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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안녕이라고 말했네” - Goodbye to love

나의 목적은 언제나, 수많은 사람이 아니라 지금 당신에게 닿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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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가 이제 죄다 사라져버릴 골목 갈피마다 어떤 사람과 사연을 품고 있었는지 당신도 당신의 골목을 기억해준다면 그보다 더한 기쁨이 없을 것이다.


별로 팔리지는 않아도 여러 권의 책을 써왔지만 언제나, 당신을 위해 썼다. 부모도 친구도 아니고 책 사주는, 아니면 도서관에 신청이라도 해주는 끝없이 고마운 독자님들, 지금 이걸 보고 있는 바로 당신. 나의 목적은 언제나, 수많은 사람이 아니라 지금 당신에게 닿는 것이었다. 대단히 아름다운 문장이나 세상에 큰 보탬이 되는 글을 쓸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 하찮고 정다운 것들에만 정이 가고 늘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속 좁은 사람으로 태어나서 지금까지 버텨올 수 있었던 것도 바로 당신 덕분이었다.

이 책도 당신과 그런 기억을 나누고 싶었던 것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가 이제 죄다 사라져버릴 골목 갈피마다 어떤 사람과 사연을 품고 있었는지 당신도 당신의 골목을 기억해준다면 그보다 더한 기쁨이 없을 것이다. 사랑하고 증오하고 끝내 미워하면서도 또 사랑했던 이 도시, 성장촉진제를 맞은 것처럼 광포하게 확장되어 결국 구차한 주머니 가진 사람은 온몸을 부르르 흔들어 곡식 낟알을 까부르듯 떨구어내고야 말 이 도시에서 나는 끝내 밀려나고야 말 테지만 그래도 그 전에, 골목 갈피의 기억 끄트머리를 하나라도 붙잡고 싶었다. 순식간에 변심하는 사랑했던 남자처럼 이 몇 년 사이에 많이도 변한 도시를 지긋지긋해하면서도 끝내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마음이 조금이라도 당신에게 닿을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기쁨은 없을 것이다.


So I’ve made my mind up I must live my life alone

그래서 나는 홀로 살아야만 한다고 마음을 정했지

And though it’s not the easy way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을

I guess I’ve always known

어쩌면 언제나 알았던 것도 같아

I’d say goodbye to love.

사랑에 안녕이라고 말했네

There are no tomorrows for this heart of mine

마음에 내일이란 없고

Surely time will lose these bitter memories

분명 이 쓴 기억들도 시간따라 사라질 거야

And I’ll find that there is someone to believe in

어쩌면 믿을 수 있는 누구를 찾아낼 수도 있고

And to live for something I could live for

그것만을 위해 살아갈 수도 있겠지

All the years of useless search

무의미한 시간들이 지나간 후에

Have finally reached an end

결국 나는 알게 되지

Loneliness and empty days will be my only friend

고독과 텅빈 날들만이 내 유일한 친구임을

From this day love is forgotten

오늘부터 사랑은 잊혀져가겠지만

I’ll go on as best I can.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살아갈 거야


- 카펜터즈 〈Goodbye to love〉 중에서



 

 

뜨겁게 안녕 글 김현진 | 다산책방

『뜨겁게 안녕』은 이제 막 서른 이후의 삶에 접어든 저자가 써내려간 ‘서울살이’의 회고록이자 비망록이다. 여기에는 저자의 개인적 삶이 가장 뜨겁게, 그리고 가장 리얼하게 담겨 있지만, 동시에 서울이라는 도시의 소외된 거리와 시대의 풍경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철거촌과 비개발지역, 서울의 소외된 곳을 옮겨다니며 살아온 삶은 비속하고 하찮고 시시하고 애절한 기억들투성이지만, 그럼에도 정겹고 그립고 끝도 없이 사랑스럽기도 하다. 그 기억의 순간을 새겨놓은 곳들이 재개발의 삽질에 밀려 죄다 사라져버리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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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현진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오래된 캐치프레이즈를 증명이라도 하듯 '88만 원 세대'이자 비주류인 자신의 계급과 사회구조적 모순과의 관계를 '특유의 삐딱한 건강함'으로 맛깔스럽게 풀어냈다 평가받으며 이십 대에서 칠십 대까지 폭넓은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에세이스트. 스스로를 도시빈민이라 부르는 그녀는 대구 출생에 목회자인 부친의 모든 희망에 어긋나게 성장하였고 기어코 말 안 듣다가 고등학교를 두 달 만에 퇴학에 준하는 자퇴를 감행하였다.

냉소와 분노와 우울을 블랙 유머로 승화시키는 연금술을 몸 속에 장착한 그녀가 숨 막히는 고등학교를 용감히 박차고 나온 '불량소녀'로 세상에 알려진 지 이제 10년이 넘어간다. 그녀는 단편영화 <셧 앤 시 Shut And See>(97년) 감독, 웹진 <네가넷>(97년)의 최연소편집장,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최연소 합격 등의 화려한 타이틀을 가졌다. 그래서 한 시사주간지는 성공한 10대라는 제목으로 그를 표지인물로 내세웠다. 그가 고등학교 1학년 자퇴생이라는 사실이 언론의 호기심을 자극했는지, 텔레비전의 관심도 남달랐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를 명확하게 직시하면서 자기만의 삶을 꾸준히 살아왔다.

뜨겁게 안녕

<김현진> 저11,700원(10% + 5%)

김현진은 88만원세대를 대표하는 글쟁이다. 사회와 세상에 대한 관심을, 자신의 생각을 그녀처럼 솔직하고 당당하게 표현하는 에세이스트는 흔치 않다. 처음 세상에 내놓은 책 『네 멋대로 해라』 이후 12년여 동안 여러 권의 책을 쓰고, 「한겨레」 「시사IN」 「프레시안」 「경향신문」 등의 매체에 꾸준히 기고해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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