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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버스터 영화처럼 생생한 금융 시장의 음모

영화 같지만 사실에 바탕을 둔 이야기 흡입력 강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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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작가 자신이 밝혔듯, 무엇보다 ‘재미’를 우선으로 둔 작품이다. 다소 상투적이지만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방불케 하는’이라는 표현은 『트레이더』에게 딱 어울린다. 중국, 한국, 미국, 스페인, 칠레 등 세계 각지를 종횡무진 오가며 숨가쁘게 전개되는 이야기는 작가가 이 작품의 영화화를 기대하고 쓴 듯한 느낌을 준다.

시댁보다 무서운 주식

 

이웃에 금실 좋은 부부가 있었다. 돌연 이혼을 했다. 남편이 퇴직금을 비롯해 끌어 쓸 수 있는 돈은 다 동원해서 주식을 했다고 한다. 이들이 어떻게 파경에 이르게 됐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주식으로 패가망신한 사연은 우리 주변에 흔히 널린 이야기니까. 정보에서 절대적으로 약세인 개인이 주식을 비롯한 금융시장에서 돈 벌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많은 사람이 금융시장에 뛰어든다. 

 

금융시장은 치열한 전쟁터다. 한순간의 머뭇거림이 이익으로 이어지기도, 손실로 전락하기도 한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가격 변동은 경기 흐름을 자연적으로 반영할 때도 있지만, 작전 세력이 의도적으로 왜곡한 결과일 수도 있다. 장현도 작가가 쓴 『트레이더』(전 2권)는 바로 이 작전 세력을 다룬 소설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처럼 재밌다

 

이 소설은 작가 자신이 밝혔듯, 무엇보다 ‘재미’를 우선으로 둔 작품이다. 다소 상투적이지만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방불케 하는’이라는 표현은 『트레이더』에게 딱 어울린다. 중국, 한국, 미국, 스페인, 칠레 등 세계 각지를 종횡무진 오가며 숨가쁘게 전개되는 이야기는 작가가 이 작품의 영화화를 기대하고 쓴 듯한 느낌을 준다. 다만 주인공인 최도후와 벤 힐러의 심리나 언행을 묘사하는 대목은 다소 밀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최도후는 비합법적 사금융회사인 ‘부티크’에서 맺은 악연으로 음모에 휘말린다. 세계 원자재 가격에 대한 통제권을 쥐려는 미국 금융투자 회사의 작전에 동참하는 일이다. 거대 철강회사를 모기업으로 한 투자 회사에서 작전을 진행하는 사람이 바로 벤 힐러. 벤 힐러는 최도후가 자신들의 작전에 방해꾼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를 뒤쫓기 시작한다.

이야기 중심에는 ‘작전’이 있다. 석유나 구리와 같은 원자재나 주식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시세 차익을 위해 수급의 법칙을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세력이 있다. 이들은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상품의 가격을 올리기도, 내리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주로 피해를 보는 것은 정보가 부족한 개인이다.

 

영화 같지만 사실에 바탕을 둔 이야기

 

작전 세력이 금융시장에서 변수가 아니라 상수라는 점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고 박용하가 주연한 영화 「작전」에서도 다뤄진 바가 있다. 「작전」이 한국 주식 시장을 소재로 했다면, 『트레이더』는 세계 금융시장을 무대로 한다. 소설에는 다양한 흥밋거리가 등장한다. 금융시장을 주도하는 미국의 투자회사, 이를 공격하는 중국의 해커, 방해자를 처단하기 위해 고용된 청부살인자. 세계는 넓고 작전은 많다.

 

이렇게 보면 소설 『트레이더』는 금융에 대한 지식이 조금이라도 있는 독자를 대상으로 한 것 같다. 그렇지 않다. 금융 지식이 없어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금융 이야기는 잠시 등장하고 1권 후반부와 2권 전체에 걸쳐 전개하는 주된 이야기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다. 주인공 최도후의 활약은 올해 최고 흥행 영화였던 「도둑들」에 나오는 배우의 연기를 연상하게 한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액션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이 소설은 작가의 실제 삶을 어느 정도 반영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비합법적 금융회사 부티크에 대한 묘사는 저자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했다. 금융시장을 둘러싼 암투를 묘사한 대목도 금융업계에 종사했던 작가의 삶이 있기에 가능하다. 한 마디로, 이 소설은 영화 같지만 사실에 꽤 근접한 이야기다.

 

일단 재미있게 읽자

 

지금 이 순간에도 좀 더 많이 가지기 위한 작전은 계속되고 있다. 그 와중에 누군가는 잃고 누군가는 얻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소설은 당위론적 해석을 내리지는 않는다. 작가의 말에서도 밝히듯, 금융시장을 흐리는 투기 세력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게 저술 동기는 아니다. 인간의 탐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금융시장을 소재로 이야기를 최대한 재미있게 꾸미는 게 저자의 목표. 그러므로 독자도 영화만큼 재미있는 이 소설을 즐겁게 읽으면 된다.

 

장현도 작가의 작품 분위기는 김진명 작가의 그것과 분위기가 비슷하다. 문장에 멋을 부리지 않으면서 이야기 중심으로 작품을 완성했다. 김진명 작가가 이 소설에 대한 추천평을 써 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으리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느낌의 소설을 찾는다면 이 소설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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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더 장현도 저 | 새움
작가 장현도는 오랜 습작기를 거쳐 신춘문예나 문예지로 등단하는 문청과는 거리가 멀다. 놀랍게도 단행본 두 권 분량의 이 소설 『트레이더』는 그가 처음으로 쓴 소설이다. 그는 소설 속에도 나오는 비합법적 사금융업체 ‘부티크’를 설립하여 큰돈을 벌기도 했던 금융 전문가 출신이다. 그 시절에 대해 스스로 "돈과 탐욕의 노예"라고 칭하는 그는 보다 생산적인 삶을 위해 '이야기'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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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손민규(인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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