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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재즈와 함께 파리의 예술가들을 만나다 -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

별 거 다 있고 별 일이 다 일어나는 요즘이지만 아직 이런 여행은 못 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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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주인공 길은 <라보엠>의 주인공 로돌포처럼 살면서 행복할 수도 있다고 믿는 낭만주의자다. 요즘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은 순진한 캐릭터지만 그는 과거로 사라진 아드리아나를 통해 시대부정을 극복한다. 그가 찾고 싶은 것은 과거도 파리도 아닌 예술에 대한 진정성과 사랑인 것이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배경이 되는 1920년대 파리는 카페문화가 절정에 달한 시기로 ‘프랑스의 르네상스’라고도 부른다. 소설가 지망생이자 현실부적응자인 길(오웬 윌슨)은 자신이 밀레니엄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소설을 완성하지 못하는 이유가 시대적 결핍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그 앞에 거짓말처럼 1920년대의 카페 풍경이 펼쳐진다. 카페에서 길은 평소 존경하던 문인과 예술가들을 그야말로 ‘실컷’ 만난다.


소설만큼이나 파란만장한 인생으로 유명한 스콧과 젤다 피츠제럴드 부부, 터프하다 못해 과격한 헤밍웨이, 여류 소설가이자 비평가인 거트루드 스타인, 그림만큼이나 여성 편력 또한 화려한 피카소, 살바도르 달리를 위시한 초현실주의자들, 그 외에도 영화 <안달루시아의 개(An Andalusian Dog)>(1928)로 유명한 루이 브뉴엘 감독, 시인 T.S. 앨리엇, 야수파 화가 마티스, 재즈 가수이자 댄서인 조세핀 베이커 등 수많은 예술가들이 등장하 거나 언급된다. 이들 중 유일한 가공인물은 길이 사랑하게 되는 매력적인 여인 아드리아나(마리옹 꼬띠아르)이다.

아드리아나와 함께 또 한 번 다른 시간 속으로 여행을 하는 길. 이번에는 아드리아나의 소원대로 1890년대의 파리로 향한다. 전설적인 ‘막심 레스토랑(Maxim's)’과 ‘물랭루즈(Moulin Rouge)’. 그곳에는 툴루즈 로트렉과 고갱, 드가가 두 사람을 기다린다. 길이 동경하던 시대의 여인 아드리아나는 1890년대를 동경한다. 길은 그녀를 보며 자신이 품어 왔던 시대에 대한 동경에 모순점이 있음을 깨닫는다.

이제 영화 속에 깨알같이 숨어 있는 실존 인물들에 대해 좀 짚어 보자. 길이 카페에 들어섰을 때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던 약간 느끼한 남자는 미국 출신의 작곡가로 ‘20세기 대중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며 뮤지컬과 재즈의 역사를 새로 쓴 콜 포터(Cole Porte)다.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The Taming of the Shrew)』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키스 미, 케이트Kiss me, Kate>를 뮤지컬로 만든 3인 중 하나이며, 유명한 재즈 스탠더드곡 “I Love Paris” 등 수많은 명곡을 탄생시킨 작곡가이다.

콜 포터는 작곡뿐 아니라 작사도 직접 했는데 영화 전반에 걸쳐 흘러나오는 “Let’s Do It”, “Let’s Fall in Love”의 노랫말을 조금 들어 보면 “사랑을 해요, 교육받은 벼룩들도 하고, 게으른 해파리도 하고, 보스턴 콩들마저도 하는 그것”이라는 표현들에 웃음이 절로 난다. 어쩌면 수많은 예술가들 중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 가장 걸맞은 인물이 콜 포터인지도 모르겠다.

우디 앨런 특유의 낙천적인 현실부정이 2010년에는 시대 자체의 부정으로 발전한 것일까. 그 옛날 앙리 뮈르제(Henry Murger)라는 청년은 가난한 예술가들의 삶을 빅토르 위고 식의 장대함이 아닌 로맨틱한 코미디로 써서 큰 인기를 얻었다. 그것이 바로 푸치니의 오페라로 유명한 <라보엠>이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주인공 길은 <라보엠>의 주인공 로돌포처럼 살면서 행복할 수도 있다고 믿는 낭만주의자다. 요즘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은 순진한 캐릭터지만 그는 과거로 사라진 아드리아나를 통해 시대부정을 극복한다. 그가 찾고 싶은 것은 과거도 파리도 아닌 예술에 대한 진정성과 사랑인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늘 새로운 세계로 떠밀리고 있는 지금, 정말로 예술은 죽은 것일까? 아직은 모를 일이다. 예술이란 평가받기까지 늘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 점에 있어 사랑도 마찬가지. 지나기 전에는 그것이 진짜인지 잘 모른다.

젊은이들에게 재즈는 이제 한물간 음악인지도 모른다. 우디 앨런도 이미 노인이 되었다. 이미 지나갔지만 여전히 살아 있는 재즈와 함께 파리의 예술가들을 원 없이 만나게 해준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별 거 다 있고 별 일이 다 일어나는 요즘이지만 아직 이런 여행은 못 하잖아?’라고 말하는 간결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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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첫 번째 Jazz 재즈 강모림 글,그림 | 컬처그라퍼
『내 인생 첫 번째 Jazz(재즈)』는 재즈에 대한 어려움과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만든 재즈 입문서다. 책에는 루이 암스트롱, 엘라 피츠제럴드, 찰리 파커, 존 콜트레인, 마일즈 데이비스 등 25명의 전설적인 재즈 아티스트들의 에피소드와 음악 이야기는 물론 영화 속 재즈와 역사를 일러스트와 만화로 소개하고 있어 쉽고 흥미 있게 재즈를 접할 수 있다. 재즈 입문자라면 저자가 추천하는 앨범과 노래를 들어 보자. 이미 재즈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재즈에 대한 서로의 느낌을 나누고, 아직 접해 보지 못한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접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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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강모림

1991년 르네상스 공모전을 통해 데뷔했어요. 같은 해 댕기에 <여왕님! 여왕님!>을 연재했어요. 22년 만에 채널예스에서 부활했어요. 2006년 <재즈 플래닛> 출간 이후로 그림에세이와 일러스트 작업만 하다가 2011년 다음 웹툰에 <비굴해도 괜찮아>로 재기(?), 다시 만화를 그리고 있어요. 최근작은 <재즈 플래닛>의 개정판인 <내 인생 첫 번째 재즈>, 현재 비즈니스 워치에 경제 웹툰 <랄랄라 주식회사>를 연재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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