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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순잔치 대신 제주올레 여행을 떠나다 - 일흔두 살, 여행작가의 꿈을 키우다

칠순이 되던 해, 나는 제주도 올레길로 여행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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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들이 칠순 잔치를 해주겠다고 했지만, 이 바쁜 세상에 사람들을 초대한다는 게 내키지 않았다.

 
엄마, 나 또 올게
홍영녀,황안나 공저
우리는 왜 그렇게 자식 노릇에 서툴렀을까.
'엄마'를 소재로 각종 출판물과 공연들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어느 것 하나 식상하다거나 지겹다거나 하지 않는 걸 보면 '엄마'라는 존재가 주는 각별함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같다고 볼 수 있다. 이 책 역시 남다른 '엄마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엄마, 할머니, 외할머니의 이야기인 듯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칠순이 되던 해, 나는 제주도 올레길로 여행을 떠났다. 두 아들이 칠순 잔치를 해주겠다고 했지만, 이 바쁜 세상에 사람들을 초대한다는 게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남편에게 칠순 잔치 대신 제주도 올레 길을 가고 싶다고 했더니 흔쾌히 동의해주었다. 우리는 함께 제주도로 떠날 계획을 세웠다. 장기 여행을 떠날 때면 늘 어머니가 맘에 걸린다.

병상에 계신 어머니께 제주도를 다녀오겠다고 말씀드렸더니, 누우신 채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래, 젊어서 많이 다녀라!”
이 말은 어머니가 늘 하시는 말씀이었다.
나는 어머니의 이 말을 처음 만나는 도보 카페 회원들과 여행을 떠나는 차 안에서 자기소개를 할 때 가끔 인용하곤 한다. 칠순의 할머니가 “저희 어머니가 ‘젊었을 적에 많이 다니라’고 하셔서 왔습니다.” 하면 모두 폭소를 터뜨린다. 그렇게 사람들과 함께 웃다보면 내가 정말 젊어서 기운이 펄펄 넘쳐나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

도보여행 중인 딸 황안나 씨의 모습.

어머니가 아흔이 넘으셨을 때의 일이다. 작은 남동생이 수원의 회사 옆에 빈 터가 있는데, 거기에 작은 조립식 집을 지어드릴 테니 그곳에서 농사를 지으시면 안 되겠느냐고 여쭤본 일이 있었다. 그러면 동생이 가까이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형제들이 어머니를 뵈러 다니기에도 포천 일동보다 가까워 좋을 것 같았다.
그때 어머니는 “내가 일흔 살만 되었어도 그렇게 하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때뿐만이 아니다.

어머니가 농사짓는 텃밭 옆에 주인이 묵혀두는 밭이 있었다. 빈 밭이 아까우셨던 어머니는 땅주인의 허락을 받아 그 밭에 고구마를 심으셨다. 그런데 그 밭에서 나는 고구마가 특히 맛있었다. 다음 해에 땅주인이 그 밭을 판다고 내놓아 큰 남동생이 사 드리겠다고 하니, 그때도 어머니는 “내가 칠십대만 되었어도 그렇게 하겠다.”고 하셨다. 어머니는 하고 싶은 일의 나이 기준이 언제나 칠십대셨다. 지금 내 나이가 어머니가 그토록 부러워하셨던 그 나이, 바로 칠십대다. 그래선지 나는 ‘나이가 많아서 뭘 못한다.’는 생각을 일절 하지 않는다.

더구나 이젠 백세 시대다. 그전 시대의 나이로 활동 영역을 가늠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노인’을 규정하는 나이의 기준도 달라져야 할 때다. 요즘은 70~80년은 보통으로 사니까 말이다. 길게 보아 80~90년을 산다고 볼 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뒹군다면 노후 20년은 허송세월하는 거나 다름없다. 백세시대를 살려면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꿈을 가지고 도전해보아야 한다.

올해 나는 일흔두 살이다. 이 나이에도 스마트폰을 배워서 잘 이용하고 있다. 올 봄에 서울 시립미술관에 손녀딸을 데리고 갔다가 점심때가 되어 관내 레스토랑에서 손녀딸이 좋아하는 스테이크를 시켜 먹이는데, “어머니, 우리 보슬이 잘 부탁해요.” 하며 아범한테서 문자가 왔다. 그래서 스마트폰으로 스테이크 써는 손녀딸 사진을 찍어서 “이렇게 먹이고 있다.”라는 문자와 함께 보냈더니 “어이쿠, 우리 어머니 용돈 넉넉히 드려야겠군요.”라는 답이 왔다. 이에 지지 않고 나는 “음 바로 그거야!ㅎㅎㅎ.” 하는 우스개 문자를 보내곤 웃었다.

6년 전부터는 인터넷 블로그를 운영하며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정보도 얻는다. 올 4월부터는 정동 아카데미에서 ‘여행작가 되기’라는 강좌도 수강하고 있다. 젊은이들과 섞여서 공부하는 게 아주 재밌다. 강좌 20시간 듣는다고 해서 여행작가가 되랴만, 20시간을 배우다 보면 뭔가 새로운 걸 한 가지라도 얻게 되지 않겠나.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노인 규칙’이라는 글을 읽었다.

1은 하루 한 가지씩 좋은 일을 하고,
10은 하루 열 사람을 만나고, (여러 사람을 만나란 뜻일 것이다.)
100은 하루 백 자를 쓰고, (뭔가 기록을 하란 뜻.)
1000은 하루 천 자를 읽고, (독서를 하라는 것.)
10,000은 하루 만 보를 걸어라.
이것을 실천하면 바람직한 노인이 될 것이다.


아흔의 어머니가 칠십대를 젊은 나이로 생각하셨듯이 나이는 상대적인 숫자일 뿐이다. 나이 들었다고 두려워하지 말고 “내 나이가 어때서?” 하고 과감하게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면, 노년에도 청춘 못지않게 활기찬 생활을 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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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또 올게

<홍영녀>,<황안나> 공저10,800원(10% + 5%)

"엄마, 나 또 올게" 우리는 왜 그렇게 자식 노릇에 서툴렀을까. 이름만으로도 가슴 뭉클한 내 어머니, 내 할머니 그리고 내 외할머니의 이야기. '엄마'라는 말이 가져오는 가슴뭉클함은 누가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엄마'를 소재로 각종 출판물과 공연들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어느 것 하나 식상하다거나 지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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