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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내쉰 공기, 내가 들이마실 확률은?

괴테의 마지막 날숨을 당신이 들이마시고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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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의 마지막 날숨은 그의 골수팬들에게 향기롭기 그지없는 기체일 것이 분명하다(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는 꺼림칙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데 그 기체는 어디로 갔을까? 지금 우리가 여기에서 들이쉬는 공기 속에는 과거에 괴테가 내쉰 분자가 들어 있을까?

“빛을 더 밝혀줘!”

요한 괴테는 마지막 숨을 내쉬기에 앞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곧이어 그 위대한 독일 시인은 영원히 잠들었다.

괴테의 마지막 날숨은 그의 골수팬들에게 향기롭기 그지없는 기체일 것이 분명하다(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는 꺼림칙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데 그 기체는 어디로 갔을까? 지금 우리가 여기에서 들이쉬는 공기 속에는 과거에 괴테가 내쉰 분자가 들어 있을까? 이런 질문 앞에서 철학을 할 수도 있겠지만 계산을 할 수도 있다. 계산을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지만 말이다. 아무튼 기본적인 수치 몇 개만 알면, 그리 어렵지 않은 계산을 통해 위의 질문에 답할 수 있다.

일부 독자들은 학교에서 배운 ‘몰 mol’이라는 단위를 아직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몰은 물질의 양을 나타내는 단위인데, 1몰은 분자 ‘6*10(23승)’개, 즉 600000000000000000000000개와 같다. 물질을 이루는 아주 작은 요소인 분자를 다루려면 몰을 비롯한 특별한 단위들이 필요하다.

종류와 상관없이 무릇 기체 1몰이 평범한 대기압에서 차지하는 부피는 25리터다. 사람의 날숨-예컨대 괴테의 마지막 날숨-은 부피가 약 1리터이므로, 그 양은 1/25몰, 즉 분자 ‘2.4*10(22승)’개와 같다. 사람은 평균적으로 1분에 20회 날숨을 뱉으므로, 83년(괴테는 83세까지 살았다) 동안 뱉는 날숨은 ‘20*60*24*365*83=872496000회’다. 이 많은 날숨을 분자의 개수로 따지면, 총 ‘2*10(31승)’개다(이 개수는 개략적인 근사계산의 결과다. 괴테는 상당히 많은 분자를 두 번 이상 내쉬었을 것이 분명하다. 특히 밤에 창을 닫고 잘 때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계산은 이 점을 감안하지 않았다).

괴테가 죽고 난 후 지구의 공기는 아주 잘 뒤섞였고 따라서 괴테가 내쉰 분자들이 어디에나 골고루 퍼졌다고 전제하자. 이것은 충분히 받아들일 만한 전제다. 지구에는 얼마나 많은 공기가 있을까?

내가 어딘가에서 읽은 바에 따르면, 지구의 공기 총량은 ‘5*10(21승)’그램이다. 그리고 공기 1몰의 무게는 약 30그램이다. 따라서 지구에 있는 공기의 총량을 몰 단위로 계산하면, 이 나온다. 이 양을 다시 분자의 개수로 따지면, 무려 ‘10(44승)’이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수가 나온다.

이제 최종 계산에 필요한 수치들이 전부 확보되었다.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지금 우리가 여기에서 들이쉬는 공기 속에는 과거에 괴테가 내쉰 분자가 몇 개나 들어 있을까?







<수식이 그리운 독자들을 위한 tip>

우선 지구에 있는 공기 분자의 개수를 괴테가 평생 내쉰 분자의 개수로 나누자. 그 결과는 이다. 이는 지구에 있는 공기 분자 5조 개 중 하나는 괴테가 언젠가 내쉰 분자라는 것을 뜻한다. 더 나아가 공기 분자 중 하나는 괴테의 마지막 날숨에 들어 있던 분자다.


그런데 우리는 과거의 괴테와 마찬가지로 숨을 한 번 들이쉴 때 공기 분자 2.4*10(22승)개를 빨아들이므로, 그 분자들 속에는 괴테가 언젠가 호흡한 분자가 , 괴테가 삶을 마감하면서 내쉰 분자가 평균 들어 있다.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우리가 매번 들이쉬는 공기 1리터 속에 괴테가 마지막으로 내수니 분자 여섯 개가 들어 있다! 그러니 항상 경건한 마음으로 호흡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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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시트콤 크리스토프 드뢰서 저/전대호 역/이우일 그림 | 해나무

이 책은 공식을 발견하거나 이론을 정립한 수학자 이야기나 수학의 역사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흥미진진하고 솔깃한 스토리텔링형 수학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TV 드라마나 시트콤을 볼 때처럼 자신도 주인공과 함께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소금물의 농도나 주사위의 확률 따위가 아닌 우리가 살아가면서 정말 궁금한 것들을 한 편 한 편의 실감나는 이야기로 재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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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크리스토프 드뢰서 Christoph Drosser

독일의 주간지 《디 차이트 Die Zeit》의 과학 담당 편집자로, 1997년부터 일상적인 속설에 관한 과학 칼럼 <맞아요? Stimmt’s?>를 연재했다. 이 칼럼은 책으로도 엮여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현재 독일의 공영방송사 NDR의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방송되고 있다. 드뢰서는 일상 속 수학을 다룬 《수학 시트콤 Der Mathematikverfuhrer》으로 독일에서 수학 신드롬을 일으켰으며, 2008년에 독일수학협회로부터 언론인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질문을 쏟아놓는 방법 Wie fragt man Locher in den Bauch?》 《무한도전 신비한 수학탐험 Wie groß ist unendlich?》 《일기예보, 믿을까 말까? Das Lexikon der Wetterirrtumer》(예르크 카헬만 공저) 《치마가 짧아지면, 경제는 성장한다 : 현대의 미신들 Wenn die Rocke kurzer werden, wachst die Wirtschaft. Die besten modernen Legenden》 《음악을 아세요? Hast du Tone?》 등이 있다.

수학 시트콤

<크리스토프 드뢰서> 저/<전대호> 역/<이우일> 그림15,300원(10% + 5%)

독일의 유명한 과학 칼럼니스트인 저자 크리스토프 드뢰서는 《수학 시트콤(원제 : Der Mathematikverf?hrer)》에서 드라마 같은 설정으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고는 그 속에서 생각지도 못한 수학을 이끌어낸다. 원래 수학의 기초는 일상에서 비롯된 것! 수많은 수학 공식은 과거 언젠가 실용적인 문제들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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