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
‘그는 그 말을 소중하게 생각했지만 죽을 때까지 몰고 다녔다.’
어느 평범한 죄수가 맞는 평범한 ‘하루’에 대한 이야기
거의 삼 년 전에, 저는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수상님께 보냈습니다. 그 소설과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를 비교하며 읽으시면 재미있을 겁니다. 두 작품이 같은 세계를 다루고 있지만 무척 다릅니다. 『동물농장』은 우화적인 수법으로 스탈린의 악행을 그렸지만, 솔제니친의 소설은 사실적인 수법으로 스탈린의 악행을 폭로하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 더 마음에 드십니까?
어린 시절의 경이감을 떠올려주는 책을
캐나다 작가 얀 마텔이 보냅니다.
하퍼 수상님께,
세상에 태어난 지 십오 일째가 된 제 아들, 테오의 탄생을 기념하는 뜻에서 이번 주에는 두 권의 그림책을 보내드리려 합니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와 『깊은 밤 부엌에서』는 둘 모두 미국 작가이자 삽화가인 모리스 샌닥의 작품입니다. 샌닥은 1928년에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오래된 그림책이지만 좀처럼 잊을 수 없는 책입니다. 수상님도 이 책들을 읽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누군가 수상님에게도 이 책들을 읽어주었을지 모릅니다. 게다가 지금도 이 책들이 수상님 옆에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과장해서 말하는 게 아닙니다. 직접 실험해보십시오. 주변 사람 중 아무에게나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선물 받았네”라고 말씀해보십시오. 그럼 나이 든 사람들까지 빙그레 웃으며 “그래요, 정말 신나는 책이지요!”라고 소리칠 겁니다.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아름다운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성인의 모든 면에 적용되지만, 제 생각에는 특히 상상력에 적용되는 듯합니다. 어린아이가 꿈과 공상에서 상상하는 것이 어른에게는 이상으로 여겨집니다. 이런 이유에서 아동문학이 중요합니다. 아동문학의 근본적인 역할은 아이들에게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라고 격려하는 것입니다. 어린아이가 체구는 작더라도 크고 원대한 것을 상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타깝게도 나이가 들면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집니다. 요컨대 덩치가 커지면서 우리의 상상력은 쪼그라드는 듯합니다. 따라서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무미건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 눈앞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에만 매달리는 사람들, 상상력이 완전히 쪼그라들어 상상은 고사하고 실제로 겪었던 어린 시절이 어땠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린아이였을 때 그들의 정신은 중력이란 걸 몰랐습니다. 머릿속으로는 어디든 날아가고 뛰어갈 수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어린 시절에는 마음껏 확장되던 상상력이 확장되기는커녕 오히려 쪼그라들고 굳어집니다. 그 결과로 상상력을 잃어버린 어른은 따분하고 편협한 마음을 가진 어른보다 더 끔찍합니다. 그런 어른은 사회에 필요한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기 때문에 사회에도 크게 쓸모가 없습니다. 기술은 좁은 범위의 지식입니다. 비유해서 말하면, 테이블 위에 놓인 카드 한 장에 불과합니다. 반면에 창의력은 카드놀이를 하는 손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즉 어린 시절에 상상력을 북돋워주기 위해서도 아동문학은 중요합니다.
어린 시절에는 어린 눈으로 읽었다면 이번에는 성인의 입장에서 읽어보십시오. 과거에 우리가 완전히 살아있는 어린아이였다면 지금은 완전히 살아있는 성인입니다. 책은 두 상태를 이어주는 중요한 고리입니다. 따라서 두 책이 무척 짧게 느껴지더라도 급히 읽지는 말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천천히 읽으면서 그 효과를 만끽해보시기 바랍니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서는 맥스의 마음 상태가 어떨지 생각해보십시오. 또 왜 맥스가 그런 마음 상태이어야 하고, 그런 마음 상태가 무엇을 뜻하는지 생각해보십시오. 맥스와 괴물들 간의 관계가 어떻게 되리라 생각하십니까? 『깊은 밤 부엌에서』에서는 삽화를 눈여겨보십시오. 콧수염을 짧게 기른 빵가게 아저씨들의 모습에서 수상님은 누가 떠오르십니까? 미키가 반죽을 뚫고 나와서 오븐 위를 떠다닐 때 거기에서 담긴 뜻이 무엇일까요? 달리 말하면, 이 그림책들을 읽는 데만 만족하시지 말고(소리 내어 읽으면 더 좋습니다) 상상의 나래를 펴보시라는 겁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얀 마텔 드림.
추신: 『괴물들이 사는 나라』와 『깊은 밤 부엌에서』는 삼부작 중 처음 두 권입니다. 두 책이 마음에 드시면 마지막 세 번째 책, 『잃어버린 동생을 찾아서』를 직접 구해보십시오. 즐겁고 재미있는 책 사냥이 될 겁니다.
모리스 샌닥(Maurice Sendak, 1928-2012)은 아동문학 작가 겸 삽화가이다. 열여섯 편 이상의 책을 썼고, 그보다 훨씬 많은 책의 삽화를 그렸다. 그의 모든 작품은 지금 필라델피아 로젠바흐 박물관 겸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로스엔젤레스의 노스할리우드에는 그의 이름을 딴 초등학교가 있다.
그는 더는 서 있지도 못했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지 계속 일해야 했다. 슈호프(바로 이반 데니소비치)에게 옛날에 그런 말이 있었다. 그는 그 말을 소중하게 생각했지만 죽을 때까지 몰고 다녔다. 그리고 그들은 그 말의 껍질을 벗겨냈다. | ||
알렉산드르 솔제니친(Alexander Solzhenitsyn, 1918-2008)은 소설가이자 극작가이며 역사가이기도 하다. 솔제니친이 굴라크에서 복역한 팔 년에서 영감에 받아 쓴 『수용소 군도』과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가 가장 유명하며, 반소비에트 프로파간다로 여겨졌다. 솔제니친은 1970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1974년 소련에서 추방당했지만 1994년 러시아로 돌아갔다. | ||
관련태그: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솔제니친, 모리스 샌닥
1963년 스페인에서 캐나다 외교관의 아들로 태어났다. 캐나다, 알래스카, 코스타리카, 프랑스, 멕시코 등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성인이 된 후에는 이란, 터키, 인도 등지를 순례했다. 캐나다 트렌트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이후 다양한 직업을 거친 뒤, 스물일곱 살 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1993년 『헬싱키 로카마티오 일가 이면의 사실들』을 발표하며 데뷔했고, 이후 『셀프』(1996) 『파이 이야기』(2001) 『베아트리스와 버질』(2010)을 썼다. 전 세계 40개 언어로 번역, 출간된 『파이 이야기』로 2002년 부커상을 수상했으며 이를 계기로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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