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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와 코코슈카, 고흐의 명작이 가득한 아름다운 미술관

벨베데레 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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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전에 명화들이 살고 있다 - 빈의 미술관들 가운데 어쩌면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벨베데레일 것이다. 클림트의 여러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것, 아니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키스」를 비롯해 명작들이 많이 소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빈에서는 인생이 아름다워진다
박종호 글,사진 | 김영사
예술의 절정을 꽃 피운 오스트리아 빈! 문화여행자 박종호가 전하는 위대한 예술과 인생의 아름다움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음악가 구스타프 말러, 건축가 오토 바그너,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등. 빈에서는 그들이 모두 살을 스치고, 말을 섞으며, 살고 사랑하고 창작하고 있었다. 예술가들의 치열한 정신과 열정으로 유럽 예술의 절정을 이루어낸 도시 빈! 그 아름다운 역사의 현장에서 문화여행자이며 정신과전문의인 박종호 가 위대한 예술과 인생의 아름다움을 전한다!

 
빈의 미술관들 가운데 어쩌면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벨베데레일 것이다. 클림트의 여러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것, 아니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키스」를 비롯해 명작들이 많이 소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클림트의 인기를 떠나 벨베데레에는 예술적, 역사적 가치가 대단한 그의 작품들이 적지 않다. 클림트 다음으로는 오스카 코코슈카의 작품이 많고, 분리파 결성 이전 빈의 가장 대표적인 화가인 카를 몰, 한스 마카르트 등의 회화들과 조각들도 많다.

‘벨베데레’란 궁전의 이름이다. 1683년 대대적으로 빈을 침공한 투르크 군대를 무찔러 일약 전쟁 영웅이 된 오이겐 공의 궁전이었다. 오이겐 공의 인기는 지금도 대단해, 우리나라로 치면 이순신 장군처럼 빈의 이곳저곳에서 그를 ‘오이겐 왕자’라고 부르며 그와 관련한 장소를 기념하고 이름을 들먹이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물론 오이겐 왕자의 거처는 빈 시내에 있었다. 나중에 그가 지은 여름 궁전이 벨베데레 궁전이다. 오이겐 왕자는 프랑스 사보이 공의 아들이지만, 오스트리아로 망명해 빈에서 살았다. 그는 무장(武將)으로서 전쟁에 나가 오스트리아를 위해 여러 번 승리를 거두었다.

궁전은 양쪽 끝으로 떨어져 두 건물로 나뉘어 있다. 남쪽의 완만한 언덕 위에 있는 건물이 상궁(上宮)이고, 북쪽의 낮은 대지에 있는 건물이 하궁(下宮)이다. 이렇게 마주보고 있는 상궁과 하궁 사이에 넓고 정리가 잘 된 프랑스풍의 정원이 위치해 있다.

여전히 아름다운 벨베데레 궁, 상궁의 모습

상궁으로 들어가면 먼저 아래층의 기둥들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서 말하는 ‘아래층’이란 1층이지만, 원래 2층부터가 귀족들이 사용하던 곳이며 아래층은 하인 계급이 쓰던 곳이라서 층수에서 제외되곤 했다. 이런 귀족 건물들을 보면 그들이 왜 우리쟀 2층에 해당하는 층부터 1층이라고 부르는지를 이해할 것 같다.

상궁 아래층의 기둥은 위층을 떠받치는 기둥으로서, 단지 밋밋한 기둥이 아니라 조각까지 되어 있는 기둥이다. 커다란 거인들이 고통스러운 표정과 몸짓을 하고 자신들의 어깨와 팔로 건물의 육중한 천장을 떠받치고 있다. 물론 당시 많이 사용하던 방식이지만, 여기서처럼 강렬한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게다가 위층에서 건물을 사용하는 용도도 귀족들의 파티였으니, 그들의 여흥을 위해 밑에서 고통스럽게 떠받들고 있는 서민 계급을 묘사한 것처럼 느껴진다. 결국 빈이 민주화가 되고 언젠가는 이 건물도 공화국의 소유가 될 것임을 미리 보여주고 있는 것만 같다.

오이겐 왕자가 죽자, 이 궁전을 합스부르크가에서 구입해 그들의 미술 소장품을 보관하는 장소로 사용했다. 그러다가 나중에 프란츠 페르디난트 황태자의 거처로 썼다. 하지만 사라예보의 총성으로 프란츠 페르디난트뿐만 아니라 합스부르크가도 무너졌다. 그렇게 왕정이 무너지고 오스트리아는 공화국이 되었으며, 궁전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예술품을 감상하는 미술관이 된 것이다.

벨베데레는 지금 오스트리아 정부에서 직접 관리하는 주요 국립 미술관이다. 상궁은 19세기와 20세기 회화를 가진 ‘근대 회화관’이며, 하궁은 중세에서 바로크에 이르는 미술품을 보유하고 있다.

이제 아래층에서 위층으로 올라간다. 2층으로 올라가는 대형 계단은 즐겨볼 만하다. 여기서부터 오이겐 왕자의 당시 위력과 호화로움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다. 올라가면서 남쪽으로 확 트인 유리창을 통해 눈부신 햇살이 내려앉은 연못이 눈에 들어온다. 한겨울에 갔을 때는 연못이 얼어버려 그곳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아이들의 아침 풍경이 마치 그림 같았다.

2층으로 올라가면 가운데에 화려한 홀인 ‘대리석 방’이 먼저 눈길을 끈다. 당시에 가장 귀하고 비싸게 여겼던 붉은 대리석만으로 만들어진 육각형의 큰 방은 그야말로 호화로움의 극치다. 이곳에서 중요한 행사가 이루어졌음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여기서 내려다보는 정원의 풍경도 좋고 정원 너머로 보이는 빈 시내의 풍경이 완전히 그림이다.

대리석 방에서부터 전시된 작품들을 둘러본다. 이 작품들은 벨베데레의 영구 소장품으로서, 그 가치는 와보기 전까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클림트의 그림들이 단연 많다. 그의 잘 알려지지 않은 초기 그림들부터 그가 여름휴가 때마다 아터 호수에 가서 그렸던 정사각형의 풍경화들이 보는 이의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역시 가장 인기 있는 것은 「키스」로부터 시작해 「유디트」, 「인생」 등의 그림들이다. 너무도 잘 알려진 그림들이니 굳이 언급하지는 않겠다. 생각보다 큰 규모의 그림들 앞에서 받는 감동은 상상 이상이다.

그 외에 모네, 고흐 등의 그림들도 대단히 크고 -나도 모르게 크다는 것을 자꾸 강조하는데, 이 넓고 높은 방에서 큰 그림을 볼 때의 감동은 분명 다르다- 좋은 명작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은 코코슈카일 것이다. 그의 걸작인 「바람의 신부」, 「타이곤」호랑이 사자 등을 모두 볼 수 있다. 어둠과 갈등으로 점철된 그의 그림들은 죽음을 지향하는 것 같지만, 그 앞에 서면 나는 부단하게 몸부림치는 생명력을 느낀다.

3층으로 올라가면 보다 작은 크기들이지만 하나하나가 마음을 끌 만큼 뛰어난 작품들이 많다. 최소한 하루 정도는 온전히 바쳐야만 벨베데레의 작품들을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아직 하궁도 남아 있다.

벨베데레 궁전에서 내가 가장 감동하는 곳은 상궁의 서쪽 끝에 있는 큰 방이다. 여기는 한스 마카르트1840~1884의 걸작 「5감五感」이 걸려 있다. 인간이 느끼는 다섯 가지의 감각, 즉 청각, 시각, 미각, 촉각, 후각을 형상화한 것이다. 완고한 형태로 그려진 것이기는 하지만, 다섯 여인들에서 각기 와닿는 느낌은 상당히 좋다. 무엇보다도 데생과 색채의 기교가 뛰어나다. 「5감」은 하나의 그림이 아니고 따로따로 나누어진 다섯 개의 그림인데, 하나도 유실되지 않은 채 다섯 그림이 각각 한 벽면을 차지하고 있다.

마침 「아리아드네의 승리」의 보수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이 방의 가장 큰 벽면은 역시 마카르트의 대형화인 「아리아드네의 승리」가 채우고 있다. 테세우스로부터 버림받은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패배주의에 젖어 있을 것만 같은데, 이 그림에서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즉, 아리아드네는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 마치 남자들에게 복수하듯이 궐기한다. 그녀의 모습은 드러낸 가슴의 여성성까지 강조되면서 실로 아름답다. 현실을 긍정적으로 이겨내는 여성이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는 작가의 시각이 그대로 내 가슴까지 전해진다.

나는 이 방을 유달리 좋아한다. 사람들은 다들 클림트와 코코슈카로 몰려가 있을 것이다. 물론 나도 클림트와 코코슈카를 좋아하지만, 그들을 차지하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대신에 마카르트는 내 차지다. 조용하고 넓은 이 방에는 남쪽과 북쪽의 하늘과 풍경이 다 들어온다. 이곳의 소파에 앉아서 종일 「5감」과 「아리아드네의 승리」를 감상하면서 생각에 젖는다.

북쪽 창으로 멀리 보이는 빈 시내 스카이라인에 슈테판 성당의 높은 종탑이 선명하다. 그렇다. 지금 나는 예술의 도시 빈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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