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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살 소녀의 혹독한 시집생활 - 남자 잘못 만나면 일생을 망치더라

젊은 시부모의 시집살이, 7식구 뒷바라지 해야 했던 혹독한 결혼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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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나이 열아홉 살 되던 그해 음력 2월 그믐날 결혼을 했다. 시집을 가고 보니 집도 없는 데로 속아서 간 걸 알았다.

 
엄마, 나 또 올게
홍영녀,황안나 공저
우리는 왜 그렇게 자식 노릇에 서툴렀을까.
'엄마'를 소재로 각종 출판물과 공연들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어느 것 하나 식상하다거나 지겹다거나 하지 않는 걸 보면 '엄마'라는 존재가 주는 각별함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같다고 볼 수 있다. 이 책 역시 남다른 '엄마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엄마, 할머니, 외할머니의 이야기인 듯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글이 마음먹은 대로 안 써지니 아버님 원망스러운 마음이 또 생긴다. 딸자식은 안 가르쳐도 된다고 재산 모으는 일에만 신경을 쓰셔서, 내 나이 여덟 살 때부터 나가 놀지도 못하게 하시고 직조만 짜게 하셨다. 키가 작아 직조틀에 앉지도 못하고 발이 안 닿아 서서 짰다. 그렇게 해서 나는 10년 동안 꼬박 직조틀에서 살았고, 아버지는 해마다 가을이면 땅을 샀다. 그 힘든 일을 해내며 직조틀에서 키가 자랐다. 글자 한 자 안 가르치고 인조만 짜게 한 아버지가 지금도 원망스럽다.

내 나이 열아홉 살 되던 그해 음력 2월 그믐날 결혼을 했다. 시집을 가고 보니 집도 없는 데로 속아서 간 걸 알았다. 남편은 열여덟 살인데, 너무나 숫기가 없어 나를 잘 바라보지도 못하고 말도 못 붙였다. 식구로는 서른여섯 살 된 시아버님, 서른아홉 살 된 시어머님, 스물한 살 된 아버님의 첩, 열세 살 된 시누이, 아홉 살 된 시동생, 이렇게 다 해서 일곱 식구였다. 그런데 젊은 시부모의 시집살이가 그렇게 무섭고 고될 수가 없었다. 마음 의지할 데가 없고 서러워 다 무섭기만 하였다. 시어머님 방에서 긴긴 겨울밤 내내 등잔불 아래서 바느질을 했고, 12시 전에는 내 방에 든 적이 없었다. 그리고 새벽 5시에 일어나 세수하고 시간밥을 지었다. 조반 전에 시아버님한테 들어가 아침 인사 올리고 안방에 들어가 시어머님한테 절 올리고 아침상을 드렸다.

남편이란 사람은 제일 먼저 먹고 나가고, 다음에 시동생들 벤또(도시락) 싸고, 시동생들 먹고 학교에 간 다음에는 시아버님과 따로 두 시어머님 조반상 차려 올리고 나는 부엌에서 먹었다. 그 다음에는 설거지하고, 집 안 청소 마치고, 두 시어머님 고무신 뽀얗게 닦아 일으켜 세워놓고, 하루에 물 열 동이를 길어 와야 했다. 친정에 있을 때는 집안일을 해본 적이 없었다. 직조틀에만 매달리어 있다가 시집을 왔으니 살림을 아는 게 없었다. 그러다 그 무서운 시집살이를 하니, 얼마나 고생이 되고 힘에 부치고 무서웠는지 모른다.

처녀 때는 물 한 번 길어보지 않아 일도 잘 못했다. 물동이를 잘 일줄 몰라서 물이 다 쏟아지고 젖은 앞치마가 땡땡 얼어 뻗쳐 당길 수가 없었다. 지금도 그때 생각만 하면 몸서리가 쳐진다. 한번은 남편이 내가 딱했던지 물동이를 받아주었는데, 시아버님께서 보시고 계집만 아는 놈이라고 화로가 날아갔었다. 항상 불안하고 무서웠다. 그러다 결혼한 지 7년 만에 경화가 태어났다. 음력 3월 13일 새벽 5시, 용띠 딸이었다. 아이가 마음의 의지가 되어주었다. 경화는 무럭무럭 잘 자라주었다. 그 흐뭇하고 대견한 마음 헤아릴 수 없다.

내 일생을 되돌아보면 전생에 죄를 많이 짓고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내 나이 열아홉 살에 결혼했는데 어찌나 시집살이가 매웠는지 고추가 매운들 그보다 더 매웠으랴. 새벽 5시면 일어나 시간밥을 지어야 했고, 매일 아침 축대 아래 우물에 가서 물 열 동이를 길어 날랐다. 겨울이면 손등이 갈라지고 터져서 피가 흘렀다. 온종일 허리가 휘도록 일을 하고, 밤 12시나 새벽 1시가 되어야 잠자리에 들었다.


시어머니는 초저녁엔 실컷 주무시다가 12시가 되면 그때야 일어나셔서 화투로 운을 떼셨다. 잠은 쏟아지는데 자라는 말씀이 없으셔서 미칠 것만 같았다. 약주에 취한 시아버님은 새벽 1시나 2시에 들어오셔서 주사로 날이 샜다. 잠 한 잠 못 자고 그냥 뜬 눈으로 나가 조반을 지었다.
어찌나 몸이 고달픈지 친정 생각하며, 밤마다 우리 외할머님 생각하며 흐르는 눈물로 베개를 적셨다.

나이 어린 남편은 아내가 아무리 시집살이가 고되어도 아무것도 몰랐다. 손등이 얼어 터져 피가 나도록 고생을 해도 무관심했다. 그러니 서러워도 남편한테 하소연 한마디 못했다. 아무리 나이 어린 신랑이라 하나 그럴 수는 없었다. 그때는 정말 기가 막히고 절벽에 부닥친 듯 천지가 아득했었다. 여자는 남자 집에 발 한 번 잘못 들여놓으면 일생을 망친다. 이제와 생각하면 걸어온 길이 너무나 험한 가시밭길이었다.

외로운 들창에 흔들리는 나무 그림자,
돌아눕는 어깨가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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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또 올게

<홍영녀>,<황안나> 공저10,800원(10% + 5%)

"엄마, 나 또 올게" 우리는 왜 그렇게 자식 노릇에 서툴렀을까. 이름만으로도 가슴 뭉클한 내 어머니, 내 할머니 그리고 내 외할머니의 이야기. '엄마'라는 말이 가져오는 가슴뭉클함은 누가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엄마'를 소재로 각종 출판물과 공연들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어느 것 하나 식상하다거나 지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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