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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겹살 대신 진짜 돼지고기를 먹자

삼겹살에는 지방이 얼마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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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을 언뜻 보면 지방과 단백질 부분이 세네 겹으로 서로 번갈아 가며 층을 이루고 있어서 거의 1 대 1의 비율로 보입니다. 하지만 성분을 분석해보면 수분을 제외하면 60~80퍼센트가 지방으로 나옵니다. 이런 성분 분석이 직관적으로 이해되고 일리도 있다는 것은 고기를 구워보면 알 수 있습니다.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돼지의 등심이나 목살보다 삼겹살을 더 좋아할까요? 저는 맛이 더 좋다는 것 외에 다른 이유를 찾지 못하겠습니다. 삼겹살의 달짝지근하면서도 고소한 이 맛은 사실 지방에서 나옵니다. 아이스크림의 단맛과 어우러진 그 부드러운 맛도 유지방에서 나오고, 갓 구운 빵에 발라먹는 살짝 녹은 버터의 맛도 지방에서 나오고, 하다못해 김치전의 고소한 맛도 식용유에서 나옵니다. 이 말이 믿기지 않으면 잘 섞인 김치전 반죽을 호빵 찌듯이 쪄서 먹어보면 기름이 들어간 것과 안 들어간 것의 맛의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삼겹살에는 지방이 얼마나 있을까

문제는 그 지방이 너무 많다는 데 있습니다. 삼겹살을 언뜻 보면 지방과 단백질 부분이 세네 겹으로 서로 번갈아 가며 층을 이루고 있어서 거의 1 대 1의 비율로 보입니다. 하지만 성분을 분석해보면 수분을 제외하면 60~80퍼센트가 지방으로 나옵니다. 이런 성분 분석이 직관적으로 이해되고 일리도 있다는 것은 고기를 구워보면 알 수 있습니다. 거의 신용카드 크기만한 꽤 큰 고기 한 점이 구워져서 지방과 수분을 녹여서 흘려 보내고 나면 두께는 반이 되고 크기는 거짓말 조금 보태서 엄지손톱만하게 졸아듭니다. 결국 녹는 점이 낮은 지방이 빠져나가고 나면 단백질 성분이 남으니까 이때 단백질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돼지 껍질부터 시작해서 안쪽으로 깊게 고기를 썰수록 단백질 부분이 더 많이 포함되므로 이 비율은 어떻게 손질하느냐에 따라 크게 차이 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인이 통상적으로 선호하는 삼겹살은 지방층이 대부분인 돼지 껍질로부터 10센티미터 정도의 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방과 단백질의 비율을 6 대 1까지 봐도 큰 무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가정하면 삼겹살을 섭취할 경우 93퍼센트 정도의 칼로리가 지방에서 나오게 되고 단백질에서 나오는 칼로리의 비중은 7퍼센트 정도에 불과합니다. 지방의 비율이 이렇게 높다 보니 같은 돼지고기라도 지방이 적은 다리살 등과 비교하면 1.5~2배나 높은 칼로리를 가지게 됩니다.

한번은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야후(Yahoo)가 운영하는 <야후앤써즈(yahoo answers)>의 영국 버전에서 아주 우스운 문답을 발견했습니다. 누군가 삽겹살로 만든 저크포크(jerk pork)라는 요리의 칼로리가 어느 정도냐고 물어보았는데 채택된 답이 “칼로리를 생각하면 먹을 수 없을 정도”라고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지방을 ‘살’로 취급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좁은 의미에서 살은 근육을 의미합니다. 보릿고개를 넘겨야 했던 시절엔 지방과 근육의 구별이 큰 의미가 없었을 수도 있고 해부학적인 개념이 없는 시대라 살이 찌면 근육이 늘어난 것인지 지방이 늘어난 것인지 차이를 몰랐을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엄마 젖을 많이 먹고 피하지방이 축적되어 포동포동해지면 ‘젖살’이 쪘다고 하고, 배에 지방이 축적되어 볼록해지면 ‘뱃살’이 쪘다고 합니다. 돼지 지방덩어리인 삼겹살도 이와 같은 연유로 삼겹살이라고 불리게 되었나 봅니다.

삼겹살 1인분을 200g으로 한다면 단 1인분의 삼겹살을 먹어도 일일 지방 섭취 권장량의 170퍼센트가량을 섭취하게 되고(2인분이면 340퍼센트 섭취) 포화지방만으로 따로 분석해보면 하루 섭취 권장량의 210퍼센트나 먹게 됩니다. 하지만 삼겹살 구이는 조리과정에서 상당량의 지방이 녹아서 빠져나가니까 실제로는 위의 분석보다 적은 양의 지방을 섭취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한 것 같습니다. 칼로리를 계산해보면 만약 삼겹살이 순수한 지방이라면 1800칼로리(200g x 9칼로리)라는 가공할 만한 열량이 나오겠지만, 실제로 삼겹살 무게에 수분이 상당량 포함된 것을 고려하면 1인분의 칼로리는 700칼로리 전후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래도 이는 통상적으로 밥 두 공기가 넘는 상당한 열량입니다. 다섯 시간 이상 걷거나 한 시간 넘게 쉬지 않고 수영을 해야 태울 수 있는 칼로리입니다.


삼겹살 NO, 삼겹지방 OK

삼겹살이 몸에 나쁘니 절대 먹지 말자고 광고하기 위해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삼겹살의 영원한 팬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저는 한국에 살 때 비싼 쇠고기를 많이 먹어보지 못해서 미국에 오면 실컷 먹을 것이라 생각했고, 역시 미국에 오니 쇠고기나 돼지고기나 값이 거의 비슷했습니다. 그런데도 지금은 결국 삼겹살만 먹고 삽니다. 쇠고기 구워먹기가 질리기도 했지만 삼겹살의 감칠맛을 잊지 못해서입니다.


하지만 말은 바로 해야 합니다. 이름은 그 객체를 규정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붙여진 이름에 따라서 사람의 인식이 달라집니다. 우리가 삼겹살을 ‘살’로 부르는 이상, 비만인구 30퍼센트 시대를 넘어 40퍼센트 시대로 가는 이 상황에서도 삼겹살은 계속 ‘살’로 대접받으며 지방 칼로리 90퍼센트의 본색을 속일 것입니다. 이제는 삼겹살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줘야 합니다. 저는 삼겹살을 그 본체 그대로 ‘삼겹지방’으로 부르기를 제안합니다.

그리고 건강을 위해서라도 삼겹지방으로 한 번 회식하면 돼지 목살이나 등심, 다리살로도 한 번은 회식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삼겹지방 수입이 한 해 거의 10만 톤이라고 하는데 세계 각국에서 천대 받는 삼겹지방이 유독 우리나라로만 몰려드는 것도 기분이 좋지 않고, 외화낭비도 너무 안타깝습니다. 돼지고기가 골고루 소비되어야 돼지 축산 농가도 살고 국민 건강도 삽니다. 삼겹지방이 서민들에게 오랫동안 영양보충의 원천이 되어왔고 고된 일과후의 회식문화와 어우러지면서 한국인에게 인식된 각별한 의미를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국민들의 삼겹살 사랑을 충분히 이해하기에 삼겹지방으로 이름을 바꾸자고 제안하면서 삼겹지방의 본색을 드러내려니 매우 부담되고 큰 용기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한국에 살 때 시장에 가서 고기를 사본 적이 있는데 삼겹지방과 비교해서 돼지 다리살이 엄청 싼 것에 깜짝 놀랐습니다. 전국민 비만시대와 삼겹살 수입시대가 되면서 삼겹지방은 이미 그 의미를 잃었어야 했습니다. 돼지고기가 필수 아미노산과 미네랄이 풍부한 건강식이라는 것은 많이 들어보았겠지요. 그런데 삼겹지방에는 진정한 의미의 돼지고기가 20퍼센트밖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이제 서민의 벗은 수입산 삼겹지방이 아니라 국내산 돼지 다리살과 목살이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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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사의 건강백신 고수민 저 | 북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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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고수민

1996년 원광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2000년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에서 레지던트로 근무하였다. 2005년 도미, 현재 Montefiore Medical Center에서 재활의학과 의사로 근무 중이다. 미국 의사시험(USMLE)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축적한 정보를 공유하고자 티스토리에 블로그 〈뉴욕에서 의사하기〉를 개설하였다. 의학정보, 영어공부법, 재테크 등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겪은 다양한 이야기가 블로거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단기간 방문자 1천만 명을 돌파, 2008년 포털 사이트 다음(Daum) 블로거 기자 상을 받았다.
그는 총 4개의 전공을 거친 특이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2000년 삼성서울병원에서 가정의학과 전문의를 취득한 후 2005년 미국으로 건너가 내과 수련을 시작했으며, 2007년 재활의학으로 전공을 바꿀 때에는 이미 배운 인체 내부의 지식에 더해서 인체 바깥 부분을 담당하는 근골격계를 새로 배움으로써 의학지식을 완성하겠다고 생각했다. 그 후 3년의 과정을 마치고는 근골격계 증상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통증을 더 배우고 싶어 통증의학 전문의 과정까지 마쳤다. 그는 4년으로 끝났을지도 모르는 수련 생활을 11년가량 거치고 보니 환자들이 가진 여러 개의 질환을 서로 연결하여 볼 줄 아는 시각이 생기게 되었다고 말한다. 『뉴욕의사의 건강백신』에는 그런 종합적인 시각이 담겨있다.
『뉴욕의사의 건강백신』은 백과사전처럼 모든 질환을 골고루 정리해주기보다는 누구나 반드시 알아야 하는 건강 상식을 최대한 풀어서 설명하고 포인트를 거듭 강조해서, 책 한 권을 읽는 동안 머릿속에 각인되도록 했다. 저자의 글은 동네 아저씨처럼 친절하면서도 촌철살인의 명쾌한 진단과 처방, 직접 겪은 환자들의 생생한 사례들로 많은 블로거들의 사랑을 받았다.
2003년 카플란 학원 USMLE 설명회 강사, 2005년 GMES 미국의사시험 전문 학원, 서울 메디컬스쿨 USMLE 강사, 2005년 서울 상덕의원 부원장, 2007년 St. Mary's Health Center, St Louis, Missouri, Internal Medicine , 2008년 USMLEMASTER.com USMLE 설명회 강사를 역임하고 현재 Albert Einstein College of Medicine, Montefiore Medical Center, New York, Physical Medicine and Rehabilitation 에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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