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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쫓기는 사람에서 시간을 리드하는 사람으로

『어떻게 시간을 지배할 것인가』 클라우디아 해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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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의 초침, 즉 물리적 시간은 언제나 똑같은 속도로 움직인다. 그러나 우리가 인식하는 시간의 흐름은 기억, 집중력, 감정 그리고 시간의 공간화 등 내면에 축적된 개인의 경험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시간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길이가 달라진다. 이 책은 이러한 시간 인식의 원리를 이용해 자신의 의지대로 시간을 통제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시간 정복서다.

소리 나는 책

오늘은 2주간 ‘책, 임자를 만나다’ 시간에서 전해드린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 중에 몇 부분을 읽어드릴까 합니다. 이 책의 내용들 중 어떤 부분들은 짧게 들으셔도 마음을 휘젓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부분을 전해드리고 싶어서 소리 나는 책에서 읽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소크라테스 이래로 철학자들은 지치지도 않고 인간이 왜 도덕적이어야 하는지 물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흥미로운 질문은 왜 인간이 미래를 생각하며 신중하게 살아야 하는 가다. 왜 자신의 미래가 어떠할지에 대해서 신경을 써야 하는가. 철학자들은 항상 이 신중함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왔다. 소크라테스 이래로 그들은 진정으로 신중한 사람은 항상 도덕적으로 행동한다는 명제를 증명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보다는 자기의 개념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 좀 더 나은 일이었을 텐데. 왜 현재의 목적보다 미래의 목적이 더 중요해야 하는가? 미래는 멀리 떨어져 있을 뿐 아니라, 가설적인 상상의 상황이다. 게다가 미래는 어쩌면 현재의 것들보다 추구할 가치가 적을 수도 있다. 왜 젊은이가 나이든 이후에 생길 이해관계를 따지느라 솟아나는 열정을 억눌러야 하는가? 왜 50년 후에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이 알지도 못할 노인네가 다른 어떤 상상의 인물보다 지금의 나에게 더 중요한 사람이어야 하는가? 노년에 대한 그의 견해에 꼭 동의하지 않다 하더라도, 조지 산타야나의 질문을 반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래의 나에게 신경을 쓰는 것은 현재의 나에게 신경을 쓰는것보다 더 이성적이거나 합리적이지는 않다. 미래의 내가 신경쓸 가치가 덜하다면 오히려 비이성적인 것이다.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 (존 그레이/이후) 中에서


에디터 통신

“시간이 존재하는 유일한 이유는 모든 것이 한꺼번에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한 말입니다. 과연, 시간의 존재 이유가 그렇게 명확하게 설명될 수 있는 것일까요? 아무리 아인슈타인이라고 하지만 저 한 문장으로는 시간을 설명하기에 부족한 점이 많은 거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어떻게 시간을 지배할 것인가』 의 편집을 담당한 강희정이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시간을 지배하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이 직설적으로 담겨있는 제목인데요. 이 책의 원래 제목은 ‘왜곡된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시간이 왜곡되는 현상을 일상적으로 겪고 살아갑니다. 불 위에 올려놓은 냄비를 계속 주시하고 있으면 물이 영원히 끓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잠시 컴퓨터로 이메일만 확인하고 돌아와도 어느새 물이 끓고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래도 인간은 흘러간 시간의 정도를 제법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뇌 안에 1분 1초를 측정할 수 있는 기관이 있다고 짐작하긴 어렵습니다. 해부나 뇌 스캔 기법을 통해 뇌 속에 시계 구조가 있다는 증거가 발견된 적이 없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시간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이며, 인간은 그것을 어떻게 느끼고 감당해야 하는 것일까요? 흔히 기분 좋은 상황에서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거나 지루한 상황에서 시간이 느리게 간다고 느꼈던 건 단순한 착각에 불과했던 것일까요?

물론 이러한 궁금증을 저만 품었던 것은 아니었을 겁니다. 보통 사람들의 경우 시간이 왜곡되는 상황을 마주하면 잠시 의문을 품어 보기도 하지만, 금세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특별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시간 인식의 미스터리를 파헤치기 위해 목숨까지 걸었던 사람들, 그들은 일부러 눈을 가린 채 벼랑 끝으로 자신을 내몰았고 고층 빌딩에서 수차례 뛰어내리는가 하면, 시계도 없고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얼음 동굴 속에서 몇 달간 혼자 살기도 했습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시간의 성질을 탐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소개된 여러 실험 사례들을 통해 드러난 시간의 속성은 모순적인 말이지만 단순하면서도 복잡했습니다. 예를 들어 체온이 높이 올라갈수록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는 점이 밝혀졌습니다. 몸살이 나서 열이 높은 사람들의 시간은 건강한 사람들보다 더 빨리 흘렀고, 그 결과 하루가 평상시보다 길게 느껴졌습니다. 이 논리로 보면 더운 나라에 사는 사람들과 추운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시간을 경험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인식하는 데는 온도뿐만 아니라 기억과 집중력, 감정, 성격 그리고 공간까지 여러 가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찰나의 순간에도 여러 가지 요소들이 뒤섞여 시간을 왜곡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까지 복잡한 시간의 성질을 구태여 분석해서 이해하고 매번 적용하면서 신경 쓸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그렇게 한다고 해서 시간이 우리 마음대로 무조건 움직여주는 것도 아닐 테고요. 45년 동안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자기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시간을 기록했던 한 연구자는 결국 어떤 사실을 눈치 채곤 허무함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 이유는 본문에서 자세히 소개되고 있지만, 미리 되짚어 볼 수 있는 핵심은 시간이 분석되고 이용되어야 할 목표 대상이 아니라 우리의 삶 자체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불행한 시기에 놓여있을 때 1년은 금세 지나가도 하루는 왜 끔찍이 길게만 느껴졌는지, 왜 나이를 먹을수록 원치 않아도 시간은 빨리 흘러가는지 등 삶과 시간의 연결고리 안에서 인간이 무력함을 느낄 수 있는 예는 많습니다.

얼마 전 개봉하여 많은 관심을 받았던 영화 <어바웃 타임>은 아무리 시간을 지배할 수 있더라도 행복은 순간순간의 작은 선택들이 모여 결정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후회와 실망을 자주 겪고 사는 사람들에게 이 메시지는 강렬하게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는 책에 소개된 여덟 가지 시간 사용법 중에서 ‘순간을 만끽하는 법’에 해당됩니다. 삶의 방식에 정답이 없듯이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의 문제에도 정답은 하나가 아닙니다. 우리는 그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방식을 선택할 뿐이지요. 그 선택을 위한 고민의 과정에서 이 책은 흥미로운 안내서가 되어줄 것입니다.

흔히 사람들은 시간이 상대적이라고 말합니다. 생각해보면 삶을 이루는 다양한 조각들 중에 절대적인 것이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곧, 『어떻게 시간을 지배할 것인가』 에 대한 답은 삶을 어떤 식으로 흘러가게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집니다. 이 책을 통해서 독자 분들이 이러한 물음의 세계로 흠뻑 빠져드시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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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동진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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