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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대중을 위한 재즈, 데이브 브루벡

“우리 자유롭게 재즈를 연주해 볼까. 비평가 말고 대중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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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Five>는 1959년 녹음된 [Time Out] 앨범에 수록된 곡으로 데이브 브루벡 콰르텟의 최고 히트작이다. “5분만 쉬었다 하자!”라는 말에서 비롯된 곡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만든 곡은 절대 아니다. 재즈 역사상 최고의 히트곡이 그렇게 간단하게 탄생했다는 건 말도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듣는 사람에게는 참으로 단순한 곡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런데 정작 피아노를 칠 줄 아는 사람은 이 노래를 들으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재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도 데이브 브루벡의 <Take Five> 멜로디는 귀에 익숙할 것이다. 오래전 어떤 통신사 광고에 사용되었으며 지금까지도 영화나 광고 등의 배경음악으로 자주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음악이 유난히 귀에 꽂히는 이유가 뭘까?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단순하기 때문이다.

<Take Five>는 1959년 녹음된 [Time Out] 앨범에 수록된 곡으로 데이브 브루벡 콰르텟(Dave Brubeck Quartet)의 최고 히트작이다. “5분만 쉬었다 하자!”라는 말에서 비롯된 곡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만든 곡은 절대 아니다. 재즈 역사상 최고의 히트곡이 그렇게 간단하게 탄생했다는 건 말도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듣는 사람에게는 참으로 단순한 곡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런데 정작 피아노를 칠 줄 아는 사람은 이 노래를 들으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4분의 5박자라니, 그런 게 어디 있어?”

그렇다. 원래대로라면 이건 정박자가 아닌 이른바 엇박자이다. 누가 이것을 지휘하고 연주할 수 있을까 의아하지만 데이브 브루벡과 알토 색소포니스트 폴 데스몬드(Paul Desmond)는 당시 4분의 4박자에 국한된 재즈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유럽식 리듬을 도입한 것이다.


그가 작곡한 <Take Five>는 애초에 상업적인 성공 따위는 기대하지 않았던 곡이다. 당시는 색소포니스트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과 오넷 콜맨(Ornette Coleman)이 ‘프리재즈’의 열풍을 불러일으키던 시대였으므로 이 새로운 음악은 비평가들의 날선 비판거리밖에 안 될 터였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대중은 그들의 손을 번쩍 들어 주었다. 왠지 귀에 꽂히는 이 음악에 사람들은 손을 흔들며 환호했다.

“어, 이거 기분이 좋아지네.”

이 복잡한 곡의 단순한 리듬감은 오로지 재즈이기에 가능하다. 데이브 브루벡의 말을 인용하자면, “재즈는 집단 연주를 하면서 동시에 개인적인 자유가 보장되는, 거의 유일한 예술 형식”이다. 데이브 브루벡과 폴 데스몬드의 환상적인 하모니가 그의 이론을 입증한다. 데이브 브루벡이 충실하게 박자 안에서 건반을 두드리면 폴 데스몬드는 부드럽고 감미로운 리듬을 타며 밀고 들어오며, 적당한 곳에서 조 모렐로(Joe Morello)의 드럼과 유진 라이터(Eugene Wright)의 베이스가 둥둥 박자를 맞춘다. 그들의 연주는 마치 밀물과 썰물의 반복처럼 자연스럽다.

성공한 백인 재즈 아티스트에게 항상 따라붙는 비판의 소리는 ‘너희가 블루스를 알아?’일 것이다. 블루스를 알지 못하고 재즈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영역을 따져 보면 블루스는 흑인의 것이다. 차별과 박해를 받아 온 흑인들의 뼈아픈 흔적이다. 그러나 모든 예술 영역이 그렇듯 시간이 지나면 전혀 닮지 않은 것들이 서로 섞이며 변하기도 한다. 새롭지만 전혀 다르지는 않은 재창조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데이브 브루벡의 음악은 그다지 블루지하지도 않고, 스윙감도 없는 백인의 재즈이다. 반항적이지도 않고 울적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경쾌하고 부드럽다. 백인 특유의 또 다른 재즈가 탄생한 것이다.

“우리 자유롭게 재즈를 연주해 볼까. 비평가 말고 대중을 위해서.”

아마도 이것이 블루스를 흠모하면서도 흑인 특유의 정서를 억지로 답습하지 않는 데이브 브루벡의 쿨한 정서와 알토 색소폰 하나면 뭐든 할 수있는 폴 데스몬드의 ‘우연한’ 협주가 <Take Five>를 탄생시킬 수 있었던 비법이 아닐까 싶다.

노년에 이르기까지 음악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멈추지 않았던 데이브 브루벡은 2012년 12월 6일, 92세의 생일을 하루 앞두고 심장질환으로 별세했다. 또 하나의 재즈 거장이 세상을 떴지만 그의 음악은 영원히 신화로 남을 것이다.


강모림의 추천 앨범_Time Out (1959)

‘웨스트 코스트 재즈’라 불리는 쿨재즈의 선두에 선 ‘데이브 브루벡 콰르텟’의 최고 히트작. <Take Five>는 재즈의 교본으로 불릴 정도로 재즈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가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게 된 성공 요인은 대학 캠퍼스를 돌며 벌인 연주회 덕분이다. 이런 콘셉트는 ‘데이브 브루벡 콰르텟’을 지적이면서도 실험적인 재즈 그룹으로 대중의 기억 속에 자리매김하는 큰 성과를 거두었다. 순회 연주 공연을 담은 [Jazz at the College of the Pacific], [Jazz at Oberlin], [Park Avenue South] 등도 [Time Out] 못지않은 명반이다.

Discography_Dave Brubeck (1920~2012)

1950 [Dave Brubeck-Paul Desmond], [Stardust], [Jazz at Oberlin] 등
1951 [Brubeck-Desmond]
1952 [Dave Brubeck Quartet], [Jazz at Storyville]
1953 [Dave Brubeck & Paul Desmond at Wilshire Ebell] 등
1954 [Jazz Goes to College]
1955 [Brubeck Time], [Jazz Red Hot and Cool]
1956 [Jazz Impressions of the USA]
1957 [Jazz Goes to Junior College], [Dave Digs Disney]
1958 [In Europe], [Gone with the Wind]
1959 [Time Out]
1960~2008 [The Riddle], [Time Changes], [Reflections], [Park Avenue South] 등
2008 [Yo-Yo Ma & Friends Brubeck tracks: Joy to the World], [Concordia]
2011 [Alice in Wonderland], [Their Last Time Out]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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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첫 번째 Jazz 재즈 강모림 글,그림 | 컬처그라퍼
『내 인생 첫 번째 Jazz(재즈)』는 재즈에 대한 어려움과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만든 재즈 입문서다. 책에는 루이 암스트롱, 엘라 피츠제럴드, 찰리 파커, 존 콜트레인, 마일즈 데이비스 등 25명의 전설적인 재즈 아티스트들의 에피소드와 음악 이야기는 물론 영화 속 재즈와 역사를 일러스트와 만화로 소개하고 있어 쉽고 흥미 있게 재즈를 접할 수 있다. 재즈 입문자라면 저자가 추천하는 앨범과 노래를 들어 보자. 이미 재즈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재즈에 대한 서로의 느낌을 나누고, 아직 접해 보지 못한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접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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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강모림

1991년 르네상스 공모전을 통해 데뷔했어요. 같은 해 댕기에 <여왕님! 여왕님!>을 연재했어요. 22년 만에 채널예스에서 부활했어요. 2006년 <재즈 플래닛> 출간 이후로 그림에세이와 일러스트 작업만 하다가 2011년 다음 웹툰에 <비굴해도 괜찮아>로 재기(?), 다시 만화를 그리고 있어요. 최근작은 <재즈 플래닛>의 개정판인 <내 인생 첫 번째 재즈>, 현재 비즈니스 워치에 경제 웹툰 <랄랄라 주식회사>를 연재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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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의 5박자라는 복잡하고 낮선 비트감을 담았지만, 간결함과 재즈적 스윙감을 한껏 살린 'Take Five'. 3박자와 4박자를 혼용한 'Three To Get Ready'. 미공개 희귀 사진 및 'Take Five'의 작곡 및 세션맨으로 참여한 Paul Daesmond의 설명이 적힌 부클릿. 2번째 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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