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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1 - 영화보다 더 파란만장한 시대를 살아간 배우들의 사랑과 삶

대사를 주고 받지 않는 어머니와 사랑방 손님 한 선생의 애절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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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이 우리 집을 과부집이라고 부른답니다. 과부가 뭔지 난 잘 몰라요. 그래서 할머니한테 물어 봤더니 아버지가 없어서 그런다나봐요. 이 세상에서 우리 엄마처럼 이쁜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근데 내가 과부 딸이기 때문에 우리 엄마도 과부랍니다. 나는 올해 여섯 살 난 처녀애랍니다.”

여섯 살 난 아이 옥희의 독백을 통해 과부인 어머니와 사랑방 손님과의 미묘한 애정심리를 서술한 주요섭 원작의 단편 소설을, 신상옥 감독이 영화화한 작품이다. 1960년대를 배경으로 정감 있고 차분한 흑백영화의 질감으로 두 사람의 은근한 사랑을 담아낸다. 이 영화는 거의 대사를 주고 받지 않는 어머니와 사랑방 손님 한 선생, 이 두 사람의 애절한 사랑이 담긴 표정들을 집중적으로 잡아낸다. 하지만 전통을 고집하는 완고한 시어머니와 사회의 관습이 속 끓는 사랑을 매듭짓게 만드는 결말이 더없이 애틋하다.

한 선생 방을 정리하러 들어갔다가 모자를 통해 한 선생의 체취를 즐기는 옥희어머니(최은희)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1961(31*54cm)


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은막의 스타로 화려하게 군림했던 당대 최고의 배우 최은희. 두 번의 결혼과 두 번의 납북과 탈출, 무성한 억측과 풍문으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살았던 불멸의 스타.

영화에 미친 야생마로 불리던 한국 영화계의 전설 신상옥 감독과의 운명적인 사랑의 동지로 100여편의 작품들을 함께 만들었다. 사랑과 생활, 엄마로서의 삶, 남편의 스캔들, 그리고 망명, 이후 후진 양성과 영화감독, 뮤지컬 제작자로 남은 열정을 오롯이 태웠다.

우리 시대 꿈의 여배우였던 최은희. 그녀의 파란만장한 생애조차 뜨거웠으므로, 그녀로 인해 우리는 행복하였다.
영광과 좌절이 점철된 삶을 뒤돌아, 이제 70이 넘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여배우로 꿋꿋이 서 있는 그녀에게 박수를 보낸다.

한여섯 살 난 처녀애 옥희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1961(30*38cm)


귀여운 마스크에 천연덕스러운 내래이션 연기는, 지금까지도 코미디 프로에서 흉내내는 히트 아이템으로 옥희 버전이 유효할 정도이다. 만약 옥희를 모르는 젊은 세대라면 컬투 멤버 김태균의 성대모사를 떠올려 보라. 정말 똑같다.
전영선이 연기한 옥희는 한국 영화 사상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아역 캐릭터로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그녀의 출세작으로 꼽는다.

“동네 사람들이 우리 집을 과부집이라고 부른답니다. 과부가 뭔지 난 잘 몰라요. 그래서 할머니한테 물어 봤더니 아버지가 없어서 그런다나봐요. 이 세상에서 우리 엄마처럼 이쁜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근데 내가 과부 딸이기 때문에 우리 엄마도 과부랍니다. 나는 올해 여섯 살 난 처녀애랍니다.”

총 25편 정도의 영화에 아역으로 출연한 기록을 남기고 은막에서 자취를 감춘 전영성은 지금은 50대 후반쯤의 나이로 짐작된다. 문득 그녀의 모습이 궁금해지는 나뿐일까?

점쟁이 허장강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1961(46*58cm)


넉살 좋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배우 허장강이 점쟁이로 이 영화에 특별출연했다. 그 특유의 넉살로 길을 가던 옥희 엄마를 불러 앉힌다.

“이리 오십시오. 조용~합니다. 허허허.”
손금을 본다며 손을 만지고 골상을 본다며 뺨과 얼굴을 만지더니 술술 말을 꺼낸다.
“지금은 비록 고적하시겠지만 앞으로 참 좋습니다. 금년 들어 동풍해도 하고 고목봉충 하니 머지않아 동북간에 귀인이 나타날 것이외다. 현재 의중에 한 분이 계시지 않은가요, 예?”

복채를 내고 일어서는 옥희 엄마의 기분은 그렇게 나쁘지 않다.

배우 허장강 하면 예의 걸쭉하고 느끼한 유행어가 떠오른다. ‘마담, 우리 심심하데 뽀뽀나 한 번 할까?’ 그리고 영화 <감자>에서 선보인 ‘이런 젠~장!’이 그것이다.

청년시절 극단에 첫발을 디디며 연예계 무대에 오른 허장강은 영화배우 대타로 기용되면서부터 영화배우로서의 인생이 시작되었다. 건달, 노랭이, 사기꾼, 일본군 등 온갖 악역을 도맡은 악의 대표주자로, 코믹한 캐릭터로 서민적인 연기를 다양하게 소화하며 1천 편에 달하는 영화에 출연하였다.
하지만 그의 나이 52세 한창의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만다. 기나긴 강물처럼 부디 오래 살아 대성하라는 ‘장강’이라는 이름에 부합하지 못한 채, 은막의 스타는 그렇게 빛을 잃고 말았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개성파 배우 허준호의 부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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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광성 화백

부산에서 태어나, 서른 살이 넘어서야 만화판에 뛰어 들었다. 일찍이 서양화에 뜻을 두어 부산미술대전 서양화 부문에 입선했고, 목우회 미술전에서 특선을 수상했으며, 한국예술문화 대상전에서도 특선을 수상하였다.
『자갈치 아지매』로 데뷔한 후 작품성 있는 작품만을 고집해 왔다.《만화광장》과 《매주만화》, 《빅점프》등에 작품을 연재하였으며, <웅진 애니메이션 전집> 중세 부문 7편을 제작하였고, 1993년 만화가협회상 제1회 신인상을 수상했다.
단행본으로 《영원한 죽음과 윤회》, 《코뿔소를 덮친 사나이》, 《총을 든 의사 체게바라》,《미야자키 하야오》, 《꿈을 이룬 사람들》, 《로마 이야기》등이 있다. 무의미하게 희생된 한국인 가미카제 전사를 소재로 한 《순간에 지다》로 제13회 대한민국 만화대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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