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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슨 래퍼의 남다른 생각 “운명을 뛰어넘은 빛나는 도전”

영국의 구족 화가이자 ‘살아 있는 비너스’라고 칭송받는 앨리슨 래퍼가 2006년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그녀와 일주일 동안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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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의 휠체어를 밀어 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것은 일생에서 쉽게 맛볼 수 없는 보람이었다.

앨리슨 래퍼(左)와 아들 팰리스(右)

영국의 구족 화가이자 ‘살아 있는 비너스’라고 칭송받는 앨리슨 래퍼가 2006년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그녀와 일주일 동안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나는 그녀의 휠체어를 밀어 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것은 일생에서 쉽게 맛볼 수 없는 보람이었다.

앨리슨 래퍼는 특히 한국의 사찰에 관심이 많았고 우리는 짬을 내 봉원사에 들르기도 했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그녀가 갑자기 휠체어를 멈췄다.

“저 연못 위에 떠 있는 크고 붉은 꽃은 뭔가요?”
그녀의 손끝에 걸려 있는 것은 연못 위에 탐스럽게 피어나 있는 연꽃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꽃 이름을 알려 주며, 더러운 곳에서 가장 맑게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자 그녀가 환히 웃으며 말했다.
“아하, 그렇다면 저랑 닮았네요. 마치 제 삶을 상징하는 꽃 같아요.”
맞는 말이었다. 팔이 없고 다리가 짧아 운명을 탓하고 슬퍼할 법도 한데 항상 활짝 웃는 얼굴로 살아가는 앨리슨 래퍼는 연꽃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그녀를 졸졸 따라다니는 아들 팰리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방한 기간 내내 팰리스는 밝고 티 없는 얼굴로 내게 웃고 매달렸다. 때로는 천진난만하게 웃으면서 장난감을 사 달라고 조르기도 했다. 우리는 그들 모자의 웃음에 수시로 전염되었고 방한 기간 내내 방한단에서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낸 후 문득 궁금해졌다. 도대체 그녀의 웃음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그녀의 남다른 성취 동기는 무엇이었을까?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 남다른 생각

앨리슨 래퍼는 1965년 영국에서 팔다리가 기형인 해표지증을 안고 태어나 생후 6주 만에 친부모로부터 버려져 보호 시설에서 자랐다. 스물두 살에 결혼 생활을 시작했으나 남편의 폭력으로 9개월 만에 파경을 맞았다.

그러나 그녀는 장애와 고난 한가운데에서도 어릴 때부터 관심이 있던 미술을 뒤늦게 시작해 해덜리 예술 종합 학교와 브라이턴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특유의 예술적 재능과 강인함으로 브라이턴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뒤 예술가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입과 발로 그림을 그리는 구족 화가이자, 사진작가로 활동하게 되었다.

앨리슨 래퍼는 자신의 신체적 결함을 작품에 적극적으로 담아 내 장애인에 대한 편견에 도전했다. 그녀는 암울한 유년기를 보내고 불운한 결혼 생활을 겪기도 했지만, 불굴의 의지로 일어나 세계적인 구족 화가가 되었다. 아들을 낳은 뒤에는 임신한 여성의 몸과 모성애를 주제로 작품 활동을 펼쳐 왔다. 이러한 활동이 장애인과 여성에게 희망을 준 공로로 인정돼 독일에서 열린 ‘우먼스 월드 어워즈’에서 ‘세계 여성 성취상’을 받기도 했다.

영감 넘치는 영국의 조각가 마크 퀸이 만든 ‘임신한 앨리슨 래퍼’라는 5미터짜리 동상이 트래펄가 광장에 세워지면서 그녀는 더욱 유명해졌다. 당당한 모성으로 다시 태어나 대영 제국 국민 훈장을 받기도 했다. 극한 상황에 처해 있는 그녀를 성공하게 만든 것은 무엇이었을까?
“인간은 누구나 조금씩 장애가 있지 않은가?”
내가 앨리슨 래퍼에게 던진 질문이다. 그녀는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이미 장애인의 상태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앨리슨 래퍼는 장애인이라는 개념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팔 없이 태어났다는 이유로 나를 장애인이라 여기는 이 사회에, 육체적으로 정상인 상태와 미의 개념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고 당당히 말한다.

세상에는 육체적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보다 더 심각한 정신적 장애인이 많다. 돈이 많다고, 권세가 있다고, 또 육체가 튼튼하다고 반드시 장애인이 아니라는 보장이 없다. 하지만 그녀를 보고 있으면 정상인보다 더욱 건강한 여성이라는 확신이든다. 그녀는 스스로를 성장시킨 가장 큰 원동력은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이었다고 말한다. 타고난 성격 덕분에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던 장애를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공의 이유를 단순히 타고난 성격과 운으로 돌리기에는 그녀의 노력이 적지 않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소아마비에 걸렸을 때 다시 일어서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면서 새로운 정신적 자원을 얻은 것처럼 앨리슨 래퍼는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자원을 획득했다. 그것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확고한 인식과 신비스러울 만큼 깊은 내면세계였다.

그녀는 자서전 『내 인생은 내 손에』(한국어판 『앨리슨 래퍼 이야기』)에 ‘자기 인생은 결국 자기가 좌우하는 것이다. 생각이 보배다. 또 습관이 운명을 좌우한다. 긍정적이고 좋은 생각, 멋진 습관은 인생을 바꾸어 낸다.’라고 적고 있다. 남다른 생각이 아름다움을 창조하며, 그것은 또한 운명을 바꿀 수 있음을 앨리슨 래퍼는 몸소 보여 준 것이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장애인이라고 부르지 않는 한 장애인이 아니었다.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본인이 신경 쓸 일이 아니며, 자신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느끼고 그것을 드러낼 권리가 있다고 했다. 오히려 작품 활동을 할 때 자신의 몸을 특별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법을 깨닫는다고 했다. 그녀의 정신세계는 그 어느 정상인보다 건강했다.

앨리슨 래퍼가 보여 준 가장 감동적인 기적은 바로 모성이다. 그녀는 정상인과 똑같이 아들을 낳고 길렀다. 작은 스펀지를 입에 물고 아들의 머리를 감겨 주었으며, 특수 제작된 유모차를 어깨로 밀며 아이와 공원을 산책했다. 이렇듯 신체적 한계 속에서도 아이를 극진히 보살피고 키우는 모습은 그녀를 지켜본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다. 어머니로서의 그녀의 모습은 수많은 역경에도 불구하고 끝내 도전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아름다움의 경지를 보여 주었다.

그녀는 젊은이들에게 종종 “현실이 힘들면 나를 보라”고 말한다. 극한 상황을 헤쳐 온 자신의 모습이 많은 사람에게 교훈이 되어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녀가 ‘살아 있는 비너스’라고 불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사람의 아름다움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그녀는 온몸으로, 최선을 다하는 삶 그 자체로 보여 준다.

1퍼센트의 의지가 이루어 내는 99퍼센트의 도전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밀로의 비너스’는 양팔이 떨어져 나갔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현대의 미술사가들은 만일 비너스의 팔이 온전히 붙어 있었다면 우리가 느끼는 진한 감동은 주지 못했을 거라고 말한다.

이는 앨리슨 래퍼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과감하게 드러낸 불구가 오히려 의지로 받아들여졌고, 좌절하지 않는 영혼은 그 자체가 하나의 아름다운 작품이 되어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인간은 도전을 통해 힘을 얻고 도전을 통해 결실을 만들어 낸다. 앨리슨 래퍼는 운명을 뛰어넘어 스스로 도전했고, 마침내 세계적인 구족 화가로 성장했다. 타고난 부족함을 긍정의 힘과 강인한 의지로 극복한 것이다.

고유한 신체적 조건과 그로 인한 차별을 넘어선 의지와 도전 정신 그리고 삶에 대한 불굴의 열정은 그녀의 부족함을 오히려 특별한 아름다움으로 만들어 주었다. 자신의 빈약한 몸에 스스로 날개를 달아 준 그녀의 의지를 보고 있으면, ‘한계’라는 틀이 어떻게 극복되는지 알 것 같다.

앨리슨 래퍼의 삶과 도전은 작은 일로도 실의에 빠지고 쉽게 좌절하며 절망하는 젊은이들에게 용기를 심어 주기에 충분하다. 그녀는 “나에게 무엇인가를 할 수 없다고 말할 때마다 오히려 그 말이 틀렸음을 증명하겠다는 의지가 굳어졌다. 내가 일반인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원하는 것을 달성하기 위해 그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바로 이 정신이 그녀의 1퍼센트의 핵심 자원이 아닐까 싶다. 1퍼센트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이 부족한 1퍼센트로 세상을 뒤흔들어 놓았다. 이 1퍼센트의 의지가 99퍼센트의 도전을 가능케 하고, 마침내 세상을 움직이는 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세상에는 역경이 오면 그에 굴복하는 사람이 있고, 역경이 올수록 오히려 강해지고 진가를 발휘하는 사람도 있다. 따지고 보면 인간은 누구나 한 군데 이상의 장애를 가지고 있다. 육체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모두가 불완전한 존재로서 약간의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육체적인 장애는 물론 정신적?지적?현실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좌절하는 모든 젊은이에게 ‘그녀를 보라’고 말하고 싶다. 직장 생활이 고단하거나 살아가는 일이 힘들거든 앨리슨 래퍼를 생각하라. 그녀는 팔다리가 성치 않은 치명적인 신체적 결함을 안고도 늘 웃었다. 웃고 견디면서 보통 사람들이 하는 모든 일에 기꺼이 도전했다. 그녀의 부족함은 오히려 도전하고 성취하게 만드는 동기가 되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부족함은 차라리 완전함이었다. 그녀는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으면 무엇이든지 이뤄 낼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을 보충하고 그것을 뛰어넘어 완벽함을 추구하려는 속성이 있다. 중요한 것은 부족함 그 자체가 아니라 불가피한 결점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해 나가느냐 하는 것이다. 용기 있게 부족함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은 그 덕분에 오히려 더욱 큰 발전을 이루어 낸다.

※ 운영자가 알립니다
『나를 뛰어넘는 도전』은 ‘중앙books’와 제휴하여 매주 목요일 총 10편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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