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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큰며느리, 궁녀와 사랑에 빠지다

동성애에 빠진 세종의 큰며느리 동성애, 성이 금지된 그녀들의 마지막 돌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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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녀들 사이의 동성애를 보통 대식이라고 했다. 물론 대식은 궁녀들 사이에서 은밀하게 행해지므로 겉으로 드러나는 일이 많지는 않았다. 어쩌다가 예기치 않은 일로 드러나곤 할 뿐이었다. 이렇듯 은밀하게 행해지던 궁녀들의 동성애가 겉으로 드러난 대표적인 사건이 세종 때 있었다.

궁녀들 사이의 동성애를 보통 대식이라고 했다. 물론 대식은 궁녀들 사이에서 은밀하게 행해지므로 겉으로 드러나는 일이 많지는 않았다. 어쩌다가 예기치 않은 일로 드러나곤 할 뿐이었다. 이렇듯 은밀하게 행해지던 궁녀들의 동성애가 겉으로 드러난 대표적인 사건이 세종 때 있었다.

세종은 궁녀들 사이의 대식이 적발되면 곤장 100대나 70대씩이나 때려서 금지시키려고 했다. 당시 세종을 비롯하여 조정관료들의 성 윤리가 대단히 엄격하여 동성애를 절대 용납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세종의 큰며느리 봉씨가 궁녀와 동성애를 벌이다 적발되어 쫓겨나는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다.『실록』에서 궁녀의 동성애에 관한 기록은 이때가 가장 자세하다. 세종이 큰며느리 봉씨를 내치면서 부득이하게 그간의 사정을 설명하다 보니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록된 것이다.

세종이 큰며느리 봉씨를 내친 이유는 근본적으로 아들, 즉 문종에게 있었다. 문종은 학문을 좋아하고 여색을 멀리한 모범적인 왕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부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매일 밤 독수공방을 했다는 말이다.

봉씨는 세종의 두 번째 큰며느리였다. 문종의 첫 번째 부인이었던 김씨는 학문에만 열중할 뿐 자신을 모른 체하는 남편을 견디다 못해 압승술壓勝術을 행하다가 시아버지 세종에게 적발되었다. 압승술이란 남편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다는 일종의 민간 비방이었다. 세종은 장차 왕비가 될 큰며느리가 그런 요상한 짓을 한다는 걸 용납할 수가 없었다. 국모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여 큰며느리 김씨를 곧바로 쫓아내 버렸다. 그러나 김씨가 쫓겨난 후 들어온 봉씨도 외로움을 견디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였다. 다만 봉씨는 김씨처럼 압승술을 쓰는 대신 동성애에 빠져 버렸던 것이다.

thT 봉씨의 동성애 상대자는 자신의 지밀에 있던 소쌍召雙이라는 궁녀였다. 봉씨는 소쌍을 육체적 동성애 상대로서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사랑한 듯하다. 봉씨는 소쌍이 다른 궁녀와 친하게 지내는 것도 질투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봉씨는 친정에서 데리고 온 본방 나인 석가이石加伊를 시켜 소쌍이 다른 궁녀들과 어울리지 못하게까지 했다.

거의 매일 밤 독수공방하는 봉씨는 늘 소쌍을 데리고 잤다. 봉씨가 소쌍과 잔 날에는 이불과 베개를 직접 거두고 다른 궁녀들은 손도 대지 못하게 했다. 심지어 이불과 베개를 몰래 빨기도 했다. 당연히 세자빈이 궁녀와 동성애에 빠졌다는 소문이 궁중에 파다하게 퍼졌고, 이런 소문은 돌고 돌아 세종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다른 사람도 아닌 큰며느리가 동성애자라는 소문에 얼마나 놀랐겠는가. 세종은 먼저 소쌍을 불러 들여 진상을 확인했다.



내가 중궁과 더불어 소쌍을 불러서 그 진상을 물으니, 소쌍이 말하기를 ‘지난해 동짓날에 빈께서 저를 내전으로 불렀는데, 다른 여종들은 모두 지게문 밖에 있었습니다. 저에게 같이 자기를 요구하므로 저는 이를 사양했으나, 빈께서 윽박지르시므로 마지못하여 옷을 한 반쯤 벗고 병풍 속에 들어갔더니, 빈께서 저의 나머지 옷을 다 빼앗고 강제로 들어와 눕게 하여, 남자의 교합하는 형상과 같이 서로 희롱했습니다’했다.
─『세종 실록』75, 18년 10월 무자조



세종은 큰며느리 봉씨를 불렀다.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봉씨는 동성애 사실을 딱 잡아떼고 부인했다.



“이에 세자빈을 불러 이 사실을 물으니, 대답하기를 ‘소쌍이 단지端之와 더불어 항상 사랑하고 좋아하여 밤에만 같이 잘 뿐만 아니라 낮에도 목을 맞대고 혓바닥을 빨았습니다. 이것은 곧 저희들이 하는 짓이며 저는 처음부터 함께 잔 일이 없습니다’했다.”



그러나 세종은 봉씨의 말을 믿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소쌍이 단지와 목을 맞대고 혓바닥을 빨았던 일을 봉씨가 어찌 알 수 있겠는가 하고 의심했다. 봉씨가 동성애를 직접 해 보지 않았다면 그렇게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게다가 소쌍을 비롯한 관련자들의 진술이 있었다. 세종은 큰며느리 봉씨를 그날로 쫓아냈다.

위의 기록에서 소쌍과 단지는 밤에만 은밀하게 동성애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낮에도 애정 표현을 했던 것으로 나타난다. 아마도 이런 일은 궁녀들 사이에 흔히 있었으리라. 외로운 궁녀들이라 서로 도와주고 의지하는 수준을 넘어 동성애로 발전하기 쉬웠기 때문이리라. 동성애는 성이 금지된 궁녀들에게는 그나마 돌파구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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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녀 신명호 저 |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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