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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서 춤추다 죽고 싶다

[특집기사] 4월, 그 춤은 나와 함께 남녀의 농밀한 호흡, 도발적인 몸 동작 탱고 <탕게라> 당신의 잠자는 정열을 끌어올리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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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여기저기에서 활약하고 있는 스타들이 의외의 춤 실력을 뽐내는 프로그램이 하나 있다. 기자 역시 그들의 춤사위를 보다보면 아름다운 스타의 몸매와 화려한 의상에 먼저 눈이 가다가도 결국은 그 흐르는 리듬에 고개라도 주억거리게 된다. 그리고 리듬감이 충만하지 않은 이라도 분명 엉덩이를, 아님 고개라도 흔들거리게 할 특별한 비트가 지금 다가온다. 때로는 심장으로, 혹은 온 몸을 휘감은 감동으로 번질 춤의 향연. 귀를 기울이시거나 눈을 크게 뜨시거나.



잔잔한 안무 따윈 집어치우고, 탱고 뮤지컬 <탕게라>

과거 어느 때이던가 정열이 체액에 흐르던 시절의 기자가 배웠던 살사, 바차타, 메렝게 스탭을 무지하게 밟고 싶게 할 그 공연, 탱고 뮤지컬 <탕게라>.

라틴댄스의 농염한 아름다움이 배어있는 탱고, 그 탱고의 여신으로 불리는 모라 고도이(Mora Godoy)가 안무를 맡고, 아르헨티나 최고의 음악가와 프로듀서가 모여 제작한 댄스 뮤지컬이 바로 <탕게라>다. 아르헨티나 엔터테인먼트기자협회가 수여하는 최고의 뮤지컬 작품상, 프로덕션상, 안무가상, 조명 디자인상, 여배우상 등 5개 부문을 휩쓸었다.

20세기 초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찾은 아름다운 여인 지젤과 순박한 청년 로렌조의 사랑, 그리고 언제나 주인공에게는 시련이 따르듯 암흑가의 보스 가우덴시오 때문에 생기는 질투와 복수의 드라마가 4분의 2박자에, 각 박자마다 악센트가 있는 탱고의 선율로 살이 붙는다.

열정적이고 감각적이며 감칠맛 나는 탱고가 <탕게라>라는 하나의 뮤지컬로 거듭나기까지, 이미 2002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는 센세이션을 부른 바 있으며 이후 뉴욕, 런던, 파리, 마드리드, 베를린, 도쿄 등을 투어하며 전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했다.

대사는 없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에서 온 30여명의 남녀 댄서와 라이브 뮤지션들이 탱고의 진수를 선사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이해와 공감이 될 터.

오는 4월 25일부터 5월 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국내 초연되는 <탕게라>, 붉은 색이 왜 탱고를 상징하는 지 알 수 있을 것이다.


32명의 무용수가 펼치는 하이라이트 <라 바야데르>

발레하면 떠오르는 나라는 러시아? 하지만 러시아 발레를 크게 발전시킨 사람은 프랑스인 마리우스 쁘띠빠였다. 1877년 쁘띠빠가 러시아 황실 발레단을 위해 만든 발레가 바로 <라 바야데르>.

바야데르는 인도의 무희라는 뜻. 무희 니키야는 전사 솔로르와 신분 제도를 넘어서는 사랑을 한다. 그리고 또 역시나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여주인공은 순결 서약까지 잊고 들이대는 승려 브라만의 구애를 으레 그렇듯 거부하고. 그래서 앙심을 품게 되는 브라만과 갈대와 같은 마음으로 니키야를 버리고 공주와 결혼식을 올리는 솔로르, 슬픔에 잠겨있다 독사에 물려 죽음을 맞이한 니키야.

이 비극 속에 이어지는 3막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32명의 무용수가 펼치는 망령의 춤이다. <라 바야데르>의 백미로 꼽히는 이 장면은 국내 최초로 프로발레리나들의 군무로 꾸며진다. 군무 무용수들이 쉴 틈이 없을 정도로 변화무쌍한 무대를 선사하는 <라 바야데르>는 국립발레단의 역작이기도.

국립발레단이 이 작품을 공연하는 것은 18년 만이다. 러시아의 전설로 불리는 유리 그리가로비치가 국립발레단만을 위해 수정작업을 거친 작품이기도 하다.

국립발레단 역시 이 작품을 위해 제작비 15억 원, 무용수 120여 명, 의상 200여 벌을 투입하며 발레단 역사상 최대 규모의 작품을 선사할 준비를 모두 마쳤다.

4월 9일부터 14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튀튀를 입은 무용수들을 만날 수 있다.


무대 위에서 춤추다 죽고 싶다, <明嘉 강선영 불멸의 춤>

무대에서 춤추다 죽는 게 당연하다고 여겨온 사람, 제자들에게 선사하는 마지막 선물로 무대에 서는 사람, 바로 열세 살 나이부터 춤을 춰온 강선영 선생이다.

계집애에게 신식 교육을 시킨다고 볼기를 맞았던 아버지, 그런 집안 분위기 속에서도 춤을 추겠다고 해서 쫓겨난, 그야말로 뼛속까지 춤꾼인 강선영 선생의 춤 인생도 어느덧 80년이 되었다.

한국 춤의 현대사를 장식하는 강선영 선생의 춤 인생 80년을 기념하는 무대로 신선무와 훈령무, 장고춤, 태평무 등은 한국 무용사에 남을 작품들. 여기에 스승의 정신을 이어받아 제자들이 마련한 헌정의 무대까지 겸비한다.

특히나 강선영 선생의 헌정무대에는 내로라하는 한국 중견 무용가들과 100여명이 넘는 선생의 제자들이 함께 꾸미는 신명나는 춤판이 될 듯.

오는 4월 3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가면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뜻으로 펼치는 그녀의 태평무를 공연의 마무리로 볼 수 있다. 명가 강선영 불멸의 춤, 90년 기념에서도 볼 수 있기를.


울림이 있는 예술, <홍승엽의 댄스 살롱>

발레를 보면서는 수화를 배워야겠다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데 <홍승엽의 댄스 살롱>은 아예 관객에게 말을 붙인다. 국립현대무용단의 홍승엽 예술감독은 현대 무용이 어렵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그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29일부터 4월 4일까지 펼쳐지는 공연, 공연 전 기다리는 동안에는 로비에서 다과와 함께 노동식 설치조각가의 작품까지 감상할 수 있다.

여러모로 그간 생각해왔던 무용관람과는 거리가 멀다. 정말 17세기 살롱에라도 간 듯 무용수와 대화를 나누고 무용에 쓰인 미장센까지 설명해주는 홍 감독, 하지만 상상력은 관객의 몫, 작품 해석은 각자 하자.

홍 감독의 설명과 함께 숫자 3의 의미(김정은), 짝사랑에 대한 고찰(박근태), 기억을 바라보는 시선(송주원), 카니발의 다의적 의미(한명근) 등 4명의 안무가가 15∼20분간 표현하는 의미에 심취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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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예진

일로 사람을 만나고 현장을 쏘다닌 지 벌써 15년.
취미는 일탈, 특기는 일탈을 일로 승화하기.
어떻게하면 인디밴드들과 친해질까 궁리하던 중 만난 < 이예진의 Stage Story >
그래서 오늘도 수다 떨러 간다. 꽃무늬 원피스 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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