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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 엎지른 팝콘을 5초 만에 비우는 갈매기들

마켓 광장의 약탈자 : 카우파토리(Kauppatori) 갈매기로부터 나를 보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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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갈매기가 비둘기보다 흰색을 띄므로 주변 경관과 어우러지는 색감의 구성에 있어서는 보다 훌륭하다고 하겠으나 그 크기가 비둘기의 2~3배는 되는 탓에 머리 위로 날아오를 때마다 히치콕의 <새>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말인즉슨 약간의 공포심이 생긴다는 것이다. 비둘기의 경우처럼 ‘이’를 머리 위로 뿌릴지도 모른다거나 하는 류의 공포가 아니라 정말로 공격당할지도 모르겠다는 느낌말이다. 으악! 내 머리는 생선이 아니다! 해야 할 것 같은.


카우파토리(Kauppatori)는 에스플라나디 길의 끝에 있는 광장이다. 다양한 과일과 꽃, 생선류를 요리해서 파는 포장마차, 각종 기념품과 수공예품들을 파는 상점이 모여 있는, 말 그대로 ‘마켓’ 광장. 아마도 헬싱키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곳이 아닐까 싶다.

과일은 이곳 물가에 비해 싼지 모르겠으나 남유럽에 비한다면 망설여지는 가격. 유명하다는 생선튀김과 연어구이, 수프 등을 파는 포장마차에서 적당한 가격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순록고기를 미트볼로 만들어 같이 파는 곳도 있고 핫도그나 각종 튀김류, 사프란으로 물들인 밥을 함께 팔거나 감자를 내놓는 등 가게마다 조금씩 나름의 특색이 존재한다. 시장의 가장 초입에 있는 포장마차가 가장 비싼 가격을 자랑하니, 쭉 스캔을 하면서 조금 들어가서 사먹어보는 것이 낫겠다. 사실, 여기서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니 먹어보는 것이긴 한데 모둠 한 접시에 나오는 음식 각각의 퀄리티가 크게 높지는 않다. 허나 어디서 또 이런 것을 먹어보겠는가. 왔으니 한 번은 꼭 먹어봐야 한다. 수세미양의 격언이 그 맛을 명쾌하게 표현해준다.

“밥에서 담뱃재 맛이 나.”

담뱃재를 언제 먹어본 적이 있었겠느냐마는(실은 수세미양은 누군가 먹다 남긴 음료의 캔에 떨어놓은 담뱃재를 마셔본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아마도 상상은 가능하지 싶다. 그렇다고 담뱃재를 연신 우걱우걱 씹는 정도의 맛은 아니다.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남기지 않고 다 먹어치웠으니까. 멸치보다 조금 큰 생선튀김을 들고 잠시 넋을 놓았다가는 용맹한 갈매기에게 갈취당할 수 있으니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가서 먹지 않을 양이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갈매기는 생각보다 큰 조류니까 위협적이기가 상당한 수준이다.


포장마차의 행렬을 지나면 기념품과 각종 물건들의 노점이 줄지어 나타난다. 그곳에서 다양한 기념품들을 탐해보는 것도 아주 즐거운 일이다. 정말이지 상상 밖의 물건들을 만날 수도 있으니까. 예컨대 순록의 머리라든지 북극곰의 껍질이 아닌가 의심되는 패브릭 같은. 게다가 자석으로 자아를 실현하는 공예가들을 만날 수 있으니, 퀄리티 좋은 기념품 자석을 획득할 수도 있다.


그나저나, 갈매기가 도처에 날아다닌다. 그러고 보니 익숙한 비둘기가 보이질 않는다. 그 두 종족은 개미와 바퀴벌레처럼 공존하기 힘든 것일지도 모르겠다. 본디 비둘기가 있어야 할 자리를 당당히 차지한 갈매기를 구경하며, 생애 처음으로 갈 곳을 잃은 비둘기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실없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야외 마켓에서 인간들이 섭취하는 어류를 납치하는 용맹하고 성격 급한 갈매기는 그 그림상으로 매우 다이나믹하고 재미있으며 어울리는 광경이다. 도심에 있는 캄피 광장의 벤치에 앉아 있던 커플이 실수로 엎지른 팝콘 반 통을 5초 만에 흔적도 없이 청소하는 모습은 꽤나 낯설 뿐더러 장관이기까지 하다. 갈매기는 새우깡뿐 아니라 팝콘도 상당히 좋아하는 눈치다. 공원의 잔디밭, 가로등, 건물의 테라스… 비둘기가 있을 법한 곳은 어김없이 갈매기가 장악하고 있다.

대체로 갈매기가 비둘기보다 흰색을 띄므로 주변 경관과 어우러지는 색감의 구성에 있어서는 보다 훌륭하다고 하겠으나 그 크기가 비둘기의 2~3배는 되는 탓에 머리 위로 날아오를 때마다 히치콕의 <새>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말인즉슨 약간의 공포심이 생긴다는 것이다. 비둘기의 경우처럼 ‘이’를 머리 위로 뿌릴지도 모른다거나 하는 류의 공포가 아니라 정말로 공격당할지도 모르겠다는 느낌말이다. 으악! 내 머리는 생선이 아니다! 해야 할 것 같은.

이곳은 사람들보다 갈매기들이 훨씬 조바심 내며 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어쨌거나 헬싱키의 파란 하늘, 흰 구름과 금발의 인간들과 흰 갈매기는 제법 아름다운 조합이긴 하다. 갑자기 우리 동네 ‘갈매기 조나단(죄송합니다. 고깃집입니다)’도 떠오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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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처럼 김나율 저/이임경 사진 | 네시간
디자이너이며 보통의 여행자인 두 저자가 핀란드 헬싱키, 스웨덴 스톡홀름, 덴마크 코펜하겐 세 도시로 북유럽 여행을 떠났다. 여정에 얽힌 유쾌한 이야기, 먹고 즐기고 쉬기에 유익한 정보 등 여행지로서의 북유럽을 담으며 그들의 공간뿐만 아니라 디자인을 필두로 독특한 문화와 날씨, 물가 등 다양한 관심 키워드를 다룬다. 보통의 일상을 잠시 멈추고 적당히 놀며 쉬며 접하는 북유럽 사람들의 사는 방식을 통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북유럽 스타일의 감성으로 삶을 덜어내고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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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나율, 이임경(사진)

김나율
드라마 작가와 음악가와 월세 집 주인을 최고 동경하고
처녀 귀신, 생 굴, 날아오는 공이 제일 무섭고
오로라, 한 겨울 사우나, 피오르를 만나러 가고 싶고
디자인, 산수, 집안일이 너무 두렵고
이제 막 맥주와 커피의 맛을 좀 알 것 같은
대체로 무익하지만 가끔은 유익하게 사는 적당한 사람.
서울대 디자인학부 졸업. 싸이월드, LG 전자 근무. 현 프리랜서 모바일 GUI 디자이너.

이임경
점토의 말캉말캉함과 희뿌연 흙먼지, 흐르는 땀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좋아 도자기를 한다.
가장 맑게 그리고 거침없이 꿈꾸는 열아홉과
함께할 수 있어 수업시간은 늘 기대된다.
안목바다의 수평선 같은 조용하고 담백한 사진은
설렘을 주고 흙 작업을 하며 한껏 벌린 설거지거리를
예쁜 수세미로 닦는 시간은 무척이나 좋아하는 순간 중 하나다.
여행은 ‘진짜’ 나를 마주하게 한다.
서울대 디자인학부, 공예대학원 졸업, 도자 공예가.
현 선화예고, 남서울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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