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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보다 더 낙원 같은 섬 '우도'

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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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장에서 둘러본 우도는 그때와 많이 달라 보이지 않았다. 상점이 부쩍 많아졌다. 그때보다 조금 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 같았다. 어디로 먼저 가야 할까. 시계를 보니 마지막 뱃시간까지 한 바퀴를 둘러보기에 무리라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우도는 꽤 큰 섬이다. 일단, 우도봉으로 길을 잡았다.

병자호란이라는 국치와 당쟁을 뒤로한 채 제주도로 향하던 조선 시대의 한량 윤선도는 보길도에 잘못 들렀다가 정착을 해버린다. 17년 동안이나.

보길도가 육지와 연결되기 전, 우리가 갔던 보길도는 그럴 만해 보였다. 매우 아늑했고 파라다이스라고 할 만큼 완벽한 ‘섬’이었다. 우리는 보길도에서 윤선도가 만들었다는 세연정에서 두 시간이나 놀았다. 정자에 앉았다가 돌 위에 앉았다가 몸을 포갰다가 술을 마셨다가, 그렇게 놀았다.

***

그가 제주도에 정상적으로 도착했다면 그는 보길도에 17년 동안 머무르진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개인 취향이겠지만 적어도 제주도에 발을 들이면 그랬을 것이다.

제주도보다 우도는 더 낙원 같은 곳이다. 연인들이 흔하게 떠올리는 파라다이스의 그림이 그대로 묻어난 곳. 우리나라에서 감히 최고의 섬이라고 말할 만한 곳이다. 유감스럽게도 난 우도에 남자와 처음 갔다. 떠올리니 역시 기분이 별로다.

입대 5일을 남기고 당시 휴가 나온 친구와 함께 우도에 온 사진이 앨범에 아직도 꽂혀 있다. 사진 속에 난 군대에 가기 전이라고 보디빌딩으로 몸을 키우고 그 몸을 드러내기 위한 타이트한 티셔츠를 입고 선글라스를 쓰고 있다. 조금 민망한 표정과 자세, 세상 물정 전혀 모르는 풋내기들이 우도에 왔다고 우쭐한 모습.

특유의 물빛이 반짝이는 우도 바다 앞에서 머리를 짧게 깎은 두 남자가 자기들의 외모와 상황에 도취한 채 찍은 사진은 지금 보면 아주 슬프다. 마음이 아주 착잡해지는 젊은 날의 화석 같다.

그때는 왜 그랬을까?

성산포에서 배를 탔다. 우도는 성산포에서 이십 분 거리다.

***

선착장에서 둘러본 우도는 그때와 많이 달라 보이지 않았다. 상점이 부쩍 많아졌다. 그때보다 조금 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 같았다. 어디로 먼저 가야 할까. 시계를 보니 마지막 뱃시간까지 한 바퀴를 둘러보기에 무리라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우도는 꽤 큰 섬이다. 일단, 우도봉으로 길을 잡았다.


간간이 유채꽃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바람 따라 흔들리는 유채꽃이 우도와 제법 어울렸다. 유채꽃의 채도는 개나리의 꽃보다 강하지만 제주에서는 그다지 강해 보이지 않는다. 일출봉 앞에 돈벌이용으로 심어놓은 유채꽃과는 달라 보였다.

제주도에서 배를 타고 관광객이 갈 수 있는 네 개 섬의 모양은 저마다 제각각이다. 비양도는 코끼리 모습, 가파도는 제주도를 향해 헤엄치는 게의 모습, 마라도는 제주도의 바다를 헤엄치는 고래의 모양이다. 지금 걷는 우도는 섬의 이름처럼 소가 누워 있는 모습이라 한다. 그중 지금 오르는 우도봉은 큰 소의 머리에 해당하는 곳이다.


능선을 따라 설치된 울타리를 따라 끝까지 오르자 우도, 오름, 일출봉, 한라산이 차례대로 보였다. 어깨가 으쓱해졌다. 비행기를 타고 다시 배를 타고 가장 높은 곳에 여자를 데리고 오니 그랬다. 우도의 푸른 능선이 커다란 목장처럼 보였다. 태평양에서 불어온 바람이 132미터 우도봉을 따라올라 우리 둘의 몸에 부딪혔다. 그때도 올라와서 바람을 맞았던 곳이지만, 느낌은 전혀 달랐다. 우도의 세찬 바람이 지금은 견딜 만했다. 아무 것도 결정되지 못했던 시절엔 바람도 원망스럽다. 그땐 그랬다.

우도봉의 등대는 1903년에 세워진 등대다. 일본은 이 등대를 이용해서 전쟁을 이끌었다. 태평양에서 향하는, 제주로 향하는 연합군의 비행기와 배를 이곳에서 보고 제주로, 본토로 타전했다.

그때의 수평선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전쟁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을 과거의 우도가 씁쓸했다. 절벽 밑 파도가 거셌다.

***

차를 타고 우도로 들어오는 일은 바보 같은 짓이라 생각했다. 자동차를 싣고 내리는 번거로움을 감당하기에 우도는 걸어 다니기에 너무 좋은 섬이다. ?평양을 오른쪽으로 우도의 마을 풍경을 내려다보며 밑으로 내려왔다. 해변이라고 하기 힘들 정도의 검은 색 해변이 내려다보였다. 보이진 않았지만 일본이 파놓은 동굴들이 곳곳에 있다는 검멀래 해변이 분명했다. 검멀래는 검은 모래라는 제주 방언이다. 바다 위 카미카제인 카이젠의 존재와 그것을 숨겨놓았던 해변동굴에 대해 그녀에게 말해주자 그녀는 매우 놀라 했다.

그때 친구와 헤엄쳤던 산호사 해변으로 가기로 했다. 남태평양의 해변을 닮은 국내 유일의 해변이다. 왜 이 좋은 해변을 아껴놓지 못했던가, 라는 말을 꺼냈다. 햇볕이 내리쬐는 어느 날에 그녀와 산호사 해변에서 수영을 했다면 우도의 씁쓸한 기억 따위는 없었을 텐데.

그때 당시에 산호가 부서진 유일한 해변이라 했던 산호사 해변의 모래는 결국 산호가 깨진 것이 아니라 조개껍데기가 깨진 것으로 바뀌었다. 시간은 해변 모래의 성분까지 바꿔 놓았다.

그럼 이 해변의 이름도 바뀌어야 되는가. 그럼 이 해변의 기억은 지금이 처음이 되는가. 씁쓸했던 젊음의 기억을 지우려고 내 머릿속은 계속 노력 중이었다.


일 조 캐럿 정도의 커다란 에메랄드가 바다 속에 묻혀 있는 듯한 해변에서 한참을 앉아 그녀와 도란도란 이야기했다. 서로 20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동안 그녀의 20대 이야기를 듣고 나니 서로 더 일찍 만나지 못했던 것이 가장 슬픈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바람은 불었고 바다는 맑았다. 어느새 그때 기억은 나지 않았다. 다음에 왔을 때는 마지막 배로 들어와 우도에서 하룻밤 자보기로 했다.


우도
- 매 시 정각에 성산을 출발한다. 차를 가지고 가는 편이 더 많이 돌아볼 수 있다.
- 우도에 땅콩이 유명하다. 기념품점이나 할인마트에 가서 꼭 사서 먹어보자.
- 하고수동해수욕장 위쪽으로는 그다지 권하고 싶지 않다. 남쪽에서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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