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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이상하게 들리더라도 잠깐만 내 말 좀 들어봐주세요.

나는 너다.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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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공원에서부터 당신을 쫓아왔어요.

저…… 저기요!

저 불렀나요?!

예. 할 얘기가 좀 있는데요. 잠깐 시간 내줄 수 있나요?

예, 잠깐이라면.

아까 공원에서부터 당신을 쫓아왔어요. 조금 이상하게 들리더라도 잠깐만 내 말 좀 들어봐주세요. 실은, 나를 찾고 있는 중이랍니다. 무슨 뚱딴지같은 얘기냐고 이상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나만 빼놓고는 무엇이든 말할 수 있어요. 당신에 대해서도요. 나는 내 앞에 서 있는 것들을 비춰주고 그 실체를 드러내는 일을 하고 있지요.

하지만 정작 나 자신을 드러내거나 비추지는 못한답니다. 그래서 나에 대해 말해줄 사람을 찾고 있는 중이었는데 공원에서 골똘히 생각에 잠긴 당신을 보게 됐어요. 깊은 눈빛을 보고 첫눈에 당신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지요. 내가 누군지 얘기해줄 수 있는 사람. 그래요. 혹 당신이 나를 좋아하게 된다면 나의 깊은 내면까지 얘기해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말하자면 당신을 통해 나를 알려는 겁니다.

나를 통해 당신을 안다고요?

예. 그래요. 그렇다고 화내진 마세요. 당신을 좋아하게 되면 나도 당신에 대해 뭔가를 말해줄 수도 있을 거예요. 그렇게 되면 우리는 각자 자신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을 테니, 누구의 손해도 아닌 거죠. 두 사람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도 있는 겁니다. 자, 그럼 당신이 누군지 말해줄 수 있나요?

좋아요. 나는 ○○○입니다.

예, 이름 석 자로 당신을 부를 수는 있겠죠. 하지만 이름만으로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어요.

좋아요. 나는 ○○학교 다니고, 태어나고 자라고 지금 살고 있는 곳은 ○○, 우리 아빠는 ○○회사에 다니고, 내 친구들은 ○○.

신상에 관해 말해주니 조금은 낫군요. 하지만 그걸로 당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장래 꿈은 무엇인지, 대학졸업 후 사회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는 알 수 없겠죠.

아! 예, 내 취미는 ○○, 학교에서 좋아하는 과목 싫어하는 과목은 ○○, 가고 싶은 대학, 학과는 ○○, 졸업 후 희망직업은 ○○.

설마 그게 당신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죠? 그건 다른 사람에게 당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보여주는 겉모습뿐일 테니까요. 당신의 속모습을 보고 싶어요.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고민이 뭔지, 행복한지, 불행하다고 느낄 때도 있는지.

하루, 일주일, 일 년 내내 학교, 학원, 도서관, 다람쥐 쳇바퀴 돌듯 갇혀 있는 내게 무슨 생각할 틈이나 자유가 있겠어요. 행복한지 불행한지? 주관식이 아니라 사지선다형이나 O, X로 고르라면 고민 없이 그냥 찍겠는데, 잘 모르겠어요. 그냥 빨리 대학이나 들어가든지, 아니면 전쟁이라도 나서 모든 학교가 문 닫고, 입시도 중단돼 이 감옥 같은 교실에서 해방이나 됐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자고 일어났더니 내가 어느새 어른이 돼 있는 개꿈 같은 생각. 뭐 이런 정도…….

어! 이게 당신 속모습이란 말이에요? 그렇다면 당신을 좋아할 수 없을 것 같은데, 당신을 좋아할 수 없다면, 당신을 통해 나를 알 수는 더더욱 없을 테고. 혹시 누구를 사랑해본 적은 없나요?

사랑이요? 아! 예, 있기는 한데…….

그래요. 그 이야기를 해주세요. 어서요.

예, 하지만 그게 사랑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실은 한 번도 서로 이야기해본 적이 없거든요. 그저 먼발치서 바라만 볼 뿐, 다가가 말을 걸 용기가 도저히 나지 않아요. 그 아이 앞을 지나가도 얼굴을 못 쳐다보겠어요. 콩캉 가슴 뛰는 소리라도 들릴까봐. 부러 태연한 척 지나갑니다. 그 아이가 시야에서 멀어질 때쯤 몰래 숨어 뒤돌아볼 뿐이에요.

편지라도, 쪽지라도, 이메일이라도, 문자라도 보내볼까 수없이 생각해보지만 결국 보내지 못하고 말았어요. 그애가 보고 웃어버릴까봐. 그애는 날 잘 모르지만 난 그애에 관한 거라면 뭐든지 여기저기서 주워들어 내 일기장에 빼곡히 적어놓았습니다. 그애의 신상은 물론이고, 평소 습관, 입고 다니는 옷, 좋아하는 음식, 색깔, 노래, 다니는 학원, 자주 가는 편의점…… 샌들에 삐져나온 엄지발가락 모습까지도.


아! 그래요. 사랑 얘기를 들으니 당신이 조금 달라 보이기 시작하네요. 혹시 좋아하는 음악이나 악기 다룰 줄 아는 것 있나요?


그애를 좋아하고부터 그애가 좋아하는 ?악을 듣기 시작했어요. 그애는 하드록 마니아예요. 그래서 나도 ‘딥 퍼플, 주다스 프리스트, 시나위, 백두산, 들국화’ 앨범을 사서 듣기 시작했죠. 하지만 내가 좋아서 듣는 건 아니에요. 그냥 그애가 좋아한다니까…….

다룰 줄 아는 악기는요?

엄마가 억지로 시켜서, 피아노 조금, 플루트 조금……. 그런데 잘 못해요. 흥미도 없고. 하지만 몇 개월 전부터 아무도 없을 때 방에서 혼자 부는 게 있어요. 오카리나.

아! 그래요. 아까 공원 구석에서 불고 있는 당신 모습을 넋 놓고 보고 있었어요. 그 모습에 반해 당신을 쫓아왔죠. 어떻게 불게 되었죠?

우연히 인터넷 블로그 서핑하다가 메인화면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ost를 오카리나로 연주하는 걸 들었어요. 얼마나 아름답던지. 그날로 오카리나를 사서 혼자 연습했지요. 누가 들으면 창피해 아무도 없을 때 불었어요. 가끔 엄마 몰래 학원 빠지고 인적 드문 공원에 가서 불기도 했지요.

뭐랄까. 오카리나의 작은 흙구멍에 바람을 불어넣으면 열고 닫히는 건 내 속의 어떤 구멍들인 것만 같았어요. 입술 바람이 작은 흙구덩이 속에서 구멍을 여닫으며 내는 바람소리가 마치 행방불명된 나를 찾는 소리 같았지요.


우와! 당신 점점 멋있어지려고 해요. 나는 이런 이야기만 들으면 흥분이 된답니다. 나는 이야기 마니아! 이야기라면 밤을 새지요. 당신 부모님 얘기도 해보세요.

아까 얘기했잖아요. 엄마는 그냥 주부. 아빠는 ○○회사 다닌다고요.

그런 겉모습 말고 방금 전 당신에 대해 얘기했던 것 같은 속모습 말이에요. 이를테면 어떻게 두 분이 만났는지.

엄마는 아빠한테 속아서 결혼했대요. 엄마아빠는 대학교 같은 과 캠퍼스 커플이래요. 학교 다닐 때 엄마는 키도 크고 늘씬한 데다 얼굴도 미인이어서 인기가 많았지만 아빠는 키도 작은 데다, 인물도 변변치 않고, 말수도 없어 거의 눈에도 안 띄는 학생이었대요. 하지만 아빠에겐 기막힌 재주 하나가 있었답니다. 단 한 방에 자신의 모든 단점을 날려버릴 수 있는 재주.

졸업식 날이었대요. 엄마는 몇몇 남자와의 사랑과 이별이라는 진한 상처를 캠퍼스 추억으로 간직한 채 학사모를 벗고 교문을 나섰답니다. 교문을 막 나서려는데 누군가 등을 가볍게 치더래요. 아빠였답니다. 졸업선물이라며 작은 상자 하나를 엄마 손에 건네주고 말없이 뒤돌아 가더래요. 집에 와서 열어보니, 글쎄, 사 년 동안 엄마에게 부치지 못한 편지뭉치였답니다. 엄마는 그 한 방으로 끝났대요.


와! 멋지다. 내 속에 있는 중세 로망스보다 훨씬 낭만적인데! 그러니까 당신은 그 편지 때문에 태어난 거네요.

뭐, 그런 셈이죠. 한데, 엄만 만날 아빠한테 속았다고 해요. 그 뭉텅이 편지가 끝이었답니다. 결혼 후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때에도 흔한 카드 한 장 쓰지 않더래요. 그러니 편지 속의 아빠는 가짜라는 거예요. 이야기로 꾸며낸 아빠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편지 때문에 태어난 나도 가짜인 셈이죠.

아니에요.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내가 아는 연애에 관한 이야기 하나 해주죠. 영국 극작가이자 시인인 셰익스피어가 그의 소네트에서 한 말이에요.

“내 애인이 자신은 정숙한 여인이라고 맹세할 때 /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나는 그녀의 말을 믿노라 / 내가 아직 세상 때가 묻지 않은 / 순진한 청년으로 그녀가 생각하도록 / 내 한창 시절이 지나버렸다는 사실을 그녀가 알고 있는데도 / 내가 젊었다고 그녀가 생각할 것이라는 헛된 바람을 하며 / 나는 바보처럼 그녀의 거짓말을 믿노라…… / 사랑의 최고 처신은 서로 믿는 체하는 것.”

사랑은 서로 속아주는 것이라는 말이죠. 말하자면 사랑은 미화된 아름다움이라는 거예요. 사랑할 땐 애인의 곰보도 보조개로 보인다는 말도 있잖아요. 당신도 이야기로 당신을 미화시켜보세요. 그건 속이는 게 아니라 아름다운 당신을 상상하는 거예요. 꿈꾸는 것이죠. 당신이 말 못하고 바라만 보는 그 아이에게 상상하는 당신의 멋진 모습을 얘기해보세요. 어쩌면 당신 엄마가 그랬듯이 한 방에 뿅 갈 수 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건 내가 아니잖아요. 곧 들통 날 텐데. 속은 걸 알면 날 얼마나 한심한 사람으로 보겠어요. 거짓말쟁이라고, 말로 이야기로 자신을 포장한 사기꾼 같은 사람이라고.

말과 이야기로 자기를 포장한 사기꾼이라고요? 그럼 내가 인류를 상대로 사기 친 진짜 사기꾼 하나 소개해볼까요. 조금 길더라도 끝까지 들어보세요.

Poesis, 이야기 짓는 사람


세상이 아직 젊었을 때, 그러니까 사람들이 대지와 나무, 바다, 꽃, 언덕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살았던 고대시대엔 사람들의 상상력은 생생하게 살아 있었어요. 이성으로 저지되지 않은 상상력을 지니고 있었죠. 숲 속에 가면 나무 사이로 도망가거나 물을 마시려고 맑은 연못에 몸을 구부리고 있는 숲의 요정이나, 연못 바닥에 어룽거리는 물의 요정 얼굴을 보고 감탄했죠.

하지만 끝날 것 같지 않은 겨울, 무섭게 쳐대는 번개와 천둥, 포효하는 파도, 폭발하는 화산, 끝없이 계속되는 가뭄과 폭우를 보며 무섭고 혼란스러워했습니다. 이들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초자연적 현상을 어떻게든 이해해야 했지요. 그래야 두려움에서 조금이나마 해방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래서 상상력을 발휘해 이야기를 짓기 시작했어요.

변화무쌍한 바다의 신 프로테우스가 심술이 나서 파도가 치고, 바닷속에서는 반인반어의 늙은 트리톤이 장식뿔피리를 불며, 화통을 삶아 먹은 불의 신 불칸이 쇠를 녹여 연장을 만들려고 산꼭대기 분화구에서 불을 뿜어대고, 자신의 위엄을 과시하려 하늘의 신 제우스가 삼지창으로 번갯불을 뿜어대며, 풍요의 신인 오시리스가 나일 강의 범람을 관장한다는 이야기를 지어내게 된 것이죠.

자신을 포함한 세계와 사물이 어떻게 해서 생겨나 존재하게 되었는지 자신들보다 강력한 신들의 이야기를 지어내 설명하려 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세상을 이해하면서 초자연적 현상 앞에서 조금씩 두려움을 덜어낼 수 있었죠. 그리고 무엇보다 이야기를 지어내는 일 그 자체가 매우 신나고 재밌었을 거예요.

이야기를 지어내고 싶은 억제할 수 없는 충동. 이것이 모든 민족이 갖고 있는 신화, 미토스(mythos)라는 겁니다. 미토스의 어원은 이야기라는 말이에요. 우리나라도 단군신화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우리 민족은 웅녀라는 곰에서 태어났다는 거지요. 그러니까 우린 곰 부족이었던 겁니다. 인류의 조상들인 고대인들은 모두 이야기꾼이었던 거예요.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무언가 짓는 사람을 poesis라고 불렀는데, 이는 오늘날 영어로 poet, 시인이라고 한답니다. 싱싱한 상상력을 발휘해 말로 만든 인공적인 창작물, 즉 이야기를 짓는 고대인들은 모두 시인이었던 겁니다. 뭐 그렇게 멀리 갈 필요도 없지요, 우리 할머니들도 알고 보면 모두 시인이었어요.

어렸을 때 할머니 무릎베개 베고 듣던 “옛날 옛날 아주 오랜 옛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로 시작되던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시던 할머니. 어디서 그렇게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지 할머니는 이야기로 지어진 사람 같았어요. 지어진 지 아주 오래된.

어때 좀 지루하죠? 영어도 나오고, 철학자도 나오니까.

아니에요. 신화에 관해선 책도 조금 읽고 학교에서 배우기도 했어요. 물론 시험 보려고 신들의 이름만 죽어라 외워댔지만. 그리고 신화 컴퓨터 게임도 있고요. 그런데 당신이 얘기하는 신화 이야기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뭐랄까, 영화 <쥬라기 공원> 같은 시대로 돌아가, 그때 사람들의 느낌으로 세상을 다시 보는 것 같아요. 재밌어요. 계속 얘기해보세요.

Mythos vs Logos


고마워요. 당신이 처음 날 바라볼 때 알아봤죠. 자신이 누군지 찾으려는 듯 내 속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그 눈빛! 좋아요. 계속하죠.

그러니까 이야기의 기원인 신화는 인간 사유의 시작인 셈이었죠. 신화는 신들의 이야기지만 실은 자신들의 삶의 방식을 설명하려는 시도였어요. 너무 그리스 신화만 예로 들어 설명하게 돼 미안하군요. 하지만 그리스 신화는 서구 유럽의 사상과 문화의 뿌리입니다. 그들의 생각이 태어난 곳이죠.

1, 2차 세계대전은 제국주의화된 서양이 전 세계로 팽창하면서 식민지를 늘려가다가 서로 힘이 충돌해 빚어진 결과예요. 그 과정에서 전 세계가 서구화되기 시작했지요.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서구 제국주의에 의해 식민지를 겪은 국가들은 서로 앞다투어 물질과 정신 모든 측면에서 서구화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어요. 그래야 다시는 식민지 국가로 전락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요. 그게 바로 이름만 바꾼 근대화였답니다.

우리도 6, 70년대 국가적 사명이 조국 근대화였지요. 말이 좋아 근대화지 서구 따라하기였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서구 따라잡기로 바뀐 셈이지만요. 그러니까 우리의 근대 교육체계와 정신은 결국 그리스가 그 뿌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겁니다.

자, 그러면 이야기를 계속하죠. 자연을 이야기인 신화로 이해하게 된 고대인들은 자연히 자신에게 그 상상력을 돌리게 됐지요. 자신이 누군지 물어야 했던 거죠. 부조리한 세상에서 자아와 인간 정체성에 대해 질문을 하기 시작한 거예요. 바로 이것이 그리스 신화에서부터 비극에 이르기까지 고대 이야기의 핵심이에요. 동시에 지난 수천 년 동안 서구 역사에서 있었던 모든 이야기의 씨앗인 것이죠.

그런데 자신과 세상에 대해 이야기로 시로 이해하려고 했던 신화의 시대(mythos)에 도전장을 내민 사람이 등장했어요. 바로 플라톤이라는 그리스 철학자입니다. 그는 공화국이라는 이상국가를 꿈꿨어요. 그 이상국가에서는 그동안 인간의 사유를 지배해왔던 이야기를 짓는 시인을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요. 그리고는 시인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에 철인(哲人)을 대신 앉히려 했어요.

철인이 추구하는 것은 상상력 풍부한 이야기를 짓는 게 아닙니다. 사람을 설득해 어느 것이 참이고 거짓인지 밝히는 것이었죠. 소위 유일한 현실이라는 진리, logos만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겉으로는 영원한 진리, logos를 추구해야 한다고 외치는 것 같지만, 실은 시인과 철인 사이에 발생한 권력다툼이었죠. 이야기인 시와 철학, 상상력인 감성과 이성 사이의 일대 전쟁이었던 겁니다.

이 권력싸움에서 logos가 이겼죠. 결국 시인이 추방되고 이야기가 사람 사이에서 힘을 잃게 된 것입니다. 이성과 진리라는 이름으로 그리스 자연철학자들은 자연과 세상의 온갖 만물에 깃들여 살고 있는 이야기를 쫓아내기 시작했어요, 이야기 속에서 인간과 사이좋게 살아가던 모든 신들과 요정들이 물, 불, 공기, 흙, 원자, 수와 비례 등으로 뿔뿔이 해체되기 시작한 겁니다.

이렇게 시작된 그리스 문명은 중세를 거쳐 근세 유럽의 이성혁명과 과학혁명으로 이어져 자연과 우주를 완전히 정복했어요. 자연의 모든 물질은 원소기호와 수치로 그리고 운동법칙으로 쪼개져버렸습니다. 그리고 오직 인간만을 위한 자원으로 전락하고 말았죠. 자연엔 신도 요정도 주술적인 영성도 더 이상 깃들 수 없었어요. 그 모든 것을 담은 이야기도 사라져버린 것이죠. 더불어 인간과 자연 사이에 유기적인 관계 또한 깨졌고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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