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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간의 아픔 – 윤씨 병환기

내 몸의 아픔은 직접 느끼는 내가 가장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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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얻은 강력한 깨달음은 “내 몸의 아픔은 직접 느끼는 내가 가장 잘 안다. 그러므로 남의 진단에 휘둘리지 말자. 그리고 평소에 건강을 유지하자. 이외에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몸이 있어야 마음을 실행에 옮길 수 있지 않나”이다.

나의 <솔직히 말해서> 연재는 두 달에 한 번이다. 길다면 긴 지난 두 달 동안 나에게 있었던 일들을 단어로 표현하자면 단 하나 ‘아픔’일 것이다. 아픈 것과 회복하기 위한 노력, 이 두 개를 빼곤 한 행위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첫 ‘솔말’이 올라간 날 난 심한 구내염과 열로 조퇴를 했고 약 두 달 동안 온갖 염증 속에서 허우적댈 수 밖에 없었다. 마치 평소에 자주 쓰던 ‘아 염증난다’라는 말을 주워담듯이. 아래는 나의 병환에 대한 가감 없는 기록이다.

 

1차 구내염 및 구강염증 6/11~22 (11일간)


구내염, 설(혀)염, 잇몸염, 편도염. 맙소사. 입안에 날 수 있다는 모든 염증이 한꺼번에 왔다. 마치 저주를 받은 것처럼. 난생 처음이었다. 평생 하나도 나지 않았던 것들이 한꺼번에 여기저기 20개 넘게 났다. 입으로 하는 모든 것을 할 수가 없었다. 밥 먹기, 말하기, 물 마시기, 숨쉬기 등 모든 것이 너무나 어려웠다. 입으로 물을 마실 때 동시에 눈으로 물을 흘렸다. 그 쓰라림과 고통을 어찌 표현할 수 있을까. 이비인후과에 가니 의사가 혀를 끌끌 차며 대체 몸 관리를 어떻게 했냐고 핀잔을 줬다. 면역력이 많이 약화되었다고. 첫 진료에 항생제 주사를 두 대 맞고 알약과 비타민, 연고, 가글을 처방 받아 집으로 왔다. 검색을 해보니 구내염이 증상인 다양한 병이 있었다. 걱정이 되어 치과에도 가봤지만 피로로 인한 염증이라고 했다. 그 사이 혀 아래에 각기 났던 궤양은 하나가 되어 큰 구멍을 이루었고 난 11일간 자면서 고통의 침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난 결국 구내염을 이겨냈고 출근을 했다.


솔직히말해서

 

2차 장염 6/24~27 (4일간)


출근 이틀째. 점심을 먹고 갑자기 배가 너무 아팠다. 화장실을 들락거리다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가까운 내과를 찾았다. 장염증상이란다. 난 또 조퇴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난다. 집에 가면서 느꼈던 현기증. 이렇게 살아서 뭐해 라는 자괴감. 그리고 이틀 밤낮을 배를 부여잡고 잠들었다. 이 일로 인해 쉼이 필요하다 절실히 느꼈고 회사는 나에게 한 달의 시간을 주었다.

 

3차 방광염 6/30 ~ 현재 (한달 이상)


또 한번 찾아온 염증 신호. 붉은 색의 변기. 찢어지게 아픈 아랫배. 나는 가까운 병원을 찾았고 방광염 진단을 받았다. 38.4도의 고열과 헛구역질을 동반한 아주 괴로운 염증이었다. 그 동안의 병력을 듣더니 역시나 면역력 약화가 큰 문제란다. 겨우 죽을 먹고 약을 삼키고 잠이 들었다. 그 주 목요일과 금요일에 업무 정리를 위한 출근을 겨우하고 나는 7월 7일부터 정식 휴직에 들어갔다. 방광염은 잘 잦아들지 않았다. 독한 항생제 주사 4대를 5일에 거쳐 맞느라 내 둔부는 얼얼해져갔고 2주째 먹는 항생제로 인해 내성이 생길까봐 치료를 중단했다. 그리고 자연치유를 기다렸다.

 

아랫배가 가끔 묵직했지만 별일 아니겠지 하고 요가와 식이요법에 중점을 뒀다. 크랜베리주스와 분말 캡슐을 구해 꾸준히 먹었다. 그리고 휴직이 끝나가기 전 확실한 검사를 위해 머나먼 강남에 있는 전문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일반 검사에는 나오지 않고 배양검사를 통해서만 나오는 나쁜 균이 보통 사람의 1천 배가 더 있으며 이 균은 독한 녀석이라 특별한 약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 약을 먹은지 이제 이틀째다. 약도 독해서 입안이 마르고 어지럽다. 하나가 나으면 하나가 생기는 염증들이 나의 인내심을 시험한다. 8월 안에 내 모든 염증들이 사라지길 바라본다.

 

아프면서 싹튼 의료행위에 대한 불신과 의료영리화에 대한 불안 


사람의 몸은 각자 다르다. 이 세상에 나와 같은 유전자와 몸을 가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거다. 하지만 의사에게 환자의 몸은 어쩔 수 없이 매뉴얼대로 치료해야 하는 대상이다. 그리고 의료보험수가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이기도 하다. 구내염으로 치과를 찾았을 때 나는 찍을 필요가 전혀 없던 구강엑스레이 촬영을 해야 했다. 아마 의료보험수가를 받기 위한 과다의료행위로 추정된다. 그리고 방광염으로 산부인과를 찾았을 때도 과도한 항생제 주사와 약 처방에 의문을 품었지만 괜찮다고만 했다.

 

결정적으로 의사에게 이것저것 물어봤을 때 매우 귀찮다는 인상을 내비쳤다. 왜 나는 내 몸을 의사에게 맡기면서 내 몸에 대해 묻는 것에 눈치를 봐야 한단 말인가? 결국 초반 검사에선 음성이라고 한 것이 한달 뒤 차트를 떼보니 내가 갔던 5번의 치료 동안 양성으로 적혀있었다. (심지어 비보험 검사였다)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은 것이다. 그때의 분노란. 그리고 결국 난 병원을 옮겼다. 바로 직전에 한 다른 검사비가 너무 아까웠지만 믿을 수 없어 옮긴 병원에서 추가로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병원과 의사는 환자를 돈으로 본다. 의료영리화가 시행된다면 더욱 심해지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 물론 병원의 입장에서 임대료와 유지 비용이 있음을 이해한다. 하지만 분노와 답답함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난 내 몸을 직접 알아보기로 했다.

 

아프면서 읽었던 몸에 관한 책들 그리고 강력한 깨달음


첫 번째로 읽었던 책은 『몸이 먼저다』 였다. 몸이 운동으로 인해 강해짐으로써 얻게 되는 이익들을 적은 책이었다. 그래! 몸을 다지자. 두 번째와 세 번째로 읽은 책은 『안녕 나의 자궁』 『마이 시크릿 닥터』 였다. 여자인 내 몸에 대한 이해를 한층 높여준 책. 네 번째로 읽은 책은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였다. 이 책을 보면서 서양의학에서 사용하는 물리적인 치료도 필요하지만 내 몸을 순환으로 인식하고 다스리는 양생술이 참으로 중요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몸과 마음은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책.

 

황제: “저는 모든 병이 기에서 생긴다고 알고 있습니다. 성내면 기가 거슬러 오르고, 기뻐하면 기가 느슨해지며, 슬퍼하면 기가 사그러지고, 두려워하면 기가 내려가며, 추우면 기가 수렴되고, 열이 나면 기가 빠져나가고, 놀라면 기가 어지러워지고, 피로하면 기가 소모되며, 생각을 하면 기가 맺힙니다 (. <내경편> ‘기’氣, 67쪽” ) 

 

기의 움직임에 따라 사람의 몸이 변화하는 것을 설명해주니 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은 것들도 이해가 되기 시작되었다.  그리고 한가지 얻은 강력한 깨달음은 “내 몸의 아픔은 직접 느끼는 내가 가장 잘 안다. 그러므로 남의 진단에 휘둘리지 말자. 그리고 평소에 건강을 유지하자. 이외에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몸이 있어야 마음을 실행에 옮길 수 있지 않나”이다. 큰 병에 걸리면 가정도 파탄 나게 되는 세상이다. 그래서 보험사들의 광고는 우리의 불안에 끊임없이 부채질을 한다. 우리 모두 아프지 말자.


이상 두 달간의 그리고 곧 끝날 윤씨 병환기를 마친다.

 

* 덧붙임

책은 아니지만 아플 때 침대에 누워 정주행하면서 병과 죽음, 그리고 현재를 사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한 웹툰이 있다. - 아만자 //webtoon.olleh.com/toon/timesList.kt?webtoonseq=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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