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거리낌 없이 웃는다는 것

영화 <프란치스코 교황: 맨 오브 히스 워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교황의 미소를 바라보며 누군가를 조종하거나 유혹하려는 의도 없이 거리낌 없이 그냥 웃는다는 ‘신선한 웃음’의 파장을 생각한다. 웃자. 웃는 연습도 자주 하자. (2019. 11. 28)

IZ7lh1tZ4MiePqeP4KwTsux5NYkU.jpg

영화 <프란치스코 교황 : 맨 오브 히스 워드> 포스터


 

올해는 얼마나 이기적인 한 해였나. 남을 위해 울었던 적이 있을까. 누군가를 웃게 만든 기억도 가물가물 흐릿하다. 더불어 울고 웃을 수 있는 성숙한 나의 한 해는 언제 올 것인가.
 
매일매일 아침 기도가 끝난 뒤 프란치스코 교황이 낭송한다는 성 토마스 모어의 <유머를 위한 기도>를 따라 읽어본다. “제가 먹은 음식을 잘 소화하도록 해주시고 / 또 소화하기 좋은 음식도 내려주소서 (...)제가 이 세상에 나만 잘 되기 위해 / 너무 많이 고민하는 것을 허락하지 마소서 // 남을 즐겁게 해줄 유머 감각을 선사하시고/ 제 삶 속에 스민 많은 행복을 느끼며 /그 행복을 이웃과 함께 나눌 은총을 내려주소서.”
 
영화 <프란치스코 교황:맨 오브 히스 워드>에서 이 기도문을 소개하는 84세 프란치스코 교황의 얼굴엔 천진한 미소가 번졌다. ‘미소와 유머 감각’, 이 두 가지 능력이 일상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고 강조하는 온화한 교황은 지금 이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말을 품고 그 말을 실천하며 이념, 사상, 종교, 인종을 초월하여 감동을 안긴다.
 
이 영화는 종교 영화가 아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전기도 아니다. 우리의 삶과 지구를 위한 마음이다.

 

 

2.jpg

영화 <프란치스코 교황:맨 오브 히스 워드>의 한 장면
 

 

<프란치스코 교황 :맨 오브 히스 워드>은 교황청이 빔 벤더스 감독에게 다큐를 의뢰하면서 제작되었다. 전례 없는 일이었다. 거장의 손길로 완성된 꾸밈없고 생생하며 정교하게 편집된 한 편의 영화가 주는 축복은 어마어마했다.
 
2013년 3월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은 로마 카톨릭 교회에서는 매우 파격적인 아르헨티나 태생, 예수회 출신으로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이름을 처음 사용했다. 이름을 통해 이미 지향을 드러낸 교황은 인류의 독보적인 혁명가였던 12세기 프란치스코 성인처럼 평생 가난한 이웃과 함께 청빈한 삶을 살겠다는 약속을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교황은 어린아이의 질문에까지 깊이 있는 유머로 대답하며 삶의 방향과 해법을 제시한다. 개인의 삶 속에 드리워진 온갖 그늘을 거둘 수 있는 답부터 지구 공동체와 환경 오염, 전쟁과 기아, 테러, 전 세계적인 인류 문제까지 해법을 찾으려는 행보를 멈추지 않는다. 교황이 찾아가는 곳은 전쟁 지역, 난민 캠프, 교도소, 유엔, 미국 의회, 타종교 행사장 등 인류를 위해 필요하다면 어디든 가리지 않는다. 그곳에서 기도하는 교황의 말들은 삶에 대한 사랑을 타오르게 하고 눈물짓게 한다.
 
바티칸궁이 아닌 그 옆의 작은 방에서 살고 소형 차량으로 이동하며 환호하는 사람들에게 미소를 나누는 모습. 바로 타인을 웃게 만드는 그 미소다.
 
교황이 강조한 인간의 기본권은 3T인 노동(토라바호) 땅(테라) 지붕(테초)다. 노동은 신성하고 삶의 땅이 되어주는 일자리가 중요하며 지붕 밑 가정의 안식이 있어야 한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이 세 가지 권리 중 하나만 빠져도 미래는 어둡고 개인의 자존감은 낮아진다. 실업 문제와 평화 문제는 지구상 어느 누구 예외없이 고개 숙여 숙의할 문제인 것이다.

 

 

3.jpg

영화 <프란치스코 교황:맨 오브 히스 워드>의 한 장면
 

 

2014년 한국에 오신 교황의 방명록 글자 크기는 당시 큰 화제였다. 너무도 작게 쓰인 이름은, 그저 글씨뿐이었는데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 영화 개봉 행사 하나로 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 등 우리나라 7대 종교 지도자들이 함께 관람했다는 이야기도 교황의 메시지와 맥이 닿아 있을 거라 생각한다.
 
부디 매일이 아니어도 <유머를 위한 기도>를 자주 읽게 되기를. 프란치스코 교황의 미소를 더 자주 떠올릴 수 있기를. 이웃을 위해 울거나 웃을 수 있기를. 이기적인 내게는 꽤 어려운 주문을 걸게 만든 영화였다.
 
교황의 미소를 바라보며 누군가를 조종하거나 유혹하려는 의도 없이 거리낌 없이 그냥 웃는다는 ‘신선한 웃음’의 파장을 생각한다. 웃자. 웃는 연습도 자주 하자. 
 

 

 

 

배너_책읽아웃-띠배너.jpg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YES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2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정은숙(마음산책 대표)

<마음산책> 대표. 출판 편집자로 살 수밖에 없다고, 그런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일주일에 두세 번 영화관에서 마음을 세탁한다. 사소한 일에 감탄사 연발하여 ‘감동천하’란 별명을 얻었다. 몇 차례 예외를 빼고는 홀로 극장을 찾는다. 책 만들고 읽고 어루만지는 사람.

오늘의 책

수학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엄마표 유아수학 공부

국내 최대 유아수학 커뮤니티 '달콤수학 프로젝트'를 이끄는 꿀쌤의 첫 책! '보고 만지는 경험'과 '엄마의 발문'을 통해 체계적인 유아수학 로드맵을 제시한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수학 활동을 따라하다보면 어느새 우리 아이도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랄 것이다.

나를 바꾸는 사소함의 힘

멈추면 뒤처질 것 같고 열심히 살아도 제자리인 시대. 불안과 번아웃이 일상인 이들에게 사소한 습관으로 회복하는 21가지 방법을 담았다. 100미터 구간을 2-3분 이내로 걷는 마이크로 산책부터 하루 한 장 필사, 독서 등 간단한 습관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내 모습을 느끼시길.

지금이 바로, 경제 교육 골든타임

80만 독자들이 선택한 『돈의 속성』이 어린이들을 위한 경제 금융 동화로 돌아왔다. 돈의 기본적인 ‘쓰임’과 ‘역할’부터 책상 서랍 정리하기, 용돈 기입장 쓰기까지, 어린이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로 자연스럽게 올바른 경제관념을 키울 수 있다.

삶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야

저마다 삶의 궤적이 조금씩 다르지만 인간은 비슷한 생애 주기를 거친다. 미숙한 유아동기와 질풍노동의 청년기를 거쳐 누군가를 열렬하게 사랑하고 늙어간다. 이를 관장하는 건 호르몬. 이 책은 시기별 중요한 호르몬을 설명하고 비만과 우울, 노화에 맞서는 법도 함께 공개한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