구석이 있다. 한 사람에게 바랄 수 없는 두 가지의 모습을 두 남자가 나눠 가지고 있는데 그 둘을 다 취할 수는 없는 것일까? 일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앞으로의 전개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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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현정

사랑과 연애 그리고 섹스에 대한 글을 쓰며 살고 있다. 몇 번의 사랑을 경험하며 제법 깊은 내상을 입었지만 그만큼 현명해졌으며 자신의 욕망을 들여다보는 걸 수줍어하지 않게 되었다. 놀라운 재생능력으로 사랑할 때마다 소녀의 마음이 되곤 한다. 누군가의 장점을 잘 발견해내고 쉽게 두근거린다. 『사랑만큼 서툴고 어려운』, 『나를 만져요』 등을 썼으며, 블로그 '생각보다 바람직한 현정씨'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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