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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의 새로운 리메이크 앨범

밥 딜런(Bob Dylan) < Shadows In The Nigh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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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은 여타 팝 스탠더드 컴필레이션들에 충분히 앞설 작품이다.

밥 딜런(Bob Dylan) < Shadows In The Night >

 

「I'm a fool to want you」로 시작해 「Some enchanted evening」을 거쳐 「That lucky old sun」으로 끝나는 트랙 리스트에서 알 수 있듯 앨범에 실린 노래들의 초점은 한 곳으로 모인다. 1950,60년대 이전에 만들어진 로큰롤 시대 이전의 곡들, 그 중에서도 프랭크 시나트라의 목소리를 통해 널리 알려진 팝 스탠다드들로 노장 포크 아티스트는 자신의 서른여섯 번째 작품을 채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당히 잘 만든 음반이다. 밥 딜런이라는 이름을 앞에 두고 온당한 평가가 과연 가능하겠느냐마는, 긴 이력에 따르는 온갖 명성과 감상 같은 부산물을 제하더라도 < Shadows In The Night >은 분명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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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리메이크의 관건은 편곡에 존재한다. 프랭크 시나트라 음악의 사운드를 맡았던 고든 젠킨슨의 오케스트레이션과 닮아있는 가운데, 밥 딜런은 미니멀한 모양새를 구축해 전반의 구조를 뽑아냈다. 세기를 한껏 줄인 혼 섹션과 오케스트라의 스트링 섹션을 대체하는 페달 스틸 기타, 스코어의 멜로디를 이끄는 기타가 차별을 구성하는 연출의 주요소들에 해당된다. 프랑크 시나트라의 「Some enchanted evening」에서 등장했던 활기찬 관악 파트와 「Autumn leaves」를 장식했던 거대한 현악 파트도 새로운 터치 아래에서 축소의 멋을 내는 모양새로 바뀐다. 이렇듯 최소 지향의 모습을 보이면서도, 밥 딜런은 음반 전체에 풍성함을 불어넣길 잊지 않는다. 아득하게 공간을 확보해나가는 사운드는 관현악이 선사하는 부피감의 공백을 조금씩 메워낸다. 꾸린 사운드 한도 내에서 오케스트라의 웅장함을 표현해낸 「That lucky old sun」가 이 맥락에 적확하게 쓰일 예시다.

 

앞서 언급한 편곡에서뿐만 아니라 보컬에서도 또한 마찬가지다. < Shadows In The Night >에서의 재해석은 원곡들의 컬러를 일체 손상시키지 않는다. 목소리를 깊게 내리까는 크루너 창법을 구사하면서도, 튀지 않는 방향으로 음을 이끄는 밥 딜런의 보컬 연기에는 틴 팬 앨리 시절과 꽤나 잘 어울리는 중후함과 묵직함이 머물러있다. 동시에, 이러한 퍼포먼스의 배경에 자리한 거대한 멋과 아우라를 퍼뜨리는 아티스트 특유의 목소리는 이번 작품에서의 변용과 잘 섞이며 독자적인 스타일을 창출해낸다. 덕분에 음반은 오래된 악보의 멜로디가 전하는 익숙함에 앞서 생경한 조합이 주는 신비로움이라는 큰 수확을 챙기게 됐다.

 

잘 만들어진 리메이크 작품이라는 데에 이렇다 할 이견이 생기지 않는다. 프랭크 시나트라(와 그리고 다수의 팝 가수들)의 전유물로만 남을 것 같았던 틴 팬 앨리의 클래식 발라드들은 밥 딜런의 이름을 끼고 또 다른 모습을 얻게 됐다. 물론 기존에 여러 버전을 통해 등장했던 곡들이기에 크게 새로운 것은 없다. 엄밀히 따졌을 때 다름은 작은 부분에서 발생할 뿐, 대개의 지점에서는 얼추 비슷한 형태를 보인다. 그러나 < Shadows In The Night >을 양질의 지위로 끌어올리는 인상은 그 작은 부분에서의 역점에서 비롯된다. 사운드 메이킹에서의 다른 접근만으로도 거장의 창작력은 미(美)에서의 극명한 차이를 발생시킨다. 리터치만으로도 결과물을 발군으로 만드는 일흔 넘은 노인의 역량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앨범은 여타 팝 스탠더드 컴필레이션들에 충분히 앞설 작품이다.

 

 

 

2015/02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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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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