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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태어난 이유는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다

이 세상에 사랑 따위는 없다고 냉소적인 미소를 보내는 당신. 이 세상에 사랑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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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있었다. 그것을 외면하지 말자. 나는 내 삶의 모든 일들이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한 여정이기를 기도할 것이다.

삶이란 여행을 사랑 없이는 하지 마라

가끔은 ‘타인이 지옥’이라던 사르트르의 말을 곰곰이 떠올려본다. 그리고 그는 누구보다 외로운 삶을 살았을 것만 같아 가슴이 짠해진다. 그런데 평생을 ‘지옥’을 위해 헌신하고 그 ‘지옥’을 끔찍이 사랑했던 피에르 신부는 이런 말씀을 하신다. 타인 없이 살아가는 일이 바로 지옥이라고. 눈물과 고통을 통해서라도 타인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그 시도만으로도 이미 천국을 향해 걷는 것이라고. 너무도 불안정할지언정 진심으로, 진심으로 관계를 맺으라고…….

피에르 신부님의 책 『단순한 기쁨』 때문에 늦은 새벽까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이 작고 낡은 책이 기어이 나를 엉엉 울리고야 말았다. 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은 재작년 겨울. 그 겨울의 내 독서 노트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쓰여 있다.

‘올 한 해의 소득은 이 책을 발견하고 읽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정말 그랬다. 피에르 신부님을 그제야 만난 것이 억울해 화가 날 지경이었다.

사람들이 내게 “왜 우리는 이 땅에 태어나는 걸까요?”라고 물으면 나는 그저 이렇게 대답한다.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이지요.”


피에르 신부는 ‘서로 사랑하라.’는 사탕발림만 늘어놓으며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거액의 기부액을 던져주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열아홉 살에 모든 재산을 포기하고 ‘사랑의 현장’ 속으로 직접 뛰어들어간 사람이었다. 한때 국경을 넘나들며 유대인들을 위해 도피처와 위조신분 등을 만들어주다 독일군에게 체포되어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상속받은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 엠마우스라는 빈민구호공동체를 만든다. 평생을 무시당하고, 조롱당하고, 가난해서 제 몸 하나 뉘일 집 한 채 갖지 못하는 사람들의 틈으로 자신을 밀어 넣는다. 그는 말로만 하는 사람이 아닌 진정한 행동가였던 것이다.

피에르 신부님은 그의 또 다른 책인 『신과 사람들』에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사랑이라는 것, 그것은 타인의 기쁨을 보고 함께 행복을 느끼는 것이라네. 나는 행복해지고 싶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실패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너의 기쁨이 나의 기쁨이 되게끔 나의 기쁨을 너의 기쁨이라 생각하고, 또 모두의 기쁨에 우리의 기쁨을 동참시키는 것이라네.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매일매일 신과 단독으로 면담하는 심정으로 살아야 한다고. 불과 60년 후에 나는 나의 신과 마주 앉아 이런 대화를 나누게 될 것이다.

“너는 내가 준 시간 동안 과연 무엇을 했느냐?”

그때 나는 과연 뭐라고 대답할까?

“누군가를 죽도록 미워하고 증오했고, 자주 넘어지고 엎어지고 좌절했습니다. 내 삶에 실망도 하고, 상처도 입고, 끊임없이 남과 나를 비교하며 아파하고, 절망했습니다.”라고 말하게 될까?

마지막 순간에 하나님은 과연 내가 어떤 대학을 나왔는지, 통장 잔고가 얼마인지, 남편 직업은 무엇인지를 궁금해하실까? 마지막 순간에 하나님은 내가 몇 평짜리 아파트에서 살았는지, 차는 뭔지, 사업수완은 어떤지를 궁금해하실까? 혹은 내 기부금의 액수를 가지고 내 삶을 통계 내실까? 그렇다면 그건 한 편의 코미디겠다.

신은 아마도 이렇게 물으시지 않으실까?

“얼마나 많은 사람을 얼마나 깊이 사랑했는가?”

누군가를 얼마나 용서했고, 얼마나 껴안았으며, 얼마나 자주 손을 내밀었느냐고. 얼마나 희생했고, 얼마나 보듬었으며, 얼마나 이해했느냐고. 혹시 내가 준 모든 시간을 살욾 숨 쉬는 시늉만 하다 끝낸 게 아니냐고. 신과의 면담 시간을 떠올리면 언제 어디서든 겸허한 마음이 된다.

그 모든 질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는 없다.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울며 애원할 수도 없다. 더 늦기 전에 진심으로 사랑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더 늦기 전에 오직 진심으로 사랑하라

피에르 신부님은 계속해서 또 묻는다. 인간의 역사 속에서 한 건의 살인사건도 일어나지 않은 날이 과연 단 하루라도 있었느냐고 말이다. 물론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회계나 어학이나 컴퓨터는 배웠을지 몰라도 삶에서 가장 중요한, 서로 사랑하는 법은 어디에서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톨스토이의 말처럼 우리는 악기 연주하는 법을 배우듯 사랑하는 법도 배워야 한다. 다른 사람을 사랑할 때 두려울 것도 더 바랄 것도 없이 우리는 세상의 모든 존재와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나는 인생에서 망쳐서는 안 될 본질적인 두 가지는 바로 사랑하는 것과 죽는 것임을 굳게 확신하게 되었다.

사랑하는 것을 망친 인생이야말로 진짜 실패한 인생이다. 그것이야말로 구제불능의 패배자의 삶이다. 그러니 늦기 전에 사랑하라. 삶이란 여행을 사랑 없이는 하지 마라. 릴케의 말대로 서로 사랑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부여된 가장 어려운 일. 그것은 궁극적인 마지막 시련이고 시험이며 과제이다. 다른 모든 일은 그것을 제대로 해내기 위한 준비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8년 동안 7차례나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인물 1위에 피에르 신부님이 뽑힌 것을 보면 그분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사랑을 알 만하다. 삶의 비참함은 죽는다는 사실보다 살아 있는 동안 내부에서 무언가가 죽어 간다는 사실에 있다고 신부님은 다시 한번 말씀하신다.

삶이란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주어진 얼마간의 자유시간이다.

부디 우리에게 주어진 얼마간의 자유 시간 동안 사랑하는 법을 충분히 익힐 수 있기를 바란다. 더 사랑하고 상처입기를 두려워하기보다, 덜 사랑하는 마음을 품을까 두려워했으면 한다. 우리는 오직 사랑하기 위해서 이 세상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모두 배경음악일 뿐이다.

세상은 언제나 36.5도다

마더 데레사의 손을 본 적이 있는가? 아마 그렇게 투박하고 거칠고 못생긴 손도 없을 것이다. 한 번도 로션 같은 건 발라보지 못한 막노동자의 나무 등걸 같은 손이다. 그런데 그녀는 그 못난 손으로 온 세상의 상처와 가난을 전부 보듬었다. 그 손으로 에이즈환자를 껴안고, 죽어가는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온몸이 녹아내리는 악취 나는 나병환자의 몸을 씻겼다. 남을 위해 자신의 것을 내놓고 스스로 행복하고 감사해 하는 것. 이것을 사회학자들은 ‘마더 데레사 효과 Teresa Effect’라고 부른다. 실제로 미국 하버드 의대의 보고서에 인용된 용어이기도 하다.

아픔이 느껴질 때까지…… 사랑하십시오.
사랑의 성공은 사랑함, 그 자체에 있습니다.
사랑의 성공은 사랑함의 결과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데레사 수녀님은 자신의 책 『마더 데레사의 단순한 길』에서 아픔이 느껴질 때까지 사랑한다면 그 아픔 때문에 더욱더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수녀님의 말씀처럼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일 그 자체에 있다.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이 내 사랑을 알아주고 높이 평가해주는 것이나 그 사랑으로 어떤 결실을 보는 것은 추후의 문제이다. 그런 것으로 사랑의 성공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사랑의 성공은 결코 그 결과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고 사랑해야 합니다. …… 어떤 대가가 돌아오기를 기대한다면 그건 사랑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진정한 사랑은 조건을 달거나 기대하는 바 없이 사랑하는 것이니까요.

150센티미터 단신의 연약하고 왜소한 육체를 가진 ‘빈자의 성녀’ 데레사 수녀는 누구에게도, 그 어떤 것도 기대하지 않았다. 그녀가 걸어온 길은 그토록 단순하다. 사랑. 오직 이 한 단어만을 바라보고 걸어온 길이었다. 평생을 인도의 더럽고 가난한 도시의 귀퉁이에서 죽어가는 이들의 손등에 키스하는 늙은 여인을 떠올려 보라. 그녀는 이 세상에 진정한 사랑이 있다는 가장 큰 증거다. 그녀는 이 세상의 온도는 36.5도가 확실하다는 희망의 증표다. 세계에서 가장 강한 여자라고 평가받는 힐러리조차 마더 데레사의 열정 앞에서는 그 누구도 저항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없어도 지장이 없는 것을 주는 게 아니라 그것 없이는 살 수 없는 것이나 살고 싶지 않은,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것을 주십시오. …… 사랑의 마음으로 행했다면 어떤 희생이든 의미가 있습니다.

닳고 닳아 뭉툭해진 발, 얼굴 가득한 주름과 빛바랜 수녀복. 이 세상에서 가장 유명하고 위대하다는 칭호를 받는 그녀는 한쪽 귀도 잘 안 들리고 심장도 오래전에 정상이 아닌 주름투성이의 얼굴을 가진 노인일 뿐이었다. 그녀가 그 작은 몸으로 짊어져야 했을 온 세상의 슬픔과 고통을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싸구려 감상에 의한 눈물이 아닌 가슴 저 밑바닥에서부터 솟아나는 존경과 사랑으로 인해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녀는 그것 없이는 살 수 없는, 살고 싶지 않은 모든 것을 내 주었다. 시간과 노력과 돈과 열정, 아니 인생 전체를 내주었다.

우리가 하는 일은 넓은 바다의 물 한 방울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 일을 하지 않으면 바닷물은 그 한 방울만큼 모자랄 것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작은 일을 하고 있다고 해서 낙담하거나 좌절하거나 불행하다고 생각할 이유는 없습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나는 한때에 한 사람에 대해서만 생각합니다.

빵 한 조각 때문에 죽는 아이들을 기억하라

1996년, 데레사 수녀는 고질병인 심장병으로 병원에 입원해서도 의사들의 치료를 끝내 거부했다. 병원 구경도 못하고 죽어가는 가난한 사람들이 있는데 자신은 왜 이렇게 극진한 치료를 받아야 하느냐고 도리어 되물었다. 그렇게 데레사 수녀는 죽음을 맞이했다. 세상을 뒤흔들고 변화시킨 여성의 죽음은 이토록 소박하고 단순했다. 그러나 그녀는 점점 더 추악하고 타락하는 이 세상에 신이 살아 계시다는 것을 확실히 입증하고 떠났다. 그리고 데레사 수녀의 장례식이 열리던 날, 이 작고 늙은 여성의 관 앞에 전 세계의 대통령과 총리들이 모두 무릎을 꿇었다. 그들은 모두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전쟁과 기아와 재앙이 끊이지 않는 이 지구의 권력자들인 그들은 “빵 한 조각 때문에 죽는 아이들을 기억해 달라.”는 수녀의 외침을 떠올렸을까. 그녀의 죽음 앞에서 사랑을 떠올리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을 것이다.

이 세상에 사랑 따위는 없다고 냉소적인 미소를 보내는 당신. 이 세상에 사랑은 있다. 언제나 있었다. 그것을 외면하지 말자. 나는 내 삶의 모든 일들이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한 여정이기를 기도할 것이다. 이제 나는 사랑받을 필요도 없다는 걸 알고 있다. 필요한 것은 사랑하는 일이다. 당신에게 주어진 많은 것들을 스스럼없이 사랑하라. 세상을, 친구를, 애인을, 강아지를, 공부와 나만의 보금자리와 책상 위에 놓인 일기장까지 전부 사랑의 눈길을 보내라. 누군가의 말처럼 우리는 다른 사람, 또는 그 어떤 것과 사랑에 빠지지 않으면 병들 것이다. 사랑은 아득히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늘 그 자리에, 차고 넘치도록 흐르고 있다.

※ 운영자가 알립니다
<책에 미친 청춘>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애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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