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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베이글녀’가 있다면 중국엔… - 중국은 지금 SNS 혁명 중

당국이 아무리 막아도 우리는 소통한다 - 때는 지난 2009년 6월 17일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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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베이성 양쯔강 인근의 작은 도시 스서우(石首)의 융룽(永隆) 호텔에서 끔찍한 사건이 하나 터졌다.

 
베이징 특파원 중국문화를 말하다
홍순도 등저 | 서교출판사
베이징 특파원 13인이 발로 쓴 최신 중국 문화코드 52가지 - 중국 문화를 알면 중국 경제가 보인다!
전ㆍ현직 베이징 특파원이 발로 써낸 책인 만큼 현지에서 직접 보는 것처럼 생생하다. 중국을 전혀 모르는 독자들도 술술 넘길 정도로 쉽지만, 준비 없이 앉은 자리에서 독파할 정도로 가볍고 만만한 책도 아니다. 흙먼지 휘날리는 중국 대륙 곳곳에서 건져 올린 특파원들의 오랜 경험이 농축된 만큼 객관적 설득력을 갖는 최신 중국의 문화코드와 묵직한 울림까지 담겨 있다.

때는 지난 2009년 6월 17일 밤이었다. 후베이성 양쯔강 인근의 작은 도시 스서우(石首)의 융룽(永隆) 호텔에서 끔찍한 사건이 하나 터졌다. 20대 중반인 이 호텔 요리사 한 명이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된 것이다. 문제는 이 호텔이 10여 년 전부터 이런 의문사가 수차례 발생한 곳이라는 사실이었다. 자연스럽게 모종의 음모에 의한 살해 의혹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시 공안 당국은 사건을 서둘러 단순한 자살로 처리했다. 유족들의 동의조차 받지 않은 채 시신을 화장한 후 5만 위안(850만 원)의 장례비용까지 청구해 유족들의 분노를 샀다.

그러자 현지 시민들이 들고 일어섰다. 트위터와 판포우, QQ 메신저 등의 소셜 네트워킹을 통해 자신들이 목격한 현장을 중계방송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사건은 대륙 전역으로 확산됐다. 현장 주변에도 순식간에 5만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몰려들어 재수사를 촉구하는 시위를 80시간이나 계속했다. 이 와중에도 시민들은 소셜 네트워킹을 적절하게 활용, 현장 상황을 네티즌들에게 신속하게 전달했다. 이에 당황한 중앙과 성 정부의 상부 수사기관은 시 공안 당국을 수사에서 배제시킨 다음 재수사에 나섰다. 사태는 이런 총력전을 펼친 끝에 더 이상 확산되지 않고 겨우 마무리될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의 당정 지도부가 입은 충격은 컸다. 홍콩 언론들이 “중국 사회에 손오공이 등장했다.”라고 논평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한마디로 소셜 네트워킹의 위력을 한 눈에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였다.


중국 대륙은 지금 SNS 인터넷 혁명 중

이처럼 지금 대륙에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Social Network Service)가 그야말로 인터넷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SNS는 기본적으로 PC와 스마트폰을 이용해 트위터나 페이스 북 같은 미디어를 이용하는 것이다. 커뮤니티 사이트나 소셜 미디어 등으로도 불린다.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비롯해 의견, 경험, 관점 등을 서로 공유하고 참여하는 개방화된 서비스로 단순 인맥 사이트만이 아니라 가상 공동체, 블로그, 이미지 및 동영상 공유 사이트를 모두 포함한다. 최근 중국 인터넷 정보센터에 따르면 2011년 3월 현재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는 모두 5억여 명에 가까운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게다가 SNS가 보편화되면서 휴대전화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네티즌 수도 3억 명을 넘어섰다.

중국의 인터넷 활용도는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11년 5월 현재 전 세계인들이 모바일 기기를 통해 매주 소셜 네트워킹에 투자하는 시간은 평균 3.1시간이다. 이에 반해 중국인은 평균 5.2시간을 투자한다. 미국인의 3.8시간보다도 많다.


트위터, 페이스북 인구 급증

소셜 네트워킹의 급속 확산으로 개인 블로그를 가지고 있는 중국인 역시 크게 늘어났다. 2억5000만 개에 육박한다. 토론방만도 100만 개를 넘어서고 있다. 이들은 국내외의 정치, 경제적 현안에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있다.

2010년 10월 16일, 허난성 위저우(禹州)의 핑위(平禹) 탄광에서 가스폭발 사고가 발생해 26명이 사망했다. 갱도에 갇힌 11명의 생환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였다. 사건 발생 당시 국영 CCTV가 현장 생중계를 진행하기는 했으나 후속 뉴스는 일체 보도되지 않았다. 칠레 관영 TV가 33명의 산호세 탄광 광부들에 대한 구조 활동을 떠들썩하게 보도한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인터넷 상에서는 수많은 블로거들이 핑위와 산호세 탄광 사고를 비교하면서 격렬한 비판을 쏟아냈다. 신랑(新浪)의 한 블로거는 “중국에서는 영원히 칠레와 같은 장면을 볼 수 없을 것이다.”라면서 분개했다.

핑위 탄광 사고는 며칠이 지나기도 전에 11명의 매몰자 전원이 사망하는 비극적인 사태로 끝나고 말았지만 블로거들이 이때 보인 위력은 중국 당국을 크게 긴장시켰다. 앞으로도 중국 정부를 더욱 당황하게 만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런 블로그와는 달리 트위터 서비스는 아직 공식적으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국에서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탓이다. 빌 게이츠도 중국을 방문했다 트위터가 안 돼 황당해했다고 하니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다. 그러나 중국의 IT업체 ‘신랑’이 서비스하는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 마이크로 블로그라는 의미)의 활약은 단연 눈에 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 겸 총서기도 2010년 봄에 개설했다 하루 만에 폐쇄했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2010년 10월 8일 대표적 반체제 인사인 류사오보(劉曉波)가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을 때 이 트위터의 위력은 정말 대단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스스로 명예를 실추시키는 실수를 했다.”라면서 노벨위원회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그러나 트위터리안들은 웨이보 상에 당국의 검열을 피하는 방법을 고안하는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류의 수상 소식을 전했다. 예컨대 한 네티즌은 류의 이름을 뺀 채 “한 네티즌이 2010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라고 에둘러 글을 올리는 방법을 이용했다.


류샤오보 노벨평화상 수상소식도 트위터로 퍼져

이같은 트위터의 열풍은 한류열풍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 배우로는 가장 먼저 웨이보에 가입한 이다해는 2011년 5월 현재 무려 50만 명 가까운 팬들과 직접적인 소통을 하고 있다. 이 상태라면 2011년 내에 100만 팔로워를 돌파해 중화권 전체에서도 100위 이내에 진입할 것이 확실시된다. 그 뒤는 장나라를 비롯해 채연과 장우혁 등 한류 스타들이 바짝 뒤따르고 있다. 현재 팔로워 수 1위는 약 300만 명을 확보하고 있는 중국판 줄리아 로버츠인 야오천(姚晨)이다.

2011년 상반기 현재 중국의 웨이보 가입자는 대략 8000만 명 전후에 이른다. 2011년 말까지는 1억4500만 명, 2012년에는 2억5000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페이스 북도 트위터와 상황은 비슷하다. 당국의 통제로 인해 정상적으로 접속되지 않는 탓에 이용자는 40만 명 전후로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이 역시 중국판 페이스 북인 카이신(開心)네트워크가 잘 뒷받침하고 있다. 더구나 어느 정도 컴퓨터를 아는 사람들은 프록시나 다른 여러 가지 방법을 이용해 접속을 하기 때문에 서비스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 이 여세를 몰아 텅쉰(騰訊)같은 업체는 페이스 북에 투자한 러시아 인터넷 기업인 디지털 스카이 테크놀로지(DST)의 지분 10.3%를 인수, 서비스를 더욱 늘려가고 있다. 현재 텅쉰이 운영하는 QQ 메신저는 마이크로소프트의 MSN 메신저보다 17배나 더 많은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SNS의 향후 전망은 그다지 녹록치 않다. 당국에서 SNS의 급속 발전보다는 체제 보호를 우선한다는 기본 원칙하에 통제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7월부터 각종 SNS 사이트의 규제와 감시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은 이런 현실을 잘 반영한다. 이후 중국 내 대부분의 SNS 사이트들은 종종 점검 중이라거나 시험 운영 중이라는 명목으로 서비스를 일시 중단해야했다. 인기 포털사이트인 왕이를 비롯해 신랑과 비슷한 트위터 스타일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써우후(搜狐)도 이 대열에 합류하지 않으면 안 됐다. 또 신랑의 웨이보, 텅쉰의 QQ 메신저 등도 일시나마 시험 운영 버전으로 전환되기도 했다.

중국은 아직까지 공식적으로는 미국의 SNS인 트위터를 비롯해 페이스 북, 유투브 사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위에 정책이 있으면 아래에는 절묘한 대책도 있는 법이다. 앞으로도 웨이보를 비롯한 중국 버전의 SNS 사이트들은 우후죽순처럼 태어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당국이 막고있긴 하지만 프록시 서버 등을 통해 중국의 차단막을 뚫고 트위터 등에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 중국 당국이 아무리 통제하려고 해도 세계적인 도도한 물결을 강압적으로 거스르기는 어려워보인다.


SNS 열풍으로 중국에도 재스민 혁명 가능성 대두

실제로 2011년 2월 9일 춘제 연휴 기간 중에 진짜 그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입증되기도 했다. 이날 베이징에는 겨울 첫 눈이 내렸다. 너무 늦게 내리긴 했지만 겨울 가뭄으로 고심하던 중앙 정부까지 나서서 기뻐했을 정도로 많은 눈이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라는 말처럼 당정 지도부에게는 그야말로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눈이 하얗게 쌓인 톈안먼 광장에 누군가가 눈 위에 ‘六四’라는 한자를 써 놓은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지난 세기 89년의 톈안먼 유혈 사태를 상기하자는 의지를 다지는 낙서가 분명했다. 중국 정부는 뒤늦게 이 사실을 알아차리고 바로 글자를 지웠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누군가에 의해 이 낙서가 사진으로 찍혀 인터넷과 웨이보를 타고 전국으로 퍼졌다. 당국에서는 서둘러 SNS 차단에 나섰으나 이미 원님 행차 뒤의 나팔이었다.

1989년 6?4 톈안먼 유혈사태를 상기하자는 의지를 다지려는 듯
눈 덮인 중국 톈안먼 광장 안 귀퉁이에 ‘六四’라는 글씨가 쓰여있다.


급기야 이 사태는 재스민 혁명으로 불리는 중동권의 민주화 열기의 영향을 받아 시너지 효과를 가져 오고야 말았다. 트위터들이 서로 리트윗을 하면서 일당 독재 종식과 정치 개혁에 대한 시위를 선동하자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등에서 이에 부응하는 소란이 수차례 있었던 것이다. 막강한 공안 당국의 힘으로도 통제가 쉽지 않은 SNS의 위력을 보여준 전형적 사례다. 2011년 3월 초에 열린 전인대에서 웨이보 등에 대한 실명제가 진지하게 검토된 것은 이런 이유가 있다.

이런 SNS의 뜨거운 바람은 신조어나 새로운 유행어도 양산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바로 게이리(給力)라는 말이다. 원래 의미는 “누구에게 힘을 실어주다.”라는 뜻이었으나 최근에는 “멋지다, 훌륭하다, 쿨 하다.”라는 이미지를 더 주면서 젊은 층들이 광범위하게 쓰는 유행어가 됐다. 과거의 쿨 하다는 의미로 쓰이던 쿠(酷)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얼마 전부터는 여기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해 영어로 게이러블(geilavle)이나 언게이러블(ungeilavle)이라는 황당한 칭글리스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굳이 해석을 하면 멋지다와 엉망이다 정도로 해석이 가능하다. 비슷한 칭글리시로는 웃으면서도 말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가진 스마일런스(smilence)를 들 수 있다. 한국의 베이글녀(베이비처럼 얼굴이 생겼으나 몸은 글래머인 여자)와 조어 방식이 거의 똑 같다.

이밖에도 SNS을 통해 퍼지는 신조어나 유행어로는 “너 병 있구나! 그래도 너는 약이 있구나!”, “아무리 훌륭한 집이 있더라도 좋은 마누라가 있는 것보다는 못하다.” 등이 있다. 가짜가 횡행하는 현실을 비꼬는 “신마(神馬. 원래는 뛰어난 말을 의미하지만 여기에서는 무엇이라는 의미)는 모두 뜬 구름 같구나!”라는 말이나 신분의 세습을 의미하는 얼다이(二代) 등 역시 SNS를 통해 자주 사용되는 유행어다. 특히 한국의 똥돼지(낙하산으로 들어온 유력자의 아들 딸)를 의미하는 관얼다이(官二代), 푸얼다이(富二代) 등은 젊은 세대들에게 좌절감을 심어주면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SNS의 열기나 이를 통해 생겨나는 신조어나 유행어를 보면 지금보다는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것만큼은 확실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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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특파원 중국문화를 말하다

<홍순도> 등저 15,300원(10% + 5%)

중국은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이다. 중국을 모르고서는 먹고살기도 힘들어진 세상이 된 지 오래다. 중국인들이 수천 년 동안 형성해온 기질과 습성, 문화코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이 치열한 경제전쟁에서 생존 공간을 넓혀나가기도 어렵다. 그런데도 중국에 대한 우리의 이해도는 아직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낮다. 등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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