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메이(Yin Mei), 중국문화혁명의 억눌림을 벗어나다
세계의 무용가 인 메이(Yin Mei)
교사들이 교실에서 내쫓기고, 부모들은 정치적으로 줄을 잘못서면 공개적으로 모욕을 당해야 했고, 많은 이들이 두들겨 맞고 처형당하고 자살을 했던 중국문화와 정치가 부딪혔던 그 시절의 경험을 인 메이는 무용드라마로 표현해 낸다.
중국인 무용가 인 메이(Yin Mei)는 동양과 서양의 요소들을 조화시킨 그녀만의 개성이 뚜렷한 댄스-씨어터 안무를 한다.
그녀는 중국에서 있었던 문화혁명, 그 이름은 문화혁명이지만 문화를 특히 전통을 말살시키는 혁명시기에 배운 동양전통무용에서 억눌린 제한점을 발견하고, 이것에서 벗어난 춤을 추기 위해 미국행을 선택했다.
오랜 시간 동안 미국에서 무용공부를 하면서 그녀는 두 가지를 깨달음을 얻는다. 하나는 아무리 그녀가 중국 전통무용의 엄격한 움직임에서 벗어나려 해도 그녀의 춤의 뿌리는 깊게 동양 춤에 내려져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대무용 역시도 형식과 테크닉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인 메이가 원한 춤은 동양의 움직임과 서양의 움직임의 퓨전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는 현대무용 댄스-씨어터 장르 안에 동양의 에너지 흐름 방향과 공간의 원칙을 사용하는 것으로 동서양이 만나는 안무를 하게 되었다. 그녀는 어떠한 테크닉이나 규율에 국한하지 않고 일반적인 경험을 넘어 그 이상을 경험하는 춤을 만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춤 동작을 만드는 것에 대한 관심보다는 공연과 경험의 경계선을 넘고 씨어터와 자신의 경계를 넘는 춤에 관심을 가졌고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는 춤을 안무하기를 원했다.
경험의 경계를 넘는 씨어터-춤에 관심
인 메이에게 중국문화혁명의 경험은 그녀에게 큰 트라우마를 주었지만 또 춤으로 표현하는 안무 주제가 되기도 했다. 교사들이 교실에서 내쫓기고, 부모들은 정치적으로 줄을 잘못서면 공개적으로 모욕을 당해야 했고, 많은 이들이 두들겨 맞고 처형당하고 자살을 했던 중국문화와 정치가 부딪혔던 그 시절의 경험을 인 메이는 무용드라마로 표현해 낸다. 특히 그녀는 춤을 통해 상처받은 자신의 모습과 투쟁가로서 자신의 모습을 탐구한다.
작품 <중국의 혼미한 안토니오니, Dis/oriented Antonioni in China, 2013>는 이태리 감독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가 중국문화혁명을 찍은 다큐멘터리 영화 <청쿠오>가 춤과 함께 하여 인 메이가 경험한 혼란과 격동의 시간을 표현하고 그녀의 예술에 대한 비전이 어떻게 형성된 것인지를 표현한 솔로 작품이다. <방랑자: 강 Nomad:River, 2005>에서는 인 메이가 중국문화혁명을 경험하면서 어렸을 때 쓴 일기의 첫 부분과 마지막 부분에 낭독하고 혁명 슬로건을 작품에 사용하여 혁명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처형을 당한 한 남자의 모습과 그를 찾는 어머니의 모습을 춤으로 표현하며 공포적이고 환상적인 안무를 하였다. 작품 <종이의 도시, City of Paper, 2010>는 종이가 처음으로 발명되었던 도시인 인 메이의 고향 루오양이 문화혁명 시기에 정치적인 전단 물들을 만들어내는 중심이 된 모습을 그린 것이다. 이렇게 인 메이는 다수의 안무작을 통해 중국문화혁명의 경험을 표현해왔다.
인 메이는 몸 안의 기의 흐름을 따르는 움직임을 한다. 뼈의 구조와 중력을 느끼고 관절을 이완하고 근육을 부드럽게 하면서 몸 안의 에너지(기)의 흐름을 느끼는 움직임을 통해 무용수들은 자신을 넘어선 그 이상의 움직임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몸 안의 기의 흐름과 연결하는 것은 움직임의 목적을 이루고 전하는 이야기와 연결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그녀의 기의 흐름을 중요시하는 움직임은 동양 춤 훈련에서 온 것이다.
인 메이는 유명한 시각 예술가나 작곡가들과 콜라보레이션으로 안무를 해왔다. 그녀는 비주얼 아트와 소리 아트를 안무에 사용하며 무대와 소리 등의 안무환경들 사이에 신비로운 조화를 창조해 낸다. 작품 <빈 전통/모란의 도시, Empty Tradition/City of Peonies, 1998>는 비주얼 아티스트 슈 빙(Xu Bing)과 작곡가 토니 프라보오(Tony Prabowo)와 함께 작업하여 무대가 서예가 가득한 하나의 책 페이지가 되게 하였고 으스스한 음악과 함께 꿈과 기억의 세계를 연출하였다. 작품 <방랑자: 강, Nomad:River, 2005>는 비주얼 아티스트 크리스토퍼 살터(Christopher Salter)가 함께 하여 중국의 숲의 모습을 3D로 무대에 표현하였다. 또 <산산조각, /Asunder, 2001>에서는 비주얼 아티스트 카이 구오-키앙(Cai Guo-Qiang)과 작곡가 로버트 인(Robert Een)이 함께하여 사랑의 상처를 붉은 깃의 화살로 표현하였다.
1963년 중국 루오양(Luoyang)에서 태어난 무용가 인 메이는 중국문화혁명 시기에 자라며 오천년 역사의 중국 예술과 문화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였다. 그런 광란의 시기에 그녀는 열세살 때부터 중국의 헤난 프로빈스 댄스 컴퍼니(Henan Province Dance Company)에 입단하여 활동하면서 중국 전통무용, 페킹오페라 춤을 비롯하여 타이치, 중국 무술 등을 훈련받았다. 그 후 그녀는 헤난 송 앤 댄스 트룹(Henan Song and Dance Troup)에서도 활동하였고, 홍콩 댄스 컴퍼니(Hong Kong Dance Company)에서는 주역무용수로 활동하였다. 인 메이가 홍콩 댄스 컴퍼니에서 활동하던 중 그녀는 어메리칸 댄스 페스티벌(American Dance Festival)의 감독이었던 찰스 라인하르트(Charles Reinhart)의 눈에 띄어 페스티벌에 안무가로 초대받게 되는 기회를 얻게 된다.
수 천년 중국 역사 사라지게 한 역설적인 문화혁명 체험
라인하르트의 추천으로 아시안 문화위원회(Asian Cultural Council)로부터 장학금을 받아 1년간 미국에서 안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가게 되었다. 미국에서 본격적인 안무와 공연활동을 하기 위해 인 메이는 1995년 자신의 무용단인 인 메이 댄스(Yin Mei Dance) 무용단을 창단, 예술감독 겸 안무가로 활동해 오고 있다. 또 그녀는 뉴욕시립대학인 퀸즈 컬리지(Queens College)에서 현대무용, 안무법, 타이치, 동양공연예술 등을 가르치며 무용교육에도 힘 써오고 있다. 그녀는 동양적인 움직임과 현대무용의 조화를 탐구하는 과목을 발전시켜 혁신적인 가르침 상(Innovative Teaching Award)을 받았고 안무로는 구겐하임 펠로우쉽(Guggenheim Fellowship), 아시안 컬처럴 카운슬 펠로우쉽(Asian Cultural Council Fellowship), 코리오그라피 펠로우쉽(Choreography Fellowship), 켈-아츠 알퍼트 안무상(Cal-Arts Alpert Award)등을 수상하였다. 인 메이의 안무작들로는 <샤만, Shaman, 1995>, <유산, Legacies, 1995>, <부채와 샤쿠하치, Fan and Shakuhachi, 1996>, <솔로 1과 2, Solo I & II, 1996>, <여자의 책, Book of Women, 1996>, <태양/달/나, Sun/Moon/Me, 1997>, <전체의 것들들 유지하기위해 나는 움직인다, I Move To Keep Things Whole, 1997>, <취한 첩, The Tipsy Concubine, 1999>, <빗 속에서 보다, Seeing In The Rain, 2003>, <빈 전통/모란의 도시, Empty Tradition/City of Peonies, 1998>, <산산조각, /Asunder, 2001>, <방랑자:차, Nomad:Tea, 2002>, <방랑자:강, Nomad:River, 2005>, <필기체, Cursive, 2006>, <종이의 도시, City of Paper, 2010>, <시간의 향기, A Scent of Time, 2010>, <중국의 닉슨, Nixon in China, 2012>, <중국의 혼미한 안토니오니, Dis/oriented Antonioni in China, 2013>, <붉은 드레스, Red Dress, 2014>등이 있다. 무용가 인 메이는 그저 동서양이 만나는 퓨전 춤이 아니라 그 것을 훨씬 넘어선 유니버설 한 춤으로 댄스-드라마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는 춤 안무를 추구하는 무용가이다.
글 레이첼 김(LA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