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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가격이 170만 원? - 색골(色骨)은 유한하나 차골(茶骨)은 영원하다

김치 안 먹는 사람이 한국인이라고 할 수 없듯 차 안 마시는 사람은 중국인이 아니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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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중국인들은 신선한 채소조차 기름에 볶아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다. 고기를 즐기니 위와 장에 기름기들이 많이 쌓이는 것이 당연하다. 차는 이 기름기들을 제거하는 탁월한 효능을 갖고 있다. 기름기 많은 음식을 즐기는 중국인들 중에 뚱뚱한 사람이 의외로 적은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베이징 특파원 중국문화를 말하다
홍순도 등저 | 서교출판사
베이징 특파원 13인이 발로 쓴 최신 중국 문화코드 52가지 - 중국 문화를 알면 중국 경제가 보인다!
전ㆍ현직 베이징 특파원이 발로 써낸 책인 만큼 현지에서 직접 보는 것처럼 생생하다. 중국을 전혀 모르는 독자들도 술술 넘길 정도로 쉽지만, 준비 없이 앉은 자리에서 독파할 정도로 가볍고 만만한 책도 아니다. 흙먼지 휘날리는 중국 대륙 곳곳에서 건져 올린 특파원들의 오랜 경험이 농축된 만큼 객관적 설득력을 갖는 최신 중국의 문화코드와 묵직한 울림까지 담겨 있다.

중국에 가면 택시 기사들이 자신들이 마시는 차를 유리병에 담아 항상 운전석 옆에 두는 것을 볼 수 있다. “택시 운전석 옆에 차가 없으면 그 기사는 아주 취향이나 먹성이 독특한 사람이라고 해야 한다. 김치 안 먹는 사람이 한국인이라고 할 수 없듯 차 안 마시는 사람은 중국인이 아니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다.”라는 쉬융빈(徐永賓) 징지마오이(經濟貿易) 대학 교수의 말은 중국인이 얼마나 차를 좋아하는지를 입증한다.
식당이나 기차, 학교, 병원 등의 일반 공공장소에서도 뜨거운 물이라는 뜻의 카이수이(開水)가 준비돼 있어 원하는 사람들이 24시간 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처럼 중국인들이 차를 아예 물처럼 상용하는 것은 중국이 차의 본고장이라는 사실과 직결돼 있다. 지구촌 거의 대부분 국가의 역사서들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차나무를 발견한 나라로 중국을 공식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차이나라는 국호가 진(秦)나라에서 유래했듯 영어의 티(Tea)라는 단어가 차에서 유래됐다는 학설은 그래서 신빙성이 상당히 높다. 상용화한 역사도 그다지 짧다고 하기 어렵다. 약 2000여 년 전인 삼국시대에서부터 시작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소설 『삼국연의』에도 유비(劉備)가 돗자리를 만들어 팔아 장만한 차를 어머니에게 드리기 위해 소중하게 간직하는 장면이 나온다.


나쁜 수질, 술 해독 위해 차문화 발달


차는 에피소드도 적잖게 만들어냈다. 제갈량(諸葛亮)이 오늘의 광둥성과 베트남 북부 지역 일대인 안남(安南)을 정벌하러 출정했을 무렵이었다. 당시 전세는 그가 지휘하는 만큼 말할 것도 없이 파죽지세였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승승장구하던 병사들이 물이 맞지 않자 하나둘씩 심한 눈병을 앓기 시작했다. 그는 해결책 모색을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그러다 가지고 다니던 지팡이 하나를 병영 내에 심었다. 놀랍게도 지팡이는 곧 차나무로 변해 병사들을 살리는 생명의 물을 공급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전황은 굳이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 차 전문가들이 당시의 차를 제갈량의 호를 따 쿵밍차(孔明茶)로 부르고 있다거나 그를 차의 신, 즉 다조(茶祖)로 부르는 것은 모두 이런 일화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중국의 다조는 제갈량보다는 당(唐)나라 때의 문인 육우(陸羽)라는 주장이 훨씬 더 설득력을 가진다. 차에 관한 한 성경이랄 수 있는 『다경(茶經)』까지 펴낸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심지어 차의 성인이라는 의미에서 다성(茶聖)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다도(茶道)라는 단어를 만든 중국인들의 차 마시기 문화가 어떻게 생성됐는지에 대한 설은 잡다하리만치 구구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중국의 기후 및 자연과 상당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얘기되고 있다. 평균적으로 좋다고 하기 어려운 수질의 물과 먼지 많은 환경에 노출되다보니 차가 자연스럽게 보급됐다는 것이다. 애주가들과 관련한 설도 없지 않다. 이는 술 해독에는 차만한 것이 없는 사실을 감안하면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차는 실제 약리적으로도 상당히 유익한 작용을 하는 것으로 검증되고 있다.

무엇보다 웰빙과는 거리가 먼 중국인들의 식생활 습관에 꽤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주지하디시피 기름기 많은 돼지고기 같은 육류의 상식(常食)을 생활화하고 있다. 중국인 여자들과 결혼한 조선족 남자들이나 한국 남자들이 간혹 부부 싸움 끝에 “당신이 도대체 나한테 해준 게 뭐냐? 금쪽같은 애를 낳아줬는데도 매일 먹이는 게 김치 쪼가리 같은 채소 외에 더 뭐가 있나? 고기 먹는 경우가 가뭄에 콩 나듯 하니 이래 가지고서야 당신이나 나나 어디 부부생활이라도 제대로 할 힘이 생기겠는가?”라는 욕과 진배없는 푸념을 부인들로부터 듣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게다가 중국인들은 신선한 채소조차 기름에 볶아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다. 고기를 즐기니 위와 장에 기름기들이 많이 쌓이는 것이 당연하다. 차는 이 기름기들을 제거하는 탁월한 효능을 갖고 있다. 기름기 많은 음식을 즐기는 중국인들 중에 뚱뚱한 사람이 의외로 적은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차는 제조 방법에 따라 녹차, 반 발효차, 발효차로 크게 나뉜다. 이중 녹차는 생 찻잎을 가마솥에 넣고 손바닥으로 여러 차례 문지르면서 볶아낸 것이라고 보면 된다. 저장성 항저우의 룽징(龍井)차와 장쑤성 쑤저우(蘇州)의 비뤄춘(碧螺春), 안후이성 황산(黃山)의 마오펑(毛風)차가 가장 유명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대문호 소동파와 유독 깊은 인연이 있는 항저우 시후(西湖)에서 재배되는 룽징차는 스펑(獅峰), 룽펑(龍峰), 메이펑(梅峰) 등 3종류의 브랜드로 나눠지면서 단연 녹차의 황제로 군림하고 있다. 품질이 뛰어난 대신 생산량이 많지 않아 가짜가 양산되기도 한다.

반 발효차는 차를 5시간가량 통속에 넣어 놓은 채 열기로 숙성시켜 말린 차들을 통칭한다.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우룽(烏龍)차가 이에 해당한다. 발효차는 찻잎을 강한 열기로 찐 다음 증류 과정을 거쳐 건조시키는 방법을 채택한 차들이다. 홍차와 대륙 서남부 윈난(雲南)성 최고의 차 브랜드인 푸얼(普?)차가 유명하다.

특히 푸얼차는 살을 빼는 데 특효라고 알려져 있어 한국인들에게는 인기가 유독 많다. 그러나 푸얼차는 이런 효능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무수한 차들 중에서 가장 효능이 많은 차라는 것이 중국 차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 차는 우선 위장을 따뜻하게 하고 지방질을 잘 분해한다고 한다. 또 동맥경화와 심장질환 방지에 특효가 있고 고혈압이나 암, 당뇨병 환자 등이 복용해도 상당한 효과를 본다는 것이 정설이다. 아마도 1500미터 전후의 아열대 삼림에서 자라기 때문이 아닌가 보인다.

이 차는 차마고도(茶馬古道)를 통해 일찌감치 프랑스와 영국까지 흘러들어갔을 뿐 아니라 한반도에도 전래됐다고 한다. 지금은 가짜가 많아 구입할 때 각별히 주의하지 않으면 진짜를 구입하기 힘들다.


유학파 젊은이들은 차 대신 커피 선호 경향


중국은 차의 원산지인 만큼 종류는 무궁무진하게 많다. 대표적인 브랜드를 꼽으라면 대략 8대 명차를 들어야 할 것 같다. 룽징, 비뤄춘, 마오펑, 톄관인(鐵觀音), 우이(武夷), 치먼(祁門), 푸얼, 모리화(茉莉花)차 등이 자랑스러운 8대 명차의 반열에 들어간다.

오로지 중국에만 존재하는 희귀한 차도 있다. 단 여섯 그루 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진 다훙파오(大紅袍) 차나무에서 따낸 우이차로 보통 100그램에 10만 위안(1700만 원)을 호가한다. 비싼 것으로 유명한 푸얼차 최상품 가격보다 훨씬 비싸다. 유명 찻집의 경우 한잔 가격이 1만 위안(170만 원)을 넘기도 한다.

이런 현실을 보면 영국이 1840년에 아편 전쟁을 일으킨 것도 다 까닭이 있지 않나 싶다. 당시 영국의 귀족들은 청나라의 차에 열광했다. 당연히 엄청난 은이 청나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더 이상 엄청난 무역 적자를 견디지 못하게 되자 중국 전 대륙에 아편을 풀어 은을 다시 거둬들였다. 청나라는 이에 격분했다. 결국 자국의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이 영국과 아편 전쟁을 벌이지 않으면 안 됐다. 따라서 아편 전쟁은 차 전쟁이라는 일부 중국 역사학자들의 견해는 완전히 틀린 게 아니다.

그러나 이런 차도 요즘은 위상이 과거 같지 않다. 이른바 해외 물을 먹은 하이구이를 비롯해 서구 문화에 익숙해진 오피니언 인사들 중에서는 차를 멀리 하고 에비앙 등의 외국 광천수나 콜라, 드링크 제품을 가까이 하는 이들이 없지 않은 탓이다. 더구나 수년 전부터는 미국의 커피 체인인 스타 벅스가 인기를 크게 끌면서 중국 젊은이들이 커피를 더 즐기는 추세다. 이같은 현실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지금은 비록 철수했으나 중국의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구궁(故宮)에 스타 벅스 체인이 2000년부터 무려 7년 동안 영업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중국 속담에 색골(色骨)은 유한하나 차골(茶骨)은 영원하다는 것이 있다. 아무리 커피를 비롯한 현대식 음료의 침투가 극심하더라도 중국인들의 2000여 년 동안에 걸친 차의 생활화가 대번에 확 변하기란 쉽지 않다. 한국의 김치가 한국인이 존재하는 한 사라질 수 없는 것처럼 중국의 차도 커피 등과 공존하면서 명맥을 유지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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