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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힘을 상실할까 불안해하는 10대 자녀를 둔 부모들이여!

자녀를 사랑한다면 야단치는 대신 위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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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성적이 나오지 않았을 때 아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은 위로다. 위로를 받을 때 아이들은 또다시 힘을 얻어서 공부할 마음이 생긴다. 그리고 위로를 받아야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마법의 힘을 간직하게 된다.

[출처: //www.morguefile.com/archive/display/230562 by kakisky]

서른이 넘는 나이 가족과 함께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마녀 배달부 키키(魔女の宅急便)>를 몰입해서 본 적이 있다. 키키는 13살이 되면 집을 떠나서 홀로 살아야 하는 규율 때문에 고향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바닷가 마을에 정착해서 빵을 배달하면서 살게 된다. 날개 달린 자전거로 하늘을 날겠다는 꿈을 지닌 또래 남자인 톰보는 요술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키키를 좋아한다. 하지만 키키는 이런저런 갈등에 시달리고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키키는 마법을 잃어버린다. 고양이의 말도 알아듣지 못하고 날아다닐 수도 없다. 마법을 잃으면서 키키는 자신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무가치한 존재라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이때 우연히 만났던 화가 우르슬라에게서 위로를 받는다. 우르슬라는 키키에게 예술과 마술은 서로 통하는 것이 있다고 하면서 과거에 자신도 그림을 그리지 못하게 되었던 때가 있었다고 얘기한다. 무작정 미친 듯이 시도하거나 혹은 딴생각을 하면서 쉬다가 보면 어느 날 문득 마법의 힘이 돌아올 것이라고 말해준다. 그러던 중 비행선 사고로 인해 남자 친구 톰보가 위기에 놓이게 된다. 키키는 다급한 나머지 사고를 구경하는 청소부 아저씨의 빗자루를 빌려서 하늘을 나는 것을 시도하고 말을 안 듣는 빗자루를 타고 힘들게 톰보를 구해낸다. 새로운 세상, 새로운 자신과 통합된 키키는 해변가 도시에서 행복하게 살아간다.

어렸을 때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정신분석에서는 이를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나르시스틱(자기애적) 환상을 지닌다고 표현한다.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환상이 실제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산타클로스가 있어서 소원을 들어줄 것이라고, 만화를 보면서 주인공과 같은 신비로운 힘이 자신에게도 생길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열세 살이 되면 세상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렸을 때는 자신의 부모, 자신의 집이 최고라고 생각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부모와 자신의 집이 보잘 것 없이 생각된다. 어렸을 때 가졌던 꿈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세상에 절망하고 분노한다. 그래서 대부분 10대는 어렸을 때 가졌던 마법의 힘을 잃어버린다. 자신과 함께 사는 가족, 자신이 살아가는 곳이 낯선 곳으로 변화하는 것처럼 느낀다. 사실은 내부의 시선이 바뀐 것인데 외부가 보잘 것 없이 변했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다.

열세 살이 되던 해, 아버지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나는 어쩔 수 없이 부모님과 떨어져 살아야만 했다. 빚쟁이들이 학교까지 찾아와서 괴롭혔기 때문이다. 친척 집을 전전하며 살아가는 처지가 되었고 나는 마법을 잃었다. 전문의를 취득하고 안정된 삶이 보장되었지만 미국까지 가서 또 공부를 하고자 했던 것은 아마도 열세 살에 잃었던 마법의 힘이 아직 내 마음 어딘가에 숨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겉으로 보이기에는 성인이 되어 있었지만, 내면에는 아직도 열세 살 아이의 헐벗은 마음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던 것이다. 13살 키키가 처한 상황이 열세 살 내가 처한 상황과 유사했기에 영화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마음만 먹으면 공중부양을 할 수 있다거나 남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문제다. 그렇게 현실과 상상을 혼동하는 경우 현실검증력이 파괴되었다고 한다. 이는 조현병으로 불리는 정신분열병에서 나타나는 흔한 증상이다. 하지만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혀 꿈꾸지 못하게 되어도 문제다. 그저 그런 인생을 체념하는 것을 분수대로 사는 것이라고 합리화하고, 무미건조하고 권태로운 삶을 살다 죽게 된다. 우리는 현실과 상상은 구분할 수 있되 다른 삶을 꿈꾸고 변화를 위해 노력하게 만드는 마법의 힘은 잃지 말아야 한다. 그러한 마법의 힘을 심리학에서는 자신감, 자기존중감, 자아실현욕구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청소년들 대부분은 10대에 마법의 힘을 잃는다. 이때 위로를 해줘야 할 부모는 도리어 자녀의 마법의 힘을 파괴하는 데 한몫하기도 한다. 공부를 못하면, 그래서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하면, 정규직이 되지 못하면 인생을 망치게 된다고 부모가 자녀를 세뇌하고 심지어는 협박하기도 한다. 아이를 닦달해서 아이가 공부를 잘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소위 좋은 대학의 정원은 정해져 있고 소수의 아이들만 들어갈 수 있다. 그 소수에 끼지 못하는 대다수 아이들은 잘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별 볼 일 없는 존재로 자신을 여기게 된다. 우리는 이를 명심해야 한다. 성적이 안 나왔을 때 가장 슬픈 것은 부모가 아니라 당사자, 바로 아이들이다. 겉으로 내색하지 않는 아이들도 마음속에서는 그 누구보다 속상해한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열등감에 사로잡힌다. 그런데 부모가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야단까지 치면 설상가상이다.

예상보다 성적이 나오지 않았을 때 아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은 위로다. 위로를 받을 때 아이들은 또다시 힘을 얻어서 공부할 마음이 생긴다. 그리고 위로를 받아야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마법의 힘을 간직하게 된다. 부모의 위로를 통해서 마법의 힘을 간직한 아이들은 설혹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하더라도, 원하는 직장에 가지 못하더라도 그저 그런 권태로운 삶을 살지 않는다. 그 아이들은 자신이 꿈꾸는 무엇인가가 되기 위해서 계속 변화한다. 만화 속에서 주인공이 요술지팡이를 들고 주문을 외우면 변신하듯이 순식간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그들의 인생은 서서히 진화한다. 따라서 마법의 힘을 상실할까 불안해하는 10대 자녀를 둔 부모들이여 야단치지 말고 위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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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명기

지은이 최명기는 마음경영 전문의다.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아산병원에서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2003년 듀크 대학교에서 MBA를 취득하고, 내친김에 건강의 통합적 방법을 모색하다 듀크 대학교 Health Sector Management 과정을 수료했다. 한국에 돌아와 부여다사랑병원을 열었다.
경영학을 공부한 정신과 전문의라는 독특한 이력을 살려, 경영학과 정신의학을 통합한 마음경영을 통해 삶의 균형을 찾는 방법을 연구하고 널리 알리고 있다.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병원경영 강의를 했으며,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의료경영학과 겸직교수를 맡고 있다. 「동아비즈니즈리뷰」에서 마음경영을 주제로 칼럼을 썼고, 의료전문 사이트 ‘메디게이트’에 의료경영 칼럼을 연재 중이다. 한국생산성본부(KPC)에서 CEO 마인드테라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 『정신분열증을 대처하는 방법』, 『심리학 테라피』, 『병원이 경영을 만나다』, 『마음이 경영을 만나다』, 『트라우마 테라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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