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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플렉스 덩어리 한국 사회에서 상처받지 않고 사는 법

우리 삶을 괴롭히는 한국 사회의 12가지 콤플렉스 넘어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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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한국인은 왜 힘들고 불행하다고 느낄까? 무엇이 우리의 행복을 가로막는 걸까? 여러 정치ㆍ경제ㆍ사회적 원인이 있겠지만 그것을 분석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는 것은 내 영역과 능력 밖인 것 같다. 이 책에서는 다만 내가 배운 심리학 지식으로 한국인의 심리, 특히 한국인을 괴롭히는 콤플렉스를 들여다봄으로써 한국인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원인을 찾아보고 심리적인 처방을 할 뿐이다.



모두 아픈 대한민국

나는 한국이 좋다. 세상 어딜 가도 이만한 자연이 없고, 이만큼 친절한 관공서와 경찰도, 이만큼 정 많고 똑똑하고 잘생긴 국민도 없다. 물론 문제도 많다. 개인들이 무기력감을 느낄 만한 모순과 정의롭지 못한 점투성이다.

다 아는 얘기지만, 불과 40~50년 전까지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위험한 나라였다. 어릴 때 미국에서 온 교포 아이 앞에서 한없이 주눅 들었던 기억이 난다. “한국은 너무 더럽고 못살아서 싫어. 사람들도 지저분하고 무식하고…”라고 했을 때, 어린 나는 이 나라가 부끄럽고 나 자신이 초라해 보여, 왜 하필이면 한국 같은 나라에서 태어났는지 정말 운도 없다고 생각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만나는 외국인마다 같은 동양인 일본이나 중국은 장구한 문화의 나라로 여기면서 한국에 관해서는 전쟁과 분단만 언급해 속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을 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다. 문화든 기술이든, 이제 한국인이 자랑스럽다고 말해도 자연스럽고 당연한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러나 급작스러운 성장에 따른 그림자 역시 커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이 남과 비교하며 만들어 가는 병적 질투심이다. 기왕이면 앞서 가야 한다, 남보다 뒤처지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은 강박증처럼 사람들을 괴롭힌다. 사교육 열풍, 부동산 광풍, 조기 유학, 명품병, 호화 결혼식, 과다 혼수 등의 뿌리에는 이런 샘 부리는 마음이 숨어 있다. 샘이 많으면 미숙하고 속이 좁아 주변과 문제를 일으킨다. 사사건건 질투하는 사람이 많은 사회는 갈등도 심각하다. 불만이 많으니 말도 많고, 탈도 많다. 크고 작은 싸움도 자주 일어나 서로 상처를 주고, 너 나 할 것 없이 내가 희생자라고 주장한다. 나쁜 일이 일어나면 먼저 남 탓부터 한다.

서로에 대한 비난과 경쟁에 지친 한국은 모두가 괴로운 지옥 같아 보일 때가 있다. 교육비 때문에, 취직 때문에, 결혼 비용 때문에, 물가 때문에, 보장되지 않은 노후 때문에, 사람들은 죽겠다고 말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10대부터 노인까지 모두 내가 제일 아프다고 아우성인 듯하다.

도대체 한국인은 왜 힘들고 불행하다고 느낄까? 무엇이 우리의 행복을 가로막는 걸까? 여러 정치ㆍ경제ㆍ사회적 원인이 있겠지만 그것을 분석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는 것은 내 영역과 능력 밖인 것 같다. 이 책에서는 다만 내가 배운 심리학 지식으로 한국인의 심리, 특히 한국인을 괴롭히는 콤플렉스를 들여다봄으로써 한국인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원인을 찾아보고 심리적인 처방을 할 뿐이다.


한국인의 숨은 동력, 콤플렉스

분석심리학에서 말하는 콤플렉스(complex)는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열등감과는 다른 개념이다. 콤플렉스는 무엇이 모자라거나 넘치는 외적 조건보다 더 깊숙하게, 우리의 무의식과 의식을 휘두른다. 과거의 아픈 기억, 현재의 해결되지 않은 상황, 미래에 대한 걱정, 마음과 몸의 불편한 조건들과 연결되기도 한다.

예컨대 모성 콤플렉스는 어머니의 자궁에서부터 무덤까지 모두 관련 있다. 어머니 생각을 하면 지나치게 슬프고, 짠하고, 화나고, 행복하고, 머리가 아프고, 피곤해진다면 모성 콤플렉스에 빠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콤플렉스가 반드시 병적인 것은 아니다. 모성 콤플렉스 때문에 사람들은 위대한 의사도, 간호사도, 교육자도 될 수 있다. 사실 돈 콤플렉스가 없다면 절대 부자가 될 수 없고, 권력 콤플렉스가 없으면 높은 지위에 올라갈 수 없다. 이 책에서 한국인의 콤플렉스를 다루는 것도 콤플렉스가 한국인의 발전에 긍정적인 동력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콤플렉스는 우리를 괴롭히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를 성장시킨다. 콤플렉스를 억압하고 부정하기보다는 이해하고 극복할 때 새로운 삶의 에너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인에게 여러 가지 콤플렉스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뜻으로 이해해 주기 바란다.

융 심리학에서 지향하는 궁극의 목적은 내면의 참 자기를 찾는 ‘개성화(individuation)’이다. 개성화란 주변 상황이나 집단적인 흐름 또는 대세에 동조하기보다는 참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관심을 갖고, 자기 내부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가치대로 사는 것을 의미한다. 융은 자신의 내면으로 깊이 들어가 무의식을 들여다보고 작업해야 개성화를 성취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작업은 결코 수월한 것이 아니어서, 일생을 다 바쳐도 부족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은 외적으로 관찰되기보다는 내면에서 은밀히 일어나기 때문에 때론 아주 특별하고 신비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의 오해와 달리, 개성화 과정은 자신의 내면에서만 일어나고 그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개성화 과정을 통해 누린 행복을 주변과 나누어야 한다고 융도 말했다. 주변이란 크게 보면 인류이고, 작게 보면 가까운 가족과 친지일 수 있다. 그리고 개성화 과정은 산에 가서 굴을 파고 혼자 벽을 보는 도사의 기이한 수행 같은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하고, 출근해서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하고, 일이 끝나면 자기 발전을 위해 공부하는 등 아주 평범한 일상 하나하나도 개성화의 일환일 수 있다.

융이 말하는 인류도 크게 보면 지구촌 전체의 인간이라는 종이지만, 그 범위는 때론 한국인, 서울 사람, 자신이 속해 있는 종교 집단, 직업군 등 다양한 형태의 집단을 아우를 수 있다. 개성화 과정을 주변 사람을 포함해 이웃과 나누기 위한 첫 번째 단계가 ‘관심’이다. 하이데거식으로 말하면 ‘마음 씀’이고, 레비나스식으로 말하면 ‘타자에 대한 배려’다. 가족이든 친구든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그 대상이 과연 어떤 생각과 감정으로 행동하는지 궁금해지는 게 당연하다. 크게 보면 조국과 인류에 대한 사랑도 그런 궁금함에서 나와야 한다. 무조건 “난 우리나라가 싫어” 혹은 “우리나라가 최고야” 할 게 아니라 내 나라 사람들이 도대체 어떤 생각과 감정이 있기에 이런 행동을 하는지 궁금해야 한다.

상대방에 대해 열린 태도로 이해하려 하지 않는 한 사랑은 시작되지도 지속되지도 않는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해 상대방을 알아 가는 과정에서 점점 더 이해가 깊어지고, 또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가 생기면 다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사랑이 깊어진다. 그리고 사랑은 내 가족뿐 아니라 내 이웃, 내 민족, 지구촌의 모든 생명체에게 실천되어야 한다.


한국인의 집단정신을 그려 보다

숲을 바라보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숲 전체를 조망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숲 속 나무와 꽃들을 하나하나 살피는 것이다. 이 책을 집필하면서 나는 한국이라는 큰 숲을 보고 싶었다. 물론 나무와 꽃을 하나씩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의 능력이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인생을 다 바쳐도, 숲 속의 모든 풀과 꽃과 나무와 돌을 동시에 완벽하게 볼 수는 없다. 욕심을 부려서 나는 숲을 좀 더 큰 덩어리로 보는 쪽을 택했다. 한국인의 심리를 좀 더 큰 단위로 관찰하자는 것이다.

물론 전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한국인만의 특별한 마음이 존재한다고 단정 지어 말할 수는 없다. 특히 세계화 시대다 보니, 한국인 중에는 서유럽 사람보다 더 유럽적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19세기 조선 사람보다 더 보수적인 사람도 있다. 각자가 자기 편한 대로 때론 서양적, 때론 동양적, 때론 근대적, 때론 중세적, 심지어 원시적으로 바뀌기도 한다. 그래서 한국인을 한 덩어리로 이렇다 하고 이야기하면 일반화와 단순화의 오류에 쉽게 빠지고 만다.

해서, 한국인은 이렇다고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설화나 역사, 문학 작품 등 문서는 물론 최근의 언론과 임상 케이스들을 모두 동원해 한국인의 집단정신 중 한 부분을 유추해 보는 것으로 이 책의 방향을 제한하고자 한다. 전통적인 풍속과 인물들이 현재 한국의 정신과 문화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또 외국의 문화적 충격이 현재 사회에는 어떤 식으로 침윤되어 왔는지 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 책은 정통적인 의미의 연구서가 아니다. 그런 책은 독자도 재미없겠지만, 글을 쓰는 나 자신도 재미가 없다. 내 삶의 원칙 중 하나가 ‘기왕이면 인생을 재미있게 살자!’다. 내 평범한 얼굴처럼 글도 쉽고 편안하게 쓰려고 했다. 그러니 독자들도 편한 마음으로 읽어 주기를 바란다.

이미 눈치챈 독자도 있겠지만, 이 책의 제목은 포퍼의 저서 《열린사회와 그 적들》의 패러디다. 공부의 배경은 다르나, 어떤 폐쇄적 전체주의도 반대한 포퍼의 생각은 내가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바와도 일맥상통한다. 한국 사회가 보다 창조적이고 열린 사회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힐링 열풍과 함께 죽겠다, 아프다, 떠드는 사람들도 있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대부분의 한국인은 자기에게 주어진 운명을 묵묵히 견디며 힘들어도 열심히 산다. 어느 나라처럼 총으로 무고한 사람들을 쏘아 대지도 않고, 스스로 자살 폭탄이 되는 일도 없다. 밤새 더러워진 거리도 새벽이면 말끔히 치워지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열몇 시간의 공부와 노동을 조용히 감내한다. 이런저런 어려움이 많겠지만 수천 년 동안 그랬듯이 한국인들은 앞으로도 주어진 운명을 잘 개척해 나갈 것이다. 그렇게 견디는, 이름 없지만 훌륭하고 멋진 사람들에게 이 책이 미력하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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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와 그 적들 이나미 저 | 추수밭
이 책은 물질, 교육, 가족, 집단 등 한국 사회에 깊게 자리한 콤플렉스들을 통찰한다. 저자는 콤플렉스가 반드시 부정적인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돈 콤플렉스가 없으면 절대 부자가 될 수 없고, 권력 콤플렉스가 없으면 높은 지위에 올라갈 수 없다. 즉 콤플렉스는 잘만 활용하면 삶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한국인의 콤플렉스를 다루는 것도 콤플렉스가 한국인의 발전에 긍정적인 동력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나도 모르게 내면화한 한국 사회의 콤플렉스들을 제대로 알고 나면, 비로소 진짜 내 삶, 나만의 행복을 찾는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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