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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록 페스티벌>, 교류의 한걸음을 내딛다

7월 1일 열린 <한일 Super Rock Great Meeting> 양국 5개 팀 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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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의 가장 큰 수혜자는 사무라이 기타리스트 미야비였다. 찾아보면 많은 이들이 다른 팀을 보러왔다가 그에게 입덕했다는 후기가 줄을 이을 정도. (2017.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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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만 같은 날씨 속 장충체육관은, 우중충한 하늘과 별개로 전례 없는 행사 준비에 분주한 기색을 띠었다. 국내 음악 축제에 일본 팀이 알음알음 참가한 적은 있었지만, ‘한일 록 페스티벌’을 슬로건으로 내건 공연을 좀처럼 보지 못했기에 필자의 반가움이 더했던 것 같다. 지난 7월 1일에 있었던, 양국 5개팀이 참가하는 <한일 Super Rock Great Meeting>은 그렇게 설렘을 동반한 낯섦과 함께 그 개막을 기다리고 있었다. 흔히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라고 언급하는 일본이다. 이미 공중파에서도 제이팝을 온에어 할 수 있게 된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건만, 국민감정을 이유로 선곡을 꺼릴 수밖에 없는 현실. 그런 상황이기에, 이러한 ‘교류’의 의미를 지닌 한걸음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오는 건 필자만의 감상은 아니었으리라 생각한다.

 

본 행사를 실현하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주관사 관계자의 이야기는 첫 개최에 대한 고충과 부담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긴 공연시간을 배려한 전 좌석 지정석 세팅, 공연이 시작되기 전 각 팀들의 인사멘트를 담은 동영상과 더불어, 인상적이었던 것은 참여하는 팀 모두가 연대의식을 가지고 한 뜻으로 모여 서로를 리스펙트하는 자세 하에 공연이 진행되었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무대가 끝나기 무섭게 자리를 떠버리는 일각의 에피소드가 무색할 정도로, 전체 러닝타임동안 현장에 체류하고 세팅 체인지 시간 동안 인터뷰에 응하며 관객의 지루함을 덜어주는 모습은 해당 행사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었다.

 

관록무장의 팀, 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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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단독공연이 예정되어 있던 코도모 드래곤이 오프닝으로 출격, 세 곡의 짧지만 강렬한 무대를 선보이며 다음 날에 대한 리허설을 성공리에 완수. 이어 최근에 컴백해 재시동을 건 이브의 차례가 기다리고 있었다. 자리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던 스파이에어 팬들에게는 다소 낯설 수도 있는 팀일 터. 웅장한 현악세션이 인상적인 새 EP의 머릿 곡 「Muse」를 시작으로 의욕 넘치게 시작했지만, 음향문제로 인해 싱크가 맞지 않는 등 다소 불안한 출발을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당황하지 않고 이내 제 페이스를 찾아 안정감 있는 라이브를 선사하는 그들에겐 오랜 경험에 따른 노련함이 느껴졌다. 신곡에 이어 「Mad about you」, 「아가페」 등을 지나 「너 그럴때면」과 「I「ll be there」을 듣고 있자니 학창시절 때 그들의 노래를 즐겨 들었던 필자로서는 감개무량할 따름. 마지막으로 「Lover」를 선곡. 좋은 노래는 시간을 초월한다는 것을 모두의 떼창으로 증명하며 아쉬운 30여 분간의 시간을 마무리했다.

 

미야비는 EDM 뮤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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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날의 가장 큰 수혜자는 사무라이 기타리스트 미야비였다. 찾아보면 많은 이들이 다른 팀을 보러왔다가 그에게 입덕했다는 후기가 줄을 이을 정도. 눈에 띄었던 것은, 지난 내한공연과 달리, 드럼/기타가 아닌 디제이/기타의 편성을 통해 본격적인 EDM 록 사운드를 들려주었다는 데 있다. 작년 선보인 <Fire Bird>의 결과물과 단독투어의 지향점을 고려했을 때 짐작 못할 부분은 아니었으나, 실제로 접했을 때의 그 임팩트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베스트 앨범에 새롭게 편곡되어 실린 「What’s my name」부터 전자 사운드와 기타의 매시업으로 정줄을 놓게 만들더니, 신들린 기타 속주로 혼을 빼놓는 「Fire bird」, 샤우팅과 함께 떼창을 유도한 「Strong」, 완급을 조절하며 그루브의 물결을 유도한 「Epic swing」을 통해 새로운 미야비 사운드의 완성을 모두 앞에서 천명했다. 이어 그가 하프코리안으로서 항상 제창하는 “양국간의 우호와 통합”을 주제로 한 「The others」로 본 페스티벌에 대한 의미 또한 놓치지 않으며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최고의 퍼포먼스를 선사했다. 이제나 저제나 기타를 손에 쥔 미야비는 무적이다 라는 명제를 다시 한 번 증명해 낸 셈. 그와 더불어 “미야비” 연호가 공연장에 울려 퍼지는 모습은 퍼포먼스가 내뿜은 카타르시스에 대한 보답이었다.

 

국내 라이브 무대에 대한 목마름을 조금이나마 해갈한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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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했던 것은 아무래도 에프티 아일랜드였다. 일본에서는 줄곧 라이브 무대를 중심으로 활동해 왔기에 실력에 대한 의문은 없었지만, 그 분위기나 완성도가 궁금했던 터였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이미 완성된 밴드였다. 국내에서 알려진 히트곡은 완벽히 배제하고, 5집 이후의 곡들과 일본에서 활동한 노래들로 채운 세트리스트엔 자신감과 여유가 배어있었다. 「Pray」에서는 숨막히는 박진감을 선사하는가 하면, 「Champagne」에서는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며 분위기를 큰 어려움 없이 리드해갔다. 이홍기라는 스타성 있는 프론트맨의 매력도 매력이었지만, 이를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멤버들의 완성도 있는 합주. 「Identity」와 「1, 2, 3, 4」, 더불어 스파이에어의 이케와의 듀엣을 선보인 「Orange days」까지. 일본 발표곡들을 보여줄 수 있어 본인들에게도 뜻 깊었던 시간이 되었을 듯 싶다. 순간의 폭발력으로 보면 어느 그룹보다도 뛰어났기에, 국내에서도 좀 더 본인들의 음악을 들려줄 기회가 많아졌으면 바람 또한 뒤따르는 기대 이상의 무대였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헤드라이너의 위엄, 스파이에어

 

어느덧 우리나라를 찾는다 하면 매진사례를 기록하는 팀이 되어버린, 그들의 한국 진출 사례는 그야말로 베스트 프랙티스로 꼽을 만하다. 이날도 공연장을 찾은 이들의 7할은 그들을 보기위해 찾아왔다는 것을 증명하듯, 등장과 함께 엄청난 환호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첫 곡 「Overload」부터 다소 지칠 수도 있는 관객들을 다시금 일으켜 세우더니, 「イマジネ?ション(Imagination)」과 「ファイアスタ?タ?(Fire Starter)」로 다시금 공연을 시작점을 돌려놓았다. 대중적인 멜로디와 흔들림 없는 이케의 보컬, 안정감을 자랑하는 연주멤버들의 합은 언제 봐도 최고의 만족감을 선사하는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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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kin’ out」과 「Rage of dust」에 이어 다시금 이홍기와 호흡을 맞춘 「現? ディストラクション(현상 Distruction)」에서는 한 소절씩 주고받으며 대결을 하는 듯한 구도로 팬들에게 기분 좋은 긴장감을 자아냈다. 손에 들고 있던 타올이 드디어 제 역할을 찾는 시그니쳐 「サムライハ?ト(Some like it hot)」를 끝으로 본 무대를 마친 그들은, 팬들이 앵콜을 갈구하며 합창한 「Singing」을 마지막 곡으로 간택,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엔딩으로 그 환호에 화답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든 출연자가 한데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나서야 기념비적인 한일 교류의 장은 막을 내렸다.

 

라이브에 참가한 팀들은 모두들 가깝고도 먼 양국 간의 관계를 이야기하며 그래도 음악으로 하나가 될 수 있음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미야비의 “국경은 음악으로 넘을 수 있다”라는 한 마디가 괜시리 가슴에 남은 것은 그가 꼭 하프코리안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1회를 넘어 2회, 3회로 나아가기에 아직도 많은 장애물이 남아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 첫걸음이 참으로 감격스럽다. 단순히 다섯 팀이 순차적으로 공연하는 것을 넘어, 모두가 공연의 취지를 이해하고 진심으로 양국의 우호를 위해 노래하는 그 모습은 일본음악을 다뤄오는 필자에게도 많은 울림을 남겼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러한 멋진 만남이 지속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들이 강조했듯, 음악에는 국경이 없다.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희노애락만이, 그 곳에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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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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