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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는 가난한 사람보다 우아해지기 힘들다

가난한 사람은 어떻게 해서 우아한 취향을 가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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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스타일리쉬하게 옷을 입을 수 있을까? 그냥 비싼 돈 들여서 소위 명품 옷을 사면 된다. 그러면 아무리 ‘옷걸이’가 시원치 않아도 기본 이상의 스타일은 나온다. 하지만 이 경우 ‘결과적으로’ 스타일이 좀 나올지 모르지만 그 사람 자체가 스타일리쉬한 것은 아니다. 자신의 감각으로 스타일을 연출한 것이 아니라 그냥 돈의 힘으로 스타일을 구매한 것이니까 말이다. 폰 쇤부르크 씨는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기가 힘든 것처럼, 부자가 우아하게 살기도 마찬가지로 어렵다고 주장한다.

삼성이 잘 하는 마케팅이 있다. 당대 최고의 스타를 스카웃해서 CF를 찍는 것이다. 전지현, 이효리, 이승엽, 김연아 등 당대 최고의 스타는 모두 한때 삼성 광고 모델이었다. 사실 마케팅 업계에서 스타 마케팅은 제일 ‘안 쳐주는’ 전략이다. 아니 전략이라고 부를 수도 없다. 전략이고 뭐고 필요 없이 돈만 많이 쓰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방법이니까. 그저 돈은 많고 머리 쓰기는 귀찮을 때 해보는 일종의 무사안일한 마케팅일 뿐이다.

비슷한 추론을 명품에 대해서 적용해볼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스타일리쉬하게 옷을 입을 수 있을까? 그냥 비싼 돈 들여서 소위 명품 옷을 사면 된다. 그러면 아무리 ‘옷걸이’가 시원치 않아도 기본 이상의 스타일은 나온다. 하지만 이 경우 ‘결과적으로’ 스타일이 좀 나올지 모르지만 그 사람 자체가 스타일리쉬한 것은 아니다. 자신의 감각으로 스타일을 연출한 것이 아니라 그냥 돈의 힘으로 스타일을 구매한 것이니까 말이다.

폰 쇤부르크 씨는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기가 힘든 것처럼, 부자가 우아하게 살기도 마찬가지로 어렵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혐오감을 일깨우는 집은 집주인이 미적 감각의 결여를 값비싼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 가구와 잡다한 전자 제품을 통해 상쇄할 수 있다고 믿는 집이다. 그런 집에 들어서게 되면, 대개는 모조품 아르데코 소파를 덮은 인조가죽 냄새가 먼저 불쾌하게 코를 찌른다. 지나치게 높이 걸려 있는 복도의 액자 안에는 미로 그림의 복사판이 들어 있고, 거실에는 대형 평면 브라운관이 제단처럼 넓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정말로 조악한 경우에는 집 안 어딘가에 키스 해링의 플래카드 아니면 군터 작스의 사진, (뉴욕에서 직접 가져온) 제임스 리치의 그림이 걸려 있다.”
이처럼 취향을 저하시키는 단연 최대의 공신은 언제나 돈이다. 돈이 많을수록, 부자일수록 취향이 저속해질 위험이 크다. 그러면 가난한 사람은 어떻게 해서 우아한 취향을 가지게 될까? 폰 쇤부르크 씨는 수백년에 걸쳐 가난해진 자기 집안의 예를 들어 이를 설명한다.

“옛날 커다란 성들에서는 세대가 바뀔 때마다 성안을 새롭게 단장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래서 아름다운 프레스코에 덧칠을 하고, 다비트 뢴트겐의 매혹적인 탁자를 버린 자리에 화려한 앙피르 양식의 가구를 새로 들이고, 환상적인 바로크 양식의 가구는 역사적인 쓰레기에 밀려났다. 부자들이 옛 가구의 가치를 인식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100년 전만 해도 ‘옛’것은 가능한 한 모두 내다 버렸다. 우리 집안은 주변 사람들의 취향이 내리막길을 걷던 무렵에 다행히도 새 가구를 쫓아다닐 만큼 넉넉하지 못했다. 그래서 18세기 초에 만들어진 가구들을 조잡한 새 물건들로 바꾸는 대신 계속 보관하고 사용하였다.“
즉, 가난한 나머지 새 가구를 사지 못해서 계속 사용한 고가구들은 현재 예술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상당한 가치를 지니게 된 것이다. 이처럼 경제적인 위기가 문화적인 이점으로 반전되는 또다른 사례가 있다.

저작권자: DAVID ILIFF. License: CC-BY-SA 3.0 [출처: 위키피디아]
“뮌헨의 유명한 프라우엔키르헤가 더없이 독특한 둥근 지붕을 갖게 된 이유는, 16세기 뮌헨 시에 원래 계획대로 뾰족한 지붕을 지을 재정적인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로지 당시 재정이 부족했던 탓에 현재 뮌헨은 도시를 상징하는 교회를 갖게 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대략 이런 규칙을 내세울 수 있다. 가난할수록 우아할 가능성이 커지고, 부자일수록 그 가능성은 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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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 쇤부르크 씨의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저/김인순 역 | 필로소픽
저자 폰 쇤부르크는 500년 동안 영락의 길을 걸어온 귀족 가문의 전통과 근검절약을 미학적 수준까지 끌어올려 실천했던 부모님의 생활 방식을 어려서부터 보고 배운 덕분에 경제적 곤경 속에서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그리고 품위를 잃지 않고 우아하게 가난해질 수 있었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난해지면서도 부유하게 느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언한다. 화려한 시대와의 결별을 먼저 겪은 유럽 사회를 통해 우아하게 불황을 견디는 지혜를 알려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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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필로소픽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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