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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윤의 호모 콰이렌스]행복이 당신 곁을 떠난 이유는?

김선욱 선생님께 드리는 질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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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개인이 행복한 순간만을 모아놓은 한권의 책을 상상해본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그 책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이라 칭했습니다. 아마 그 책에는 모든 것이 들어있을 것입니다.

김선욱 선생님께

개개인이 행복한 순간만을 모아놓은 한권의 책을 상상해본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그 책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이라 칭했습니다. 아마 그 책에는 모든 것이 들어있을 것입니다. 비 내리는 날 떨어지는 꽃잎, 어린 아이들의 웃음소리, 사랑하는 사람의 미소. 한 여름의 바다. 음악들. 책들, 여행지들. 음식과 친절과 추억들. 유년 시절 친구들.그리운 것들..

그런데 최근에 유행하는 행복에 대한 책들은 제 느낌으론 안타깝게도 좀 맥빠지고 의도도 수상하고 기만적입니다. 마치 중산층의 위기 의식같은 것을 반영한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요? 행복해지기 위해선 우리에게 위로도 필요하지만 용기나 진실을 보는 명확한 눈도 필요합니다. 세상은 불안하고 경쟁적인데 수많은 행복 책에서 말하는 긍정의 심리학을 갖는 것이 과연 올바를까요? 긍정에 이르기 전에 불안을 직시하고, 긍정하라는 메시지에 숨은 의도를 의심하는 것이 올바르지 않을까요? 자신의 행복보다는 남의 행복에 더 관심 있는 사람들은 바로 그 이유로 탄압받고 어려운 생활을 하는데 조깅을 하라거나 커피를 마셔라, 많이 웃어라 같은 말들을 따르는 것이 개인적으로 기분 전환하는 것 말고, 아! 나는 안전하다는 느낌을 갖는 것 말고 또 다른 의미가 있을까요? 세상은 무척 경쟁적이고 살아 남으려면 사력을 다하고 남과 다른 기발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맘을 비우라고 말하는 것은 다다를 수 없이 고결한 경지 아닌가요?

최선을 다하라 라는 말은 당신도 노력해서 승자가 되란, 또 다른 성공 이데올로기에 불과하지 않을까요? 너도 할 수 있다는 의지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사회에 살기 때문에 우리 시대는 이미 마음이란 것을 돌아볼 기회를 잃어버린 건 아닐까요? 저는 최근에 유행하는 많은 행복론들은 우리가 소중히 여겨야 할 가치와 그 가치를 지키기의 어려움에 대해선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와 세계가 아니라 나만 바라보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나만 바라보는 것은 진실로 피곤한 일입니다. 행복이 아니라 불행에 이르는 지름길입니다. 행복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좋은 일입니다. 누가 행복을 원하지 않겠습니까? 누가 불행하길 원하겠습니까? 저는 차라리 불행을 원한다고 말을 하는 사람은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이해 관계를 초월하고 심지어 불행까지도 감내하는 결단은 숭고한 일이지만 나는 차라리 불행을 원한다는 말은 지독한 자기 연민에서 비롯된 것인 경우가 많습니다. 분명한 것은 듣기 좋고 마음에 일말의 불편함도 주지 않는 위로와 충고로 가득한 지금과 같은 유약한 행복론에 매몰되면 불행에 맞설 수 없다는 것입니다.

최근에 선생님의 책 『행복의 철학』을 몇 가지 점에서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행복의 철학이라고 하면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벤덤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말하기까지 행복의 철학적 계보에 대한 책이 아닐까 짐작했었는데 그렇지 않더군요. 이를테면 선생님은 행복의 철학 첫 문장을 ‘행복은 과연 마음 먹기에 달린 것인가?’ 를 의심하면서 시작합니다.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란 말은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할 때 위험하기 그지없습니다. 세상이 고통스러운데 혹은 자기 자신 삶의 조건이 비참한데 마음만 평온해지길 바라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책을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제가 읽은 책 중 행복에 대해 제 마음을 끌었던 두 권의 책을 이야기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책은 하루 동안 많은 불행을 겪은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그 남자 이야기는 최근에 번역 되고 있는 보르헤스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 중 볼테르의 『미크로메가스』의 ‘맴논 혹은 인간의 지혜’편에 실려 있습니다. 아름답고 고귀한 공주와 귀족들이 겪는 기상천외한 고난을 천일야화처럼 풀어놓는, 즉 천일야화의 잔혹 버전 같은 『캉디드』를 통해서 세상 모든 것이 최고 최선의 상태이다. 모든 것이 좋다!는 낙관주의를 맘껏 조롱한 볼테르는 ‘맴논 혹은 인간의 지혜’에선 다른 것을 조롱합니다.

그 글에서 맴논은 어느 날 완벽히 현자가 되어야겠다는 ‘정신 나간’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는 이렇게 생각하죠. 아주 지혜로워져서 그 결과 아주 행복해지려면 열정이 없어져야 한다. 그 외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 그런데 누구나 다 알다시피 그보다 더 쉬운 일은 없다. 첫째 나는 절대로 여자를 좋아하지 않겠다. 완벽한 미모를 보게 되면 나는 스스로에게 저 뺨은 언젠가 주름질 것이고 저 아름다운 눈을 가장자리가 벌겋게 될 것이며 저 봉긋한 가슴은 납작해지고 축 늘어질 것이고 저 아름다운 머리는 다 빠져서 대머리가 될 것이다라고 말하련다. 즉 나는 현재에도 먼 훗날의 시선으로 그녀를 볼 것이다. 둘째 나는 늘 음식이나 술을 절제할 것이다. 셋째 나는 친구랑도 잘 지낼 것이다. 절대 싫은 말은 하지 않고 싸우지 않을 것이다.

맴논은 이런 식으로 세상 만사를 생각하면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그러다가 맴논은 자기 집 곁에 있는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를 산책하고 있는 여인 둘을 봅니다. 그런데 그 중 아름답고 슬퍼 보이는 젊은 여인을 보고 그만 마음이 흔들리고 맙니다. 여인은 자기가 사악한 삼촌을 만나서 재산을 다 뺏길 위기에 처해있노라고 고백하곤 맴논을 자기 집에 초대합니다. 물론 맴논은 기꺼이 응하죠. 여인은 향기가 그윽한 그녀의 방으로 맴논을 데려가서는 널찍한 소파에 앉게 했습니다. 그 둘이 이야기를 나눌수록 그들의 다리는 점점 더 밀착 되었습니다. 충고를 늘어놓는 맴논의 입은 그녀의 얼굴 아주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그때 그녀의 삼촌이란 작자가 나타나서는 화를 냅니다. 맴논이 많은 돈을 가져와야 용서할 수 있다고 해서 맴논은 가진 것을 다 주고서야 그 집을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맴논은 절망해서 친구나 만나러 가야지 생각합니다. 그리고 친구들을 만나 잔뜩 취해버렸고 도박을 했고 돈을 다 잃었고 즉석에서 큰 빚도 졌고 결국은 친구와 말다툼을 하다가 친구가 던진 주사위에 눈을 맞아 한쪽 눈을 잃었습니다. 그는 집에 돌아와서 빚을 갚으려 했지만 파산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비참한 기분에 사로잡혀 처음 아름다운 여인을 만났던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에 앉아 있는데 그녀와 삼촌이 그 꼴을 보고 웃음을 터트리며 지나가는 겁니다. 결국 맴논은 앓아누워 버렸는데 그날 밤에 착한 귀신이 나타났습니다. 착한 귀신은 이렇게 말하죠.

“너의 운명은 바뀔 것이다. 네가 여전히 애꾸로 있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만 빼고는 충분히 행복해질 것이다. 네가 완벽하게 지혜롭게 되려는 그 어리석은 계획만 세우지 않는다면. 완벽하게 능숙해지는 것, 완벽하게 강해지는 것, 완벽하게 세력을 떨치는 것,완벽하게 행복해지는 것도 마찬가지로 불가능하다. 우리는 그렇게 되지 못한다. 그 모든 것이 가능한 행성이 하나 있긴 한데 광대무변함 속에서 흩어져 있는 수천억개의 세계들 속에서 그 모두가 서서히 (그 행성을) 잇따르고 있지. 두번째 세계에서는 첫 번째 세계에서보다 지혜와 쾌락이 적고 그 다음도 그런 식으로 이어져서 그 마지막 세계에서는 모두가 완전히 미쳐있지”


맴논은 현인이 되기는커녕 하룻밤 사이에 불쌍한 바보가 되어 버린 셈인데요. 볼테르는 지상의 모든 사건 사고와 불행의 진정한 대가답게 맴논이 온갖 비극을 겪게 만들었는데도 이 글을 읽고 나면 맴논의 불행에 마음 아프다기보다는 아뿔싸 정신이 번쩍 납니다. 자신은 바뀌지 않으면서 행복해지길 바라는 맴논의 생각이란 게 얼마나 초라해져 버렸습니까? 스스로 괜찮다고, 행복할 것이다고 맘 먹으면 세상 만사가 뜻대로 될 것이란 생각은 하룻밤 만에 깨져 버린 거죠.

행복해지려면 자신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 중 하나는 버트런트 러셀입니다. 저는 버트런트 러셀의 자서전 중 한 부분을 꽤 또렷이 기억합니다. 러셀은 자신의 인생을 이런 식으로 정리했습니다.

“나는 소년 시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두 개의 목적을 위해 삶을 바쳐왔는데 그 하나는 진리를 탐구하기 위한 일이었고 다른 하나는 평화로운 세계를 이룩하기 위하여 가능한 일은 무엇이나 하려고 했던 것이다.”

저는 이렇게 인생의 목적을 설정할 수 있단 건 꿈도 꾸지 못해봤기 때문에 그 뒷 이야기에 더욱 관심이 갔었습니다. 러셀은 그렇게 공부하길 20여년 되는 무렵, 일차 세계 대전을 만나게 된 후 본격적으로 인간의 불행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불행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자신이 불행해서가 아니라 인간이 겪는 불행 중 그 어떤 것도 인간의 피치 못할 운명 탓이란 생각이 들지 않아서입니다. 물론 개인적인 고민도 있었습니다. 인간의 지혜와 노력이 인류를 구출해 낼 거라고 믿었지만 그럼에도 러셀 자신 역시 나이가 들수록 행복감은 멀어지고 성격은 침울해져 갔던 겁니다.

그래도 그는 단 한 순간도, 인간의 고통은 숙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같은 길을 갈 수는 없었노라고 고백합니다. 그는 인생 말년에 자신이 잘한 점과 잘못한 점을 헤아려봅니다. 자유롭고 행복한 세계가 가깝다고 생각한 것은 잘못. 그러나 이러한 세계의 실현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가까운 장래에 이의 실현을 바라고 살아갈 보람이 있다고 생각한 것은 무죄. 개개인 모두가 혐오와 탐욕과 질투에서 해방되어 발랄하게 성장할 수 있는 사회를 염원하면서 전 생애를 바친 점은 잘했다고 그는 생각한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공포가 앞으로 닥치더라도 나의 이 신념은 변하지 않을 것임을 확신한다라고 말하며 러셀은 자서전을 끝냅니다. 저는 바로 이런 문장들을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불행에 대한 그의 관심을 진심으로 존중했기 때문에 러셀의 『행복의 정복』에 큰 관심이 갔습니다.

러셀이 행복을 이야기하면서 『행복의 정복』이란 제목을 붙인 것은 행복은 절로 입 안에 굴러 들어 오는게 아니라고 생각해서입니다. 이 세상은 개인의 노력으로 피할 수 있는 불행과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같은 개인의 노력으로도 피할 수 없는 불행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래서 러셀은 이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는 사람은 불행의 원인들을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러셀은 불행을 다루는 것 같은 고민을 하지 않아도 좋은 사람이 드물긴 해도 있기는 있다고 합니다. 낙관적인 성격, 자신을 풍요롭게 할 줄 아는 열정, 좋은 학벌, 빼어난 아름다움을 가진 여인이 건강하고 부유한 남편과 결혼해서 살찌면 어쩌나 하는 걱정조차 없이 지내면서 심지어 자식마저 속 썩이지 않는 것과 같은 경우 말입니다. 만약 당신이 바로 위와 같은 사람이 아니면 일단 체념이 필요하다고 러셀은 말합니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사람은 소수이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행복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긴 해도 인간은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러셀은 믿습니다. 불행으로 고통당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조차 바람직한 방향으로 노력하기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단 것 또한 러셀은 믿습니다. 이를테면 교통 체증을 겪으면 바로 반정부적이 되거나 비판을 받으면 자존?에 상처를 받고 원한 감정을 품거나 모든 사람한테 쏟아지는 사랑을 받지 못해서 불행해 하거나, 행복한 사람을 보면 화가 나거나, 나는 뛰어난데 이 세상은 나랑 맞지 않는다거나, 나는 착한데 세상은 나를 이용한다고 생각하며 불행해 해 하는 사람은 몇 가지 노력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행복의 정복』은 러셀식 행복의 비법입니다. 그리고 러셀 자신도 그 비결대로 살면서 행복해졌습니다. 이 책의 일장의 전체 제목은 ‘행복이 당신 곁을 떠난 이유’입니다. 러셀은 행복이 우리 곁을 떠난 이유로 대략 아홉 가지를 꼽습니다. 자기 안에 갇힌 사람, 이유없이 불행한 당신. 경쟁의 철학에 오염된 세상. 권태. 걱정, 질투. 불합리한 죄의식. 모두가 나만 미워해. 난 세상과 맞지 않아 등입니다. 첫 번째로 나오는 주제가 ‘자기 안에 갇힌 사람’입니다. 행복이 당신 곁을 떠난 이유의 첫 번째 장에 자기 안에 갇힌 사람이 나오는 것은 너무나 의미심장합니다. 저는 우리가 모두가 자기 자신만을 사랑하는 자기애의 시대에 살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하곤 합니다.

러셀의 행복관은 단순합니다. 분명한 외적 원인이 없는데도 불행한 사람이 행복해지는 가장 본질적인 비결은 자신에 대한 집착을 줄이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에 몰입하는 사람은 대략 세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자기 도취에 빠진 사람. 자신을 죄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과대 망상에 빠진 사람입니다. 자기 도취에 빠진 사람은 화가가 되면 존경받는다는 이유로 화가 지망생이 되는 유형의 사람들입니다. 법관이 되면 성공한 인생이라 평가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법관이 되려는 사람입니다. 그때 그림이나 법이란 목적에 이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세상 사람들에게 칭찬 받는데만 관심이 있기 때문에 목적을 이루기 어렵고 그래서 불행합니다. 이런 허영심은 자존감이 부족한 경우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자존감을 키워야만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존감을 기르는 유일한 방법은 외부적인 대상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한 활동에서 성공을 거두는 것 뿐입니다. 그러니까 자존감을 기르기 위해서 거울을 보면서 자기 자신을 칭찬하거나 위로할 필요는 없는 겁니다. 죄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실제로 죄를 지었다기보다는 죄의식에 사로잡힌 사람입니다. 죄의식에 사로잡힌 사람은 자신을 열등하다고 생각하고 원한 감정에 사로잡힙니다. 과대 망상에 빠진 사람은 사랑받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권력을 가진 사람이 되기를 바라고 남들이 두려워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합니다. 이런 식으로 러셀의 행복의 비법을 몇 가지 더 정리하면 이런 것들이 됩니다.


-불행은 심리적인 공통점은 결국 어느 한 가지 만족을 다른 만족보다 소중히 여기고 자신이 이룬 성과에 대해서도 자신에게 만족감을 주는 활동과는 상반되는 것이라고 과소 평가하는 것이다. 지나치게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이야말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적을 것을 얻게 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자아 성찰을 하지 말아라. 자아 성찰은 고쳐야 할 질병인 자아 몰입의 기회를 늘리기 때문이다. 관심이 외부로 향하고 있는 사람은 어쩌다 한 번씩 자신의 영혼으로 눈을 돌릴 때면 자신의 내면이 대단히 다채롭고 재미있는 종류의 원료들을 분류하고 재결합하여 아름다운 혹은 발전적인 조합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다른 조건들이 모두 비슷할 경우 어느 것 하나에라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어떤 것에도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에 비해서 훨씬 잘 세상에 적응할 수 있다.

-아무 노력 없이 산다는 것 자체가 행복의 본질적 요소를 앗아가 버린다. 원하는 것 중 일부가 부족한 상태가 행복의 필수 조건이다.

-어느 정도 권태를 견디는 것이 행복한 삶에서 필수적이다. 훌륭한 책도 지루한 부분이 있고 위대한 삶에도 지루한 시기가 있다. 어린 시절부터 단조로운 삶을 견디는 능력을 길러야한다. 그런 점에서 현대의 부모들은 비난받아야 한다. 현대의 부모들은 날마다 비슷한 생활을 하는 것이 아이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 어린아이는 자신의 노력과 창조력에 의지해서 스스로 환경으로부터 즐거움을 찾아야한다.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모든 종류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올바른 방법은 이성적으로 침착하게 그러나 집중적으로 그 두려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다. 두려움은 그것을 직시하지 않으면 반드시 더욱 심해진다.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질투에 대해서 말한다면 질투의 치료법은 행복뿐이다. 질투심이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서 즐거움을 얻는 대신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서 괴로워하는 것이다. 불필요한 겸손도 질투와 관련이 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인간 본성에는 질투를 상쇄할 다른 격정 즉 탄복이라는 감정이 있다. 행복의 증진을 바라는 사람은 틀림없이 탄복은 증가시키고 질투는 감소시키고 싶어할 것이다. 따지고 보면 제일 부러운 것은 행복 아닌가?

-하고 싶은 일은 있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불행한 사람이라면. 예를 들어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글을 쓰려는 생각을 버려라. 그 대신 글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해보라. 세상으로 나가라 해적도 되어 보고 노동자도 되어보라. 기본적인 신체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하는 생활을 해라. 진지함과 깊이를 느끼려면 공동체의 삶과 긴밀하게 접촉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모두가 나만 미워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것은 자신이 가진 장점을 지나치게 과장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당신의 장점을 과대 평가하지도 말고 다른 사람들이 당신에 대해 당신 자신과 마찬가지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상상하지도 말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신을 해코지하고 싶다고 생각을 가질 만큼 당신에 대해 골몰하고 있다고 상상하지 말라.

-충분히 인정받지 못해 불행하다면 자기 생각이 옳은지 따져볼 기준이 하나 있다. 만약 글을 쓰는 것을 예로 들자면 어떤 관념이나 감정을 표현하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껴서 쓰는가? 아니면 갈채를 받고 싶은 욕구 때문에 쓰는가?

-당신이 박애주의적인 유형이라서 불행하다면 즉 선행을 베풀고는 선행을 받은 사람들이 전혀 고마워하지 않는 것에 자주 놀라는 사람이라면 당신의 동기는 당신 자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반드시 이타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자신과 아무 관련이 없는 모든 행동들을 자신과 관련되는 것으로 보는 사람도 허영심과 관련된 피해 망상이다. 자기 기만이야말로 쉽게 피해 망상과 연결된다.

-행복의 필수 조건은 단순하다. 진실이 아무리 불쾌한 것일지라도 단호하게 그것을 직시하여 그것에 익숙해지며 그 진실에 입각하여 삶을 구축하는 것이 옳다.

이런 것들이 러셀의 행복론입니다. 러셀에게 있어서 행복은 노력이고 투쟁입니다. 일상 생활에서 크고 작은 곡절과 실망스런 일을 겪어도 맘 속 깊은 곳에선 행복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 되는데 필수적인 것은 다시 정리해도 이렇습니다.

-행복의 비결은 되도록 폭넓은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그리고 관심을 끄는 사물이나 사람들에게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외부적 환경이 불행하지 않은 경우라면 열정과 관심을 자기 내부가 아니라 바깥 세계에서 찾는 것만으로도 누구나 행복을 성취할 수 있다. 자신에게 감정적으로 몰입하는 것을 피하고 늘 자기에게만 집중하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애정의 대상과 관심거리를 찾아야한다. 철저하게 관심이 끌리는 것만이 당신을 도울 수 있다. 남들이 좋다는 것 말고. 중요한 것은 자기 부정이 아니라 관심을 외부로 돌리는 것이다. (계속)

⇒ 김선욱 선생님께 드리는 질문 2편 보기

* 호모 콰이렌스는 한국의 인문학자들에게 보낼 편지글 더하기 답장 혹은 편지글 더하기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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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혜윤 (CBS PD)

『런던을 속삭여줄게』,『고전읽기-세계가 두번 진행되길 원한다면』이후 쭉 고전 읽기에 푹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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