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 고양이, 한 번만 더 만나고 싶다
폐허가 된 왕십리 그 거리
겨울에는 철거하지 않는다는 말을 순진하게 믿고 카메라를 들고 왕십리에 다시 가보니, 죄다 거짓말. 들불호프고 형제슈퍼고 왕십리 1동 사무소고 새마을금고고 뭐고 죄다 거대한 폐허가 되어 있었다.
겨울에는 철거하지 않는다는 말을 순진하게 믿고 카메라를 들고 왕십리에 다시 가보니, 죄다 거짓말. 들불호프고 형제슈퍼고 왕십리 1동 사무소고 새마을금고고 뭐고 죄다 거대한 폐허가 되어 있었다. 그 너머로 롯데캐슬만 위풍당당했다. 거기 살 무렵에는 나무문이 달린 예쁜 한옥집들을 담 너머로 넘겨다보며 어떻게 그 안이 생겼나 매일매일 궁금했는데, 담이 모조리 무너져서 그 안을 볼 수 있었다. 울고 불고 마시고 토하던 길은 죄다 어디가 어딘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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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오래된 캐치프레이즈를 증명이라도 하듯 '88만 원 세대'이자 비주류인 자신의 계급과 사회구조적 모순과의 관계를 '특유의 삐딱한 건강함'으로 맛깔스럽게 풀어냈다 평가받으며 이십 대에서 칠십 대까지 폭넓은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에세이스트. 스스로를 도시빈민이라 부르는 그녀는 대구 출생에 목회자인 부친의 모든 희망에 어긋나게 성장하였고 기어코 말 안 듣다가 고등학교를 두 달 만에 퇴학에 준하는 자퇴를 감행하였다.
냉소와 분노와 우울을 블랙 유머로 승화시키는 연금술을 몸 속에 장착한 그녀가 숨 막히는 고등학교를 용감히 박차고 나온 '불량소녀'로 세상에 알려진 지 이제 10년이 넘어간다. 그녀는 단편영화 <셧 앤 시 Shut And See>(97년) 감독, 웹진 <네가넷>(97년)의 최연소편집장,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최연소 합격 등의 화려한 타이틀을 가졌다. 그래서 한 시사주간지는 성공한 10대라는 제목으로 그를 표지인물로 내세웠다. 그가 고등학교 1학년 자퇴생이라는 사실이 언론의 호기심을 자극했는지, 텔레비전의 관심도 남달랐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를 명확하게 직시하면서 자기만의 삶을 꾸준히 살아왔다.
<김현진> 저11,700원(10% + 5%)
김현진은 88만원세대를 대표하는 글쟁이다. 사회와 세상에 대한 관심을, 자신의 생각을 그녀처럼 솔직하고 당당하게 표현하는 에세이스트는 흔치 않다. 처음 세상에 내놓은 책 『네 멋대로 해라』 이후 12년여 동안 여러 권의 책을 쓰고, 「한겨레」 「시사IN」 「프레시안」 「경향신문」 등의 매체에 꾸준히 기고해오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