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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고양이가 자기 모습을 드러낼 때면 나는 이미 고양이에게 길들여져 있을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하며 고양이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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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고양이는 매력적이지만 심정적으로 먼 거리에 존재하는 동물이었다. 고양이에게 먼 거리를 느끼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어린 시절 고양이에 대한 호감을 보이면 누군가 나에게 “고양이는 영물이란다.” “고양이는 귀신을 본다고.”라는 식의 섬뜩한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다른 집 아이들처럼 애완동물을 키우고 싶은 마음에 엄마에게 “엄마, 고양이 키우고 싶어요.”라고 하면 “너희들 키우기도 힘들어. 너나 잘 크세요.”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고양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갈 수는 없어요.
고양이는 모두가 쓰다듬어 주면 멀미를 하는 동물이니까요.

- 김경주, 「프리지어를 안고 있는 프랑켄슈타인」, 『기담』


나에게 고양이는 매력적이지만 심정적으로 먼 거리에 존재하는 동물이었다. 고양이에게 먼 거리를 느끼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어린 시절 고양이에 대한 호감을 보이면 누군가 나에게 “고양이는 영물이란다.” “고양이는 귀신을 본다고.”라는 식의 섬뜩한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다른 집 아이들처럼 애완동물을 키우고 싶은 마음에 엄마에게 “엄마, 고양이 키우고 싶어요.”라고 하면 “너희들 키우기도 힘들어. 너나 잘 크세요.”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어린 마음이었지만 그 당시 딸 셋을 키우는 엄마에게 고양이까지 들이겠다고 하는 건 무리한 요구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어쩌면 “고양이는 영물이란다.” 내지는 “고양이는 귀신을 본다고.”라는 식의 이야기를 들려 준 사람도 엄마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고양이를 키우고 싶은 딸의 마음을 확실히 자를 필요가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이후에 고양이를 키우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종종 들곤 했는데 개와는 달리 고양이는 주인이 못살게 굴거나 애정을 주지 않으면 복수를 한다고 했다. 복수의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그중 기억에 남는 건 주인이 자고 있을 때 머리맡에 쥐를 잡아다 둔다는 것이었다. 자고 일어나 머리맡에 죽은 쥐를 발견하는 기분은 정말이지 더러울 것 같았다. 그렇게 고양이는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대상이 되었고 혹여나 내가 고양이를 사랑하게 된다면 끝까지 사랑해야하는 운명의 대상으로 각인 되었다. 길에서 도둑고양이와 눈을 마주칠 때도 호의적인 눈빛으로 바꾸곤 했던 건 고양이에 대한 나의 두려움 깔린 예의였다.


내가 길들이고 싶은 고양이를 만난 건 몽골몽골한 구름이 피어오르던 그해 여름이었다. 조그만 몸집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단단해 보이는 구석이 꽤나 매력적이었다. 날렵하고 신중한 움직임, 살아서 아득한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고양이의 갈색 눈동자와 마주치고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고양이를 아무래도 마음에 둘 것 같아.’ 한 번도 춰본 적 없는 춤이라 해도 상대방의 눈맞춤으로 스텝을 옮길 수 있는 것처럼 아주 잠깐의 눈맞춤으로 마음에 방을 내어줄 수도 있었던 것이다. 고양이와의 눈맞춤은 음악이 없이도, 공간이 없이도 출 수 있는 근사한 춤이었다. 그 후로 갈색 눈동자의 고양이를 만나는 일이 잦아졌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사랑을 느끼는 순간은 미간을 찡그리며 맛을 음미하는 표정이나 윗입술에 잔득 힘을 주고 글씨를 쓰는 모습 같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소한 시선에서 비롯되는데 고양이와의 만남이 잦아질수록 그런 사소한 순간들이 자주 목격되었다. 그러나 고양이는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며 자신의 울음을 들려주었다.


고양이에게 이름을 지어 주었다. 이름을 지어준다는 것은 내 마음의 방에 문패를 달아주는 일이었다. 나와 고양이 사이의 이름은 고양이와 나 사이에서만 불리는 이름이었고 서로를 확인하는 일종의 암호가 되었다. 이름을 부르면 “냐옹-” 하는 반응이 좋아서 더욱 자주 이름을 불러주었다. 나는 고양이의 갸르릉거리는 숨소리가 좋아서 자주 귀를 기울였고 호기심 가득한 눈동자가 따라 시선을 멈추기도 했다. 고양이가 잠들었을 때 몰래 뽀뽀를 하기도 했고 고양이의 잠을 방해하다가 공격므 받은 적도 있었다. 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고양이를 늘 알고 싶어 했지만 나는 늘 “알 수 없는 고양이로군.”이라는 말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그것이 고양이의 매력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강아지는 삼 년이 지나면 주인에게 완전히 복종을 하게 된다지만 고양이는 삼 년이 지나면 그때부터 진짜 자기 모습을 드러낸다고 한다. 고양이가 자기 모습을 드러낼 때면 나는 이미 고양이에게 길들여져 있을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하며 고양이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고니야-”
“냐옹-”

사랑이라는 감정은 누가 얼마나 더 좋아하느냐에 따라
강자와 약자가 갈리는 참으로 불공평하고 무참한 법칙이다.
그렇게 애가 탈 수가 없고 또 그렇게 무심할 수가 없다.

- d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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