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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색깔 ‘루히만 퍼플’

첨단 과학수사 체험 - 지문감식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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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방법이 개발되어 왔지만 분말법은 여전히 잠재 지문 현출 기법의 대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런데 분말법이 적용되지 않는 현장이 있다. 예를 들어 비가 와서 젖은 차량의 문 손잡이에서 지문을 채취해야 한다거나, 피해자를 묶을 때 사용한 천면 테이프 접착면에서 범인의 지문을 찾아내야 하는 경우처럼 분말로는 지문을 식별해 내기 어려운 상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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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말법 - 분말법은 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지문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검체의 배경색에 따라 분말의 색을 결정할 만큼 다양한 색상의 분말이 제품화되어 있다. 분말을 지문에 전달하는 것은 붓이다. 붓도 유리섬유, 탄소섬유, 동물 털 등 소재가 다양하다. 추가 처리를 하지 않아도 잘 보이는 일반적인 유색 분말과 특정 파장의 광원을 사용하여 작은 흔적에도 쉽게 반응하는 형광성 분말, 붓에 의한 압력으로 인해 생기는 지문의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석봉을 사용하도록 만든 자성 분말 등이 있다. 분말마다 장단점이 있어서 어떤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상황에 맞게 선택하여 최상의 결과물을 도출해 내는 것은 현장 수사 요원의 몫이다.


많은 방법이 개발되어 왔지만 분말법은 여전히 잠재 지문 현출 기법의 대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런데 분말법이 적용되지 않는 현장이 있다. 예를 들어 비가 와서 젖은 차량의 문 손잡이에서 지문을 채취해야 한다거나, 피해자를 묶을 때 사용한 천면 테이프 접착면에서 범인의 지문을 찾아내야 하는 경우처럼 분말로는 지문을 식별해 내기 어려운 상황이 있다. 분말이 지문에만 묻어야 하는데, 검체의 표면이 물 같은 이물질에 젖거나 테이프의 접착면같이 끈적일 경우에는 지문이 없는 표면에도 분말이 묻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문에 반응하는 분말을 액체에 섞어 놓은 소립자 시약(SPR), 염색제인 크리스털 바이올렛 등의 약품을 사용한다. 이 밖에 코팅하지 않은 목재나 종이처럼 검체의 표면이 분말 입자에 비해 매끄럽지 않은 경우도 분말로 지문을 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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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닌히드린 - 1910년 영국의 화학자 루히만은 아미노산에 보라색으로 반응하는 닌히드린을 발견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닌히드린을 개인 식별 기법으로 사용한 것은 아니다. 1940년이 되어서야 닌히드린이 지문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에 반응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것을 종이나 나무 같은 흡수성, 다공성 표면에서 지문을 시각화하는 데 적용하기 시작해 지금까지도 종이류에 존재하는 지문에는 닌히드린 적용이 공식화되어 있다. 상온의 닌히드린은 고체 상태의 결정이다. 예전에는 아세톤, 에탄올 같은 용매를 사용했지만 이들 용매가 종이에 남겨진 중요한 단서가 되는 글씨 등 잉크 성분을 녹인다는 단점으로 인해 최근에는 3M사의 HFE 7100 같은 특별히 개발된 용매를 사용한다. 지문을 구성하는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어야 닌히드린과 반응하여 ‘루히만 퍼플’이라는 보라색 지문이 나타나기 때문에 일정한 온도와 습도에서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지문 감식에 몸 바친 현장 수사 요원들에게 ‘보랏빛 보물’을 선물하는 ‘루히만 퍼플’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색깔이다. 현장에서는 빠른 결과를 보기 위해 스팀 다리미로 검체를 문지르지만, 검체에 고온과 고습이 단시간에 적용된다는 점에서 검체의 손상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선택적으로 적용할 것을 권한다.


* 시아노아크릴레이트 - 순간접착제도 지문 현출에 사용된다. 1970년대 일본의 한 경찰관이 뚜껑을 닫지 않은 순간접착제 때문에 자신의 물건에 잘 지워지지 않는 견고한 지문이 하얗게 생겨난 것을 발견했다. 이렇게 탄생한 순간접착제법(superglue fuming 또는 그 성분명에 따라 cyanoacrylate, CA법)은 1980년대 미국으로 건너가 눈부시게 발전한다. 이 기법은 분말이나 액체보다 더 미세한 기체가 직접적인 전달 물질의 압력 없이 지문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상태가 좋지 않은 지문도 훌륭한 결과물을 보여 준다는 장점이 있다. 순간접착제가 증발하며 공기 중 또는 검체의 표면에서 지문을 구성하는 물질과 반응해 하얗고 단단한 지문을 만들어 내는 기법이라, 표면적이 넓은 검체에도 적용하기 쉽고 눈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구석구석 적용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시체에 남아 있을지 모를 용의자의 지문을 찾는 데 이 기법을 적용한다. 시체에 투명한 비닐 텐트를 씌우고 순간접착제를 가열하여 만들어 낸 연기를 텐트 안으로 집어넣는다. 성폭행 살인 사건 등에서는 용의자와 피해자 사이에 강한 접촉이 있게 마련이기 때문에 시체의 피부에서도 지문이 발견되곤 한다. 차량의 지문 검색에도 적용되는데 이때도 텐트를 사용한다. 차량은 구조가 매우 복잡한 검체여서 사람 손으로 일일이 지문을 검색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이러한 기체법을 사용하면 지문을 발견하기 쉽다.


물론 순간접착제법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번 생겨난 견고한 지문은 특정 용매가 아니면 지워지지 않을 만큼 단단하다. 자칫 지문이 아닌 다른 부분에 생성되어 지문의 모양을 식별해 내는 걸 방해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다른 기법보다 좋은 성과를 보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마지막으로 적용해야 하는 기법이다. 또한 반응의 개시제가 되는 습기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적용하는 환경에 따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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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CSI 표창원,유제설 공저 | 북라이프

‘과학수사’를 통해 형사들을 지원하는 현장 과학수사 요원과 실험실 법과학 전문가들을 ‘CSI’로 정의하고, 그 세부 분야와 해당 분야 최고 전문가들을 소개한다. 오 제이 심슨 사건의 무죄 판결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세계적 법과학자 헨리 리 박사, 촉망 받는 생명공학도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지문 감식 전문가로 탈바꿈한 임승 검시관, 안정된 연구원 자리를 박차고 나와 남자들도 손사래 치는 사건 현장 업무에 뛰어든 이현정 검시관 등 과학수사계의 ‘스타’들을 망라한다. 이들이 육성으로 들려주는 생생한 현장 사례와 다양한 정보들은 CSI 요원을 꿈꾸는 젊은 세대에게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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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표창원

표창원 교수는 실제 경찰관 출신으로 연쇄살인, 엽기범죄 등 각종 범죄와 살인자들의 심리를 날카롭게 분석해내는 걸로 유명한 한국의 ‘프로파일러’로 현재 범죄학, 범죄심리학, 피해자학 등을 강의하는 경찰대학 교수이다. 그는 1989년 경찰대학을 졸업하고 1990년~1991년 경기도 화성경찰서, 1991년~1992년 경기도 부천경찰서 형사과, 1992년~1993년 경기지방경찰청 외사계에서 근무했다. 1993년부터 4년간 학업에 매진하여 영국 Exeter 대학교 석사 및 박사 (경찰학, 범죄학)학위를 받았다. 경찰청 강력범죄 분석팀(VICAT) 자문위원, 경찰청 미제사건 분석 자문위원, 범죄수사연구회 지도위원를 역임했으며 미국 샘휴스턴 주립대학교 형사사법대학 객원교수, 한국심리학회 범죄심리사 과정 강사, 경찰 수사보안연수소 범죄학 및 범죄심리학 강사, 법무연수원 범죄학 및 범죄심리학 강사로 활발한 강의활동을 해왔으며 아시아경찰학회 총무이사 및 회장을 지냈다. 그는 지금도 어디에선가 이유 없는 분노와 복수심에 빠져 있는 잠재적 연쇄살인범들이 우리 사회 각 기능의 제역할로 인해 상처를 치유 받고 교훈을 얻고, 행동이 교정되어 무모하고 비극적인 공격의도를 꺾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관련된 범죄 관련 저서들을 집필 중이다. 저서로 『한국의 연쇄살인』,『EBS 지식 프라임』이 있다.

한국의 CSI

<표창원>,<유제설> 공저12,420원(10% + 5%)

‘과학수사’를 통해 형사들을 지원하는 현장 과학수사 요원과 실험실 법과학 전문가들을 ‘CSI’로 정의하고, 그 세부 분야와 해당 분야 최고 전문가들을 소개한다. 오 제이 심슨 사건의 무죄 판결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세계적 법과학자 헨리 리 박사, 촉망 받는 생명공학도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지문 감식 전문가로 탈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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