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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보다 자신을 더 믿는 남자 <미스터 온조> 홍경민

운명을 염두에 두지는 않는 성격 홍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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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뮤지컬을 하면서도 그의 욕심은 크지 않다. 그는 크게 한 번 터뜨리고 지쳐 잠수 타는 쉼을 선택하는 인생보다는 꾸준히 오래, 평생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하므로. “지금처럼 가는 게 사실 좋아요. 굳이 운명이나 사주팔자가 있다면 지금처럼 가는 것도 굉장히 좋은 사주를 타고난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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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공연, 첫 장면을 치르기까지 

 

고구려 주몽과 소서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온조는 이복형 유리가 나라를 물려받자 어머니 소서노, 형 비류와 함께 남쪽으로 내려가 나라 건국사업에 매진하게 된다. 여기까지가 역사적 사실. 이 때 온조는 전쟁으로, 무력으로 사람을 다스린다는 것에 회의를 느끼며 방황을 하게 되고, 그러다 자신의 시름을 잊게 만드는 여인, 달꽃무리를 만나게 된다. 여기서 시작되는 온조의 청년시절 이야기, 뮤지컬 <미스터 온조>. 그리고 하루 전날 첫 공연을 마친 홍경민을 만난 것이 우리 인터뷰의 서막 되시겠다. 


“아무래도 창작뮤지컬이니까 준비하면서 걱정했던 것들도 많았는데 걱정에 비해 무난하게 첫 공연을 마친 것 같아요. 저는 대사가 한 번 꼬였는데 티가 안 날 수가 없는 부분이어서 겨우겨우 넘어가긴 했죠.” 


홍경민이 뮤지컬 무대에 서는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 벌써 여섯 번째 작품이니까. 그렇다고 첫 공연, 첫 장면에 대한 압박이 없다는 얘기는 물론 아니다. 


“어떤 공연이든 첫 공연, 첫 장면을 어떻게 하느냐에 대해 가장 많이 신경 써요. 제가 등장하는 첫 장면을 끝내고 ‘이제 됐다, 나머지는 이렇게 가면 되겠다’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처음이다 보니까 장면, 장면에 대한 긴장감이나 집중력은 크죠.” 


다만 시종일관 진지하고, 쭉 고뇌하고, 카리스마 있어야 하는 인물인 온조이기에 그의 재기발랄함이 빛나지 못하는 건 아쉬울 뿐. 


“전 사실 공연 중에 유쾌하고 장난기 표현하는 작품을 좋아하는데 이번에 온조의 캐릭터는 그런 부분은 없어요. 온조는 왕이 되어야 하는, 제국을 건설해야 하는 인물이지만 제압과 카리스마로 이루려는 것이 아니라 포용해서 함께 가자 하는 인물이죠. 발랄한 모습은 맞지 않아요. 그래서 몸이 근질근질하다고 해야 하나. 장난스럽게 ‘이렇게 하고 싶은데’ 할 때가 있긴 하죠.” 


과연, 기자가 보기에도 그의 장난기, 애드리브 들어갈 틈은 전혀 없어 보이는 비장한 작품 되시겠다. 

   

<미스터 온조>가 갖는 경쟁력 

매주 새롭게 개봉되는 영화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매우 자주 새로운 뮤지컬 제목들이 등장한다. 새롭게 선보인다던 뮤지컬들은 소리도 없이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지곤 한다. 그래서 창작극은 위험부담이 크다. 또 그래서 부담도 큰 법. 관객들은 이미 <미스터 온조>가 주는 특별함을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미스터 온조>의 경쟁력, 홍경민이라는 배우의 힘도 포함될까? 


“그건 그다지 큰 경쟁력은 안 되는 것 같고요. 창작이지만 창작 중에서도 웅장함을 준다는 것일 것 같아요. 공연장에서는 그런 것에서 오는 희열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좀 더 큰 무대에서 공연됐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하는데요. 그런데 반대로 무대가 커지면 외국에서 들여온 규모가 큰 뮤지컬과 비교를 많이 하시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어쨌든 ‘無’에서 만들어 완성시킨 우리의 뮤지컬이라는 기대감을 좀 가져주셨으면 좋겠고요. 실제로 역사와 일치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 역사 속의 인물에 대한 이야기이고, 해외 뮤지컬에서 얻을 수 있는 감동과 전혀 다른 부분의 감동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웅장하되 건국을 배경으로 전투나 모략, 배신 따위가 존재하지는 않는다. 자극적인 소재에 길들여진 관객에겐 조금 아쉬울지도 모를 대목. 하지만 질릴 법한 감정소모 대신 훈훈한 동료애나 애절한 사랑이 소묘처럼 그려진다. 

   

어린 나이 연기가 부담스러울까, 중년의 연기가 부담스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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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뮤지컬배우 김민철, 아이돌 민후와 20대 연기를 한다는 것, 홍경민에게 왠지 불리해 보인다. 어쨌든 정법으로 트리플 캐스트에서 나이가 ‘제일 많으시다’는 것에 대해 물었다.


“나이에 대한 부담은 없고요. 화면을 통한 연기는 아무래도 카메라 상에서 보여 지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는데 무대는 객석과의 거리차이가 있기 때문에 말이 안 되는 나이 차이까지도 표현이 가능하거든요. 드라마였다면 20살짜리 연기를 아무도 하라고 하지 않았겠지만 무대 연기할 때는 마흔 먹은 사람이지만 대학생이라고 해도 관객들이 알아서 판단해주시기 때문에 그런 부담은 없어요.” 


다만, 정말 다만 어쩔 수 없는 풋풋함의 결여에 대해서만큼은 홍경민도 인정하는 바.


“나이가 주는 상대적인 이점도 있더라고요. 후배들의 연기를 보면 실제로 20대 초반이라 서있는 것만으로도 풋풋함이 느껴지니까요. 막내 민후와 세미가 연기하는 걸 보면 ‘소나기’가 떠오른다고들 해요. 그런 게 장점이 되겠죠. 뭐 나이 먹은 사람은 나이 먹은 대로 그렇게 가는 거죠.” 


제법 쓸쓸한 어미 처리는 감추는 걸로...동시에 워낙 동안이기도 하지만 무대 위 그의 20대 연기는 의상과 더불어 꽤 어울렸다 덧붙이는 걸로...그렇다면 과연 그에게 어린 나이 연기가 부담스러울까, 중년의 연기가 부담스러울까? 


“제 나이보다 더 많은 연기를 한 적이 있긴 한데 흉내를 내기에는 20대 초반의 모습은 겪었으니까 유리한 게 있죠. 그 땐 이랬다 하고 알고 있는 게 있으니까요. 중요한 건 목소리나 외모의 변화 때문에 표현하기가 좀 어려운 거죠. 반면에 저보다 윗세대 연기를 할 때는 상상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어렵죠. 그래도 외형적으로는 오히려 유리해요. 머리에 포인트를 주거나 의상만 나이 들어 보이게 입어도 나이 들어 보이니까요.” 


따지고 보면 20대도 4, 50대도 연기할 수 있는 지금의 그가 가장 ‘유리한’ 나이 아닐까? 

   

홍경민의 사생활 

 

노총각, 노처녀에게 결혼에 대한 질문은 참 달갑지 않다. 하지만 수도 없이 들었을 그 질문, 기자의 숙명이라는 생각으로 한 번 더 물었다. 


“결혼을 안 해야겠다고 결심한 적은 없거든요. 지금도 집에선 걱정을 하시는 거 같고요. 좋은 짝이 있다고 하면 머뭇거릴 이유가 없지 않을까. 일 때문에 결혼을 못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짝만 있으면 충분히 할 수 있죠. 짝만 있으면...짝을 어떻게 찾아주시든가...” 


그러니까. 그런 짝...어디에 가면 있는 건지 기자도 좀 알자. 


“결혼을 조급하게 생각 안 했던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여유를 부릴 입장은 아니더라고요. 누구 만나 영화 몇 편 보면 올해가 훌쩍 갈 텐데...내년에 결혼하려면 올해에는 누군가를 찾아봐야 하는 게 아닌가. 고민 중입니다. 내 짝은 어디에 있을까...”  


구태의연한 질문에도 시크하도록 담담하게 말하는 홍경민. 방송에서든 사석에서든 참 일관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던 건 6,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유명 닭발집에서 우연히도 그를 봤다. 마침 불콰하진 얼굴로 기분 좋게 지인들과 술을 마시던 그는 불쑥불쑥 사진 좀 찍자는 닭발집 손님들에게 흔쾌히 자신의 프로필을 내드렸다. 것도 여러 번. 물론 요즘처럼 SNS가 발달한 때는 아니었으나 어딘가에 투척됐을 그 사진들, 정말 괜찮은 걸까? 


“그게 올라간다고 악영향을 줄만한 인기도 없고요. 닭발집에서 소주 마시고 얼굴 빨개진 사진 때문에 ‘이 연예인한테 실망했어’, ‘저 뮤지컬 못 보겠다’ 그래도 어쩔 수 없죠. 사실 술 마시고 얼굴 빨개진 상태에서 사진 찍는 건 당연히 싫죠. 상태가 안 좋은데 사진을 찍자고 하면 일반인도 싫은 거잖아요. 하지만 닭발집에서 정작 사진 찍자고 온 사람한테 싫다고 하면 얼마나 무안하겠어요.” 


홍경민은 팬들이 자신에게 연예인에게 품는 환상 같은 걸 갖지 않는 게 더 마음 편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술 마신 다음날 퉁퉁 부은 얼굴로 편의점에 갔어도 누군가 사진을 찍자고 하면 되도록 각을 살려 사진을 찍어준다. 

   

“운명을 믿지는 않아요” 

 

20살 무렵, 홍경민은 지하철역에서 재미삼아 5천원을 내고 사주를 본 적이 있다. 그랬더니 47살 되는 해에 남의 집 제사 음식을 조심하라는 사주가 나왔단다. 


“그 얘길 듣고 ‘아저씨, 47살에 남의 집 제사 음식을 조심하라고 하면 27년간 그 생각을 해야 한다는 거 아녜요?’그랬어요. 그리고 지금 38살인데 아직도 그 생각을 하고 있잖아요. 아니 47살이 되는 해에 친구 아버지 상가에라도 가면 어디 불안해서 머리고기라도 먹겠냐고. 괜히 지나가다 그 아저씨 얘기를 듣는 바람에...” 


인터뷰 막바지에 <미스터 온조> 대기실은 이 얘기에 웃음바다가 됐더랬다. 그러니까 아마도 홍경민은 그 때부터 운명은 믿지 않는 걸로. 


“아마 제가 노래할 운명이라고 생각한다면 42살이 됐을 때 너무 해보고 싶은 일이 생겼는데 ‘괜히 내가 운명을 거스르는 것 아냐’ 이런 생각할 수 있잖아요. 좋은 얘기를 듣는다고 해서 그대로 되는 것도 아닌 것도 같아요. 사주 본다는 사람한테 ‘올해 대박난다’는 얘기 들은 지 몇 년이나 됐거든요. 그런 건 너무 염두에 안 두는 게 좋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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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예진

일로 사람을 만나고 현장을 쏘다닌 지 벌써 15년.
취미는 일탈, 특기는 일탈을 일로 승화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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