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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콘서트] “영화 <코리아> 만든다고 했을 때 감독에게 화낸 이유는…” - 현정화 감독

“영화 <코리아>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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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화 탁구감독과 함께한 세 번째 희망콘서트는 이색적인 장소에서 열렸다. 용산 CGV의 영화 <코리아> 상영관에서 이루어진 만남이었다. 덕분에 희망콘서트에 초대된 YES24의 회원들은 현정화 감독을 비롯한 영화감독 문현성, 배우 김재화, 최윤영과 함께 영화를 관람하는 행운을 누렸다.

현정화 탁구감독과 함께한 세 번째 희망콘서트는 이색적인 장소에서 열렸다. 용산 CGV의 영화 <코리아> 상영관에서 이루어진 만남이었다. 덕분에 희망콘서트에 초대된 YES24의 회원들은 현정화 감독을 비롯한 영화감독 문현성, 배우 김재화, 최윤영과 함께 영화를 관람하는 행운을 누렸다.

영화가 끝난 뒤 현정화 감독의 희망콘서트가 시작되었다. 자리를 빛내준 문현성 감독과 출연배우들도 함께했다. 이 날 우리가 만난 이는 탁구감독 현정화가 아닌 21년 전의 탁구 여왕 현정화였다. 그는 자신이 리분희 선수와 함께 작은 통일을 이루어냈던 시간 속으로 우리를 초대했다. 그 시간들 속에서 모두가 가슴 벅차하고, 또 가슴 아파했다.


우승을 한 당시에 정말 통일을 이룬 것 같은 마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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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과 영화사 대표님께서 이 사건을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찾아 오셨을 때 제가 막 혼내켰어요. 왜 이제 오셨냐고(웃음). 이렇게 좋은 소재를 썩혀 두셨다가 왜 이제 찾아오셨냐고 혼내키면서 한편으로는 뒤에서 좋아서 웃었어요. 이 영화를 보시면 분명히 마음에 울림이 있어서 통일에 대한 생각을 하시게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진정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영화로 만들겠다고 하셨을 때 너무 좋았습니다.”

자신과 리분희 선수가 나누었던 우정과, 함께 이룬 기적에 대한 이야기가 영화화된다고 했을 때 첫 번째로 든 생각은 ‘탁구를 소재로 한 영화가 나오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탁구인으로서의 바람이었고 기쁨이었다. 뒤이어 떠오른 것은 당시의 경험이었다. 그들이 공유한 시간과 과정들, 그 끝에서 느낀 감동까지. 그 이야기가 영화화되었을 때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하고 기대했다.

“그 때 제가 스물한살이었어요. 저희가 우승을 할 수 없는 실력이었고, 중국을 이기겠다는 생각을 못했었어요. 그런데 같이 하면서 두 팀이 하나의 팀이 되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리고 우승을 한 당시에 저는 정말 통일을 이룬 것 같은 마음이었어요. 영화를 만드는 2년 내내 ‘이 영화가 정말 잘 돼서 많은 사람들한테 통일의 염원을 심어줄 수 있는 불씨가 됐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됐구요. 그 시간동안 계속 리분희 선수를 생각하다 보니까, 원래는 별로 안 보고 싶었는데(웃음) 더 보고 싶은 거에요. 그래서 꼭 한 번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이 이야기를 다시 들었을 때
실제 인물들이 느꼈던 감정이 너무 크게 다가왔어요.





희망콘서트에서 현정화 감독이 영화 <코리아>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결국 ‘사람’이었다. 그는 통일을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정치적이거나 이념적인 성격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을 뛰어넘는, 그 안의 사람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문현성 감독 역시 마찬가지였다.

문현성 감독 : 보통 스포츠 시합을 하면 마지막 경기, 결승전이 클라이맥스인데요. 제가 20여년 만에 이 이야기를 다시 들었을 때 그 이후의 상황, 그리고 그 당시에 현정화 감독님뿐만 아니라 실제 인물들이 느꼈던 감정이 너무 크게 다가왔어요. 이 영화가 다른 스포츠 영화들과 다른 지점은 거기에 있는 것 같고, 이 이야기를 다시 한 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이유도 거기에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 시나리오 작업을 할 때부터 그걸 중심에 두고 지금까지 왔습니다.

영화 <코리아>는 영상미학이나 실험적인 촬영기법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 아니다. 기막힌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다. 어떻게 보면, 참 예상한 경로대로 흘러가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반목과 불신으로 시작하겠지, 그렇다. 시련이 찾아오겠지, 역시 그렇다. 그러면서 단합이 되고 연대가 생겨나겠지, 역시 빗나가지 않는다. 영광의 순간을 맞기까지, 관객은 어쩌면 뻔하다고 생각하면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자신의 ‘촉’에 흡족해할 지도 모른다.

이 영화를 위한 변을 늘어놓자면, 이것은 영화 <코리아>의 한계가 아니라 아시다시피 대부분의 스포츠 영화들이 따르는 장르적 관습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기에 갖는 현실적인 제약도 있었을 것이다. 정해진 테두리 안에서 시도할 수 있는 변주란 무한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관객의 마음에 가 닿는 데에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마음에 파장을 일으켰다. 서사의 힘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 서사가 픽션이 아닌 ‘리얼’이라는 것이다. 너무나도 드라마틱한 이 이야기가 실화라는 사실이다. 그 결과 영화 속 이야기는 힘을 얻었고 관객은 마음이 동했다. 이렇게 긴 변을 늘어놓는 이유 역시, 마음에 와 닿은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희망콘서트에 함께한 많은 관객들의 마음속에 일어난 동요를 목격했기 때문이다.




현정화 감독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그가 전달하고자 한 것은 ‘진정성’이었다. 문현성 감독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화려하거나 현란한 작품이 아닌 담백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누군가는 이야기가 좋다고 해서 좋은 영화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관객의 마음에 파장을 일으키는 것 보다 더 우선시되는 영화의 가치는 무엇이란 말인가. 결국 이것은 현정화 감독과 문현성 감독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희망콘서트에서 관객과 함께 영화를 관람하고자 한 현정화 감독의 의도와도 통하는 것이다. 그가 이야기하고자 한 ‘희망’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이 나누는 마음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현정화 감독을 향한 관객들의 질문을 통해 그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볼 수 있었다.


매일 ‘나는 할 수 있다’ 구호를 외쳤어요.
‘이길 수 있을까’ 생각하면 질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질문

대학교 4학년 학생입니다. 졸업을 앞두고 고민이 많은데요, 감독님께서 슬럼프에 빠지셨을 때나 고민이 있으셨을 때 이끌어 준 한마디가 있나요.

답변

제가 생각할 때 20대는 정말 두려움이 많은 시기인 것 같아요. 꿈과 희망이 있지만 내 자리를 못 찾고 항상 두려워했던 것 같아요. 매번 금메달을 따도 저도 그랬어요. 모든 게 안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은데요. 저는 지금도 어린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그 선수들한테 ‘30대를 위해서 20대를 투자하라’고 얘기를 해요. 불안하지만 자기가 하고 있는 그 일에 열정을 쏟으라고 얘기하는 거거든요. 정신없이 열정을 쏟고 가다보면 자기가 원하는 30대가 되어 있는데, 본인이 그때까지 혼자 온 게 아니에요. 누군가 여러분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끌어준 거에요. 선배가 됐든, 부모님이 됐든, 아니면 직장 상사가 됐든 간에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두려워하지 말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열심히 열정을 쏟아서 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질문

영화를 보니까 힘드실 때마다 ‘화이팅’을 외치시던데 어떤 의미가 있나요. 그걸 통해서 힘을 얻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답변

제가 했던 구호들은 사실 제 자신한테 기를 넣을 수 있는 거였죠. 경기를 할 때 보면 흐름이 있는데, 지고 가는 흐름이 있고 이기고 가다가 꺾이는 흐름도 있어요. 그렇게 꺾일 때에는 자기도 모르게 포기하게 되거든요. 그런데 저는 지고 싶지 않기 때문에 꺾이더라도, 아니면 정말 질 것 같더라도 끝까지 저를 붙드는 그런 역할을 했던 것이 ‘파이팅’이라는 구호였구요. 또 하나는 상대방의 기선을 제압하는 거죠. 제가 구호를 외치면서 상대방의 기를 좀 죽이는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일어나서 매일 ‘나는 할 수 있다’ 구호를 외쳤어요. 중국이나 저보다 잘하는 상대를 만났을 때 저도 두렵거든요. 제가 실력이 좋아서 이겼다고 생각은 안 해요. 그렇지만 사실 진다는 생각도 안 했어요. ‘할 수 있다, 이길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준비를 했고 최선을 다 한거죠. 만약에 이길 수 있을까, 생각하면 질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좋은 방법이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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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감독님에게 스포츠란 어떤 의미인가요.

답변

제 후배 선수들을 가르칠 때 힘들어하는 친구들한테 ‘너희가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줄 아느냐. 그거를 아무도 못하는데 너희는 할 수 있는 거다. 그러니까 지금 힘들어하지 말아라.’라고 얘기해요. 그리고 여기에서 힘을 쏟는 게 아니라 나가서 쏟아야 된다고 말하죠. 그래서 많은 분들을 즐겁게 해주고 정말 가슴 뭉클하게 해줘야 한다고요. 저는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스포츠밖에 없다고 얘기하거든요. 정말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을 이렇게 한꺼번에, 하나에 집중시키고 또 단결시키고, 울음을 터뜨리게 만들 수 있는 게 있을까요. 그 순간만큼은 정말 우리가 하나가 되어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소설도 영화도 우리의 삶을 닮아 있지만, 또 우리의 삶만큼 소설 같고 영화 같은 것도 없다. 이번 희망콘서트를 통해 생각해보건대 스포츠만큼 ‘드라마’라는 표현이 자주 사용되는 분야가 또 있을까. 역전의 드라마, 드라마틱한 승부, 각본 없는 드라마, 극적인 드라마. 결코 낯설지 않은 이 표현들이 말해주듯이, 스포츠는 그 자체로 드라마다. 탁구를 소재로 한 한국의 드라마에서 현정화 감독은 전설적인 배우로 남아있다. 영화 <코리아>는 그가 쓴 또 다른 드라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희망콘서트를 마무리하며 현정화 감독이 전한 메시지는, 이 새로운 드라마를 쓰게 된 이유를 짐작하게 했다.

“우리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된 국가에서 살고 있잖아요. 저는 이 영화가 만들어지는 동안에 이런 생각을 했어요. 기성세대는 할 수 없지만 우리 어린 세대, 나의 아들과 딸들은 분명히 좋은 아이디어로 어떤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그런 막연한 기대를 하는데요. 그것보다도 우리 아이들한테 도움이 되는, 그리고 위험하지 않은 기대를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 계속해서 제 분야에서 할 수 있는 남북의 역할, 예를 들면 체육대회와 같은 것들을 계속해서 추진할 겁니다. 여러분께서도 앞으로 본인의 분야에서 그런 일들에 적극 동참하셔서 우리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을 해 주신다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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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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