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하게 빛나는 햇살과 그늘밑에만 들어서면 시원한 날씨에 흔들리는 야자수, 올리브오일과 해산물 가득한 지중해 음식과 저렴한 형형색색 과일들. 호안미로, 피카소, 달리의 흔적들이 도시 곳곳에 있는 아름다운 도시 스페인은 예술 하나만으로도 훌쩍 떠날 이유가 충분한 합니다. 스페인에서 놓치기 아쉬운 미술관 세 곳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마요르카 호안미로 미술관 스튜디오 Fundació Miró Mallorca
미술 애호가들은 미술관이 없는 휴양지에서만 망중한으로 며칠을 보내는 것이 답답하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요르카는 순수한 자연과 인간의 원초적인 아름다움 , 예술 영감 모두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곳입니다. 바로 호안미로 미술관 스튜디오가 있기 때문인데요, 마요르카는 그림 같은 에메랄드색 바다를 품은 스페인의 지중해 섬이자 휴양지로 알려진 곳입니다. 또한 요시고 나라를 비롯한 많은 예술가들의 영감이 된 장소이자 초현실주의 대표주자 중 한 명인 호안 미로(Joan Miró)가 눈을 감은 곳이기도 합니다. 호안미로는 바르셀로나 태생이지만 7살 때부터 매년 여름 조부모님의 마요르카집을 방문하여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미로는 자신이 살았던 장소의 풍경을 내면화했으며 땅, 하늘, 바다 등은 평생 그와 동행하며 작품으로 재창조되었습니다. 섬의 자연 그대로를 화폭에 옮기며 자연이 그에게 영감이 된 것이죠.
TIP 마요르카 여행 시 미술관이 위치한 팔마시내를 방문하기 전에 깔로데스모로 와 같은 해변에서 오롯이 지중해의 에너지를 느낀 후에 미로의 미술관을 방문하기를 추천드립니다. 미로가 이 섬의 하늘과 바다, 땅을 어떻게 내면화하였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Moco 미술관 바르셀로나 (MOCO Museum Barcelona)
여기에 전 세계 인스타그래머, 인플루언서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한 핫한 신상 미술관이 있습니다. 바르셀로나의 구불구불 좁은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고딕지구 특유의 분위기와 대조되는 빨간 팝한 하트 풍선모양이 시선을 끕니다. 18세기 개인주택을 개조하여 2021년에 개관한 MOCO 뮤지엄 바르셀로나는 네덜란드의 컬렉터인 리오넬과 킴 로치스 부부가 설립한 곳으로 트렌드와 혁신적인 콘셉트를 자랑하는 미술관으로 암스테르담, 바르셀로나 두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장 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 야요이 쿠사마(Yayoi Kusama),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 마크 로스코(Mark Rothko), 앤디 워홀(Andy Warhol) 등 거장들의 작품들로 구성된 멋진 컬렉션뿐만 아니라 핫핑크로 중무장한 미술관 브랜딩도 신선했는데요, 곳곳에 놓인 하트모양 캔디와 핑크색이 가득한 뮤지엄샵 굿즈들은 미술관을 나설 때까지 설레게 합니다.
심지어 미술관 스텝들이 입고 있는 힙한 티셔츠, 중세시대의 건물 벽에 쿨하게 붙은 핑크색 안내판까지 미술관 구석구석에 재밌는 요소들이 즐비합니다. 고딕양식, 아르누보 등 역사 깊은 예술양식으로 가득한 바르셀로나 보른지구에서 만나는 팝한 현대미술의 만남은 옛것과 새것이 만나 여유로우면서도 활기찬 이곳에서 색다른 에너지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TIP 피카소 미술관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어 두 미술관을 연달아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미술사의 과거와 오늘을 함께 탐험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현대미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공간이 피카소라는 고전의 아이코닉 바로 옆에 있다는 것 또한 이 미술관의 관람 포인트랍니다.
달리 미술관 (Dali Theatre Museum)
바르셀로나에서 급속열차로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소도시, 피게레스에 초현실 주의 대표 예술가 달리의 삶과 사랑을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미술관이 있습니다. 붉은색 외관에 떨어진 큰 달걀의 모습을 한 초현실적인 외관의 미술관은 한때 피레게스 시립극장이었던 곳으로 내전 중 불에 의해 파괴된 낡고 방치된 건물을 새롭게 재건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탄생하게 되었는데요. 입구 중정부터 캐딜락 자동차와 여인, 조각들이 엉뚱한 달리의 무의식처럼 개연성 없이 설치되어 있고, 곳곳에 달리가 평생 사랑했던 뮤즈 갈라가 자리 잡고 있으며 1500여 점의 습작이나 드로잉, 보석, 설치작품 등등 다채로운 스타일의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바르셀로나에도 달리 뮤지엄이 있지만 이곳은 외관부터 곳곳을 달리가 직접 관여하였고 지하에는 그가 안치되어 있으니 건물부터가 그의 삶 그 자체이며 우리에게 현실에서 벗어나 꿈과 초현실의 세계를 경험하게 해 줍니다.
달리는 관객들이 작품을 따로 보기보다 공간 전체를 오롯이 느끼는 연극적인 경험을 하기를 바랐습니다. 예술가가 태어나고 숨을 거둔 도시에 방문한다는 것은 그 예술가를 이해하고 느끼는 데에 있어 최고의 경험이 아닐까요?
TIP 달리 미술관 방문 일정에 생전 달리가 자주 갔던 호텔 두란 (HOTEL DURAN)의 레스토랑을 방문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당일치기인 경우 렌페 기차 이용 30분 전에 가서 대기해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마세요.
예술을 사랑하는 당신이라면 미술관을 중심으로 도시일정을 구성하고 소도시들도 반드시 포함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스페인 여행은 자연과 예술 속에서 잠시나마 원시적인 순수와 낙관적 상태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할 것입니다.
*필자 | 임규향
임규향은 회화과 학부를 졸업하자마자 20대에 미술시장에 뛰어들어 삼청동에서 러브컨템포러리아트 갤러리를 운영하고있는 10년차 갤러리스트다. 다수의 국내외 동시대 작가를 소개하고 있으며 미술시장에서는 이례적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여 최초로 유튜브 온라인 미술시장을 개척했으며, 저서로는 미술시장에 생생한 이야기를 담은 『Sold Out』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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