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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나 혼자 두고 어데로 갔소 - 딸 아이 교통비 조차 없었던 절박한 상황

홀로 두고 떠난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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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희 아버지 돌아가던 해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그때 연화(막내 딸)가 고등학교 일학년이었는데 참으로 막막했다. 아침에 학교 간다고 교통비 달라며 발을 동동 구를 때 십 원짜리 하나 없어 피가 마를 지경이었다.

 
엄마, 나 또 올게
홍영녀,황안나 공저
우리는 왜 그렇게 자식 노릇에 서툴렀을까.
'엄마'를 소재로 각종 출판물과 공연들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어느 것 하나 식상하다거나 지겹다거나 하지 않는 걸 보면 '엄마'라는 존재가 주는 각별함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같다고 볼 수 있다. 이 책 역시 남다른 '엄마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엄마, 할머니, 외할머니의 이야기인 듯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너희 아버지 돌아가던 해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그때 연화(막내 딸)가 고등학교 일학년이었는데 참으로 막막했다. 아침에 학교 간다고 교통비 달라며 발을 동동 구를 때 십 원짜리 하나 없어 피가 마를 지경이었다.

그때는 넉넉지 못해 어느 자식도 공책 하나 사 달래지 못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참 답답했었다. 아버지 없이 살아가는 자식들을 보면 측은하고 가슴에 멍이 들 정도로 아팠어. 게다가 아버지 돌아가시고 얼마 안 돼 명화(셋째 딸)가 대수술을 받고 고통을 당할 때, 엄마 가슴이 어땠겠니? 병원에서 퇴원해 집에 돌아와서도 몸보신 하나 제대로 못시켜 1년이 넘어도 몸을 추스르지 못했다.

어디 그뿐인가. 정연이(큰아들)도 몸이 건강치 못한 데다가 휴양도 못시키고 약도 마음대로 쓰지 못해 지금까지 한이 된다. 너희 아버지는 어찌하여 돈 벌 때는 정신을 못 차렸을까, 생각하면 한심한 남편이었다. 아무 대책도 없이 혼자 훌쩍 떠났다. 그때는 정말 천지가 아득하였다.



1
여보, 나 혼자 두고 어데로 갔소.
여보, 가시밭길을 나 혼자 두고 어디로 갔소.
나더러 어찌 하라고 혼자 훌쩍 떠나시었소.
내 야윈 두 뺨에 흐르는 눈물 금할 수 없어라.
불러보고 또다시 불러봐도
산 메아리만 울릴 뿐 허망하기만 하다.

2
안개 속으로 떠난 그대를 잊지 못해
서글픈 마음에 눈물지으며 그대를 불러본다.
불러본들 무슨 소용이 있으리오,
후회한들 무슨 효과가 있으리오.
살아생전에 서로 아껴주고 이해하고 소중히 여기지 못하고
짧은 인생 가버린 후에 이제 와서 가슴 아프나,
그 또한 아무 소용이 없다.
누구나 살아생전에 부부가
아웅다웅 싸움하며 살 것이 없다.
아무쪼록 사는 동안 서로서로 이해하고 감싸주며
금실 좋게 살 일이다.

3
당신과 나 사이에 한마디 말도 없이 이별이 웬말인가.
꿈에도 상상하지 못하였다.
벼랑 끝에 혼자 선 것처럼 막막하고 아득하였다.

4
이름도 서러운 두 글자 그대여.
나 백년을 해로하며 검은머리 파뿌리 되도록 살 줄 알았다.
그대 가고 홀로 남은 목숨이 왜 이리 질긴지 모르겠다.
그대 죽어 나비 되고, 이 몸은 죽어 꽃이 되고 싶다.
그대의 넉넉한 날개 밑에 편히 쉬고 싶다.

5
겨울밤에 내리는 눈은 그대 편지,
무슨 사연 그리 많아 밤새도록 내리는가.
겨울밤에 내리는 눈은 그대 안부,
혼자 누운 들창 밑에 건강하냐 잘 자느냐 묻는 소리.
그대 안부.

6
인생이란 어찌하여 이별이 있을까.
나는 죽어서 학이 되어 훨훨 날아가
이별 없는 곳에 내리겠다.
나의 동반자여 나의 바람을 막아주던 동반자여.
당신은 어디로 갔소.
외로움을 막아주던 사람아.
허전함을 달래주던 당신이여.

7
이 가슴에 기적소리 슬피 우네.
이내 마음 쓸쓸하여라.
간밤에 불던 바람 꽃잎을 휩쓸더니
오늘은 내 가슴까지 휘젓는다.
천지가 꽁꽁 얼고 눈보라 칠 때 떠나간 당신
마지막 남긴 당신의 말 때문에 눈물도 못 흘렸소.
당신 떠나고 나니 나는 날개 잃은 새,
이 몸 어느 누구에게 의지할까.

8
당신 꿈을 꾸었다.
진달래 핀 동산을 함께 거닐다 깨고 보니 허망한 꿈.
당신 음성 아직도 귓가에 쟁쟁한데
빈 방 둘러보니 새삼 목이 멘다.
세월 흘러 설움도 다 갔거니 했는데
어제 일처럼 가슴이 저리다.
웬일로 꿈에 나타나 가슴을 휘저어놓는가.

9
하늘이 짝지어준 그대여.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오래오래 살다
뒤도 서지 말고 앞도 서지 말고 나란히 나란히 걸어갑시다.
우리 죽을 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지 말고
나란히 나란히 웃으며 갑시다.
그러면 황천길도 즐거울 거요.
아무 후회 없이 나란히 갑시다.

10
천년을 두고 만년을 두어도 변치 않을 너와 나,
천년만년 하루같이 살고 지고.
창문에 달빛 밝은데
흘러간 세월이 그리워 그리워 못 잊을 그 세월이 그리워라.
이 가슴에 기적소리 슬피 우니 쓸쓸하여라.
속절없이 지는 꽃잎에 이슬비는 내리고,
말없이 떠나간 당신은 이제 기억도 희미하다.
멍든 설움 가슴에 안고 먼 산 바라보며 당신을 불러본다.
불러보아도, 불러보아도 메아리만 울릴 뿐 소용이 없다.

11
보내기 싫은 사람아.
떠나는 사람아.
갈림길에서 엇갈리는 사람아.
잊지 못할 사람아.
이런 이별은 내가 죄가 많은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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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또 올게

<홍영녀>,<황안나> 공저10,800원(10% + 5%)

"엄마, 나 또 올게" 우리는 왜 그렇게 자식 노릇에 서툴렀을까. 이름만으로도 가슴 뭉클한 내 어머니, 내 할머니 그리고 내 외할머니의 이야기. '엄마'라는 말이 가져오는 가슴뭉클함은 누가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엄마'를 소재로 각종 출판물과 공연들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어느 것 하나 식상하다거나 지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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