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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가 연애하기 좋은 이유

가끔은 바람처럼 찾아오는 사랑에 취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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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을 때 그 실체가 오히려 선명할 수 있다는 것을 책은 말해준다. 사랑은 둘의 것이다. 둘이 나눠 가진다. 그러니까 애틋함, 열렬함, 짜릿함, 좌절감 등 각종 사랑의 열띤 감정들의 소유권도 내 것이 반, 그 사람 것이 반이다. 우리가 사랑을 얘기할 때 빠트리는 대목이다. 내 감정을 앞세우고 싶을 때도 딱 절반만 주장하고, 화를 내면 사랑싸움이 길게 갈 이유가 없다. 내 감정이 귀한 만큼 절반의 감정을 가진 그 사람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다.

시작할 때의 마음과 끝낼 때의 마음

몇 번의 마주침에 미묘한 스파크가 일었고 카카오톡과 문자메시지로 서로에게 호감이 있음을 확인하긴 했으나 용기를 내보지 못한 채 여전히 높임말로 인사하면서 하루하루 지나는 사이 관계는 더 어색하고 정중해져 버려서 발만 동동 구르다가 혹시 그가 누군가와 사귄다는 소식이 들려올까 봐 일이 손에 안 잡힌다면 당신은 그 사람과 연애를 시작한 것이다.

‘어……? 시작된 거야?’ 라며 부지불식간에 출발하고…… 이성 따위 나 몰라라 막무가내로 빠져들다가 답답해, 용서해, 나도 사랑해……등등 오만가지 밀어가 난무하더니 가슴에서 뭔가가 쑥 빠져나간 듯 사무치게 허전해지고 콧등이 시큰한 것 같은데 눈물은 나오지 않고, 마음이 동굴 속처럼 웅웅거리면 당신은 차진 연애를 막 끝낸 것이다.

바람둥이를 곧잘 선수라고 하지만 실제로 ‘선수’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있다면 바로 연애월드다. 사랑에는 숙련이 없다. “제가 여자를 좀 잘 꼬셔요”라는 남잔 많아도 “제가 사랑은 에이뿔(A+) 정도는 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남자는 없다. 여자의 경우도 마찬가지.

사랑은 감정인데, 어떻게 ‘잘할 수 있게’ 컨트롤 할 수 있겠어. 반대로 잘하는 사랑의 기준이란 게 있을 수가 없잖아. 각자의 방식대로 피고 지는 무수한 사랑들 앞에서 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뭘까. 어쩌다 이별하게 되는 걸까. 아까워서 쳐다만 봐도 배가 부르던 그 사람을 어떻게 이렇게 감쪽같이 잊고 살 수 있을까. 시작할 때의 마음과 끝낼 때의 마음은 어쩌면 이리도 다른 얼굴인 걸까.

애인과 헤어지고 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먼저 듣는 질문. “왜?”

그들도 당신 이별이 궁금하겠지. 당신도 남들의 이별 사유에 귀가 쫑긋해왔으니까. 1. 잘 만나는 줄 알았는데 헤어졌다는 얘기가 뜻밖이라서 2. 지난주까지만 해도 함께 해외여행 다녀온 것을 아는데 어쩌다 그랬는지 너무 궁금함 3. 짐작 가는 이유가 있는데 그게 맞는지 확인해보고 싶음 등등. 득달같이 물어보고선 자세부터 고쳐 앉는다. 그래도 사람들아, 일단 위로부터 해주는 것이 먼저다. “괜찮아?”라고 물어준 다음 “어쩌다?”가 나와야 한다. 지나치게 쿨한 것도 실례다. “그래, 새 남친은 구했고?”라거나 “빌려준 돈 결국 못 받았니?” 같은 말은 친구를 가장한 원수지간에나 하는 말이다.

헤어지면 보통 성격차이라거나 외도라거나 대략의 흔하고 익숙한 모범답안들이 쏟아진다. 그런데 명백한 이유로 헤어지는 커플들보다 이유를 찾기는 어렵지만 더는 관계를 지속할 수 없어서 헤어지는 경우가 의외로 더 많다. 떨어져 있을 땐 그리워하다가도 만나면 좁혀지지 않는 거리감 때문에 힘들어한다. 서로를 바라보고는 있는데 시선이 서로에게 닿지 않는다. 왜 그럴까.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을 때 선명할 수 있다

사랑할 때 우리는 고집스럽게 나만 바라본다. 상대를 보면서도 상대에 눈에 비친 나를 본다. 상대를 사랑하는 내 순정에 감탄한다. 상대를 원망하면서 내 슬픔에 목 놓아 운다. 내가 원하는 타이밍에 그 사람이 와주길 바란다. 내가 정해놓은 원칙에서 벗어나는 것을 힘들어한다. 나는 당최 움직이려 하지 않으면서 그 사람에게는 ‘그것 좀 해주는 게 뭐 그리 어렵냐’고 희생을 강요한다. 이렇게, 우리는 사랑을 막무가내로 한다. 사랑하면 다 접고 들어와주는 줄 안다. 헛, 천만에. 이럴 땐 차라리 힘들어하며 얼굴 보기보다 카톡이나 이메일 등 글로만 사랑하고 싶어진다. 바로 이 책처럼.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는 연애의 과정 이외의 것은 싹 생략하고, 두 남녀의 요상한 연애의 시작부터 끝까지만 나온다. 우연히 메일로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 두 남녀가 메일로만 사랑을 시작한다. 둘 다 배울 만큼 배운 평균 직장남녀라 연애의 기본인 1. 치고 빠지는, 2. 화낼 땐 말투를 간결하게, 3. 사랑스럽게 굴 땐 확실하게, 같은 러브 액션 강령들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그것도 이메일로. 행간의 의미를 파악해 가며 읽는 지적 유희마저 준다.

이 사람들이 연애하면서 어떤 생각들을 하고 어떻게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을 보내고 어떤 음식들을 먹으며 좋아하는 음악은 무엇인지, 그리하여 어떤 감성적 코드로 각자의 삶을 채워 가는지 따위는 하나도 나와 있지 않다. 그저 핑퐁처럼 주고받는 이메일만 있다. 그런데 이 단조로운 단문들 사이에 복숭아처럼 달고 부드러운 감정의 과즙을 달고 주렁주렁 영글어간다. 짤막한 문장들을 헤집어 읽다 보면 두 사람의 연애에 자꾸만 개입하고 싶어진다. 잘 익은 복숭아를 딴 듯 어느새 턱밑에 침이 고인다. 이게 이 책을 읽는 맛이다.

짧게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깊이 생각한다. 보고 싶고 만지고 싶은 열정이 왜 없었으랴. 하지만 두 사람은 이 우연이 경박하게 시작되고 끝나선 안 된다고 믿기 시작한다. 감정을 소중하게 여기고 상대를 진심으로 원하고 아낀다. 이 감정들이 짤막한 문장들에서 넘실댄다.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을 때 그 실체가 오히려 선명할 수 있다는 것을 책은 말해준다. 사랑은 둘의 것이다. 둘이 나눠 가진다. 그러니까 애틋함, 열렬함, 짜릿함, 좌절감 등 각종 사랑의 열띤 감정들의 소유권도 내 것이 반, 그 사람 것이 반이다. 우리가 사랑을 얘기할 때 빠트리는 대목이다. 내 감정을 앞세우고 싶을 때도 딱 절반만 주장하고, 화를 내면 사랑싸움이 길게 갈 이유가 없다. 내 감정이 귀한 만큼 절반의 감정을 가진 그 사람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다.

책에서 두 사람의 사랑은 일순 형태를 바꾼다. 이게 반전이다. 이메일로만 전해지던 감정들이 서서히 달궈지다가 폭발할 무렵 치솟던 감정이 일순 심장 밑으로 툭 떨어지는 대목에선 책 읽던 속눈썹에 힘이 느껴질 정도로 놀랍다.


밤이 새도록 마음의 이메일을 써라

사랑이 언제나 좋기만 하던가. 사랑이라는 미명 뒤에 구질구질한 본성을 들키기도 한다. 연인 관계를 이어가는 것보다 그만두는 것이 더 어려운 순간도 있다. 잇고 기워가며 때론 남루하게 연애한 적도 있다. 당신도 그랬고 나도 그랬다. 그때마다 딱 절반의 소유권만을 생각하고 나머지 절반을 존중했다면 당신과 나는 좀 더 성숙한 이별을 했을지 모른다.

이렇게 책임 있는 사랑을 할 만큼 우리의 마음가짐이 성숙해져 있다면 이별도 산뜻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랑할 때 한결 짜릿하게 ‘잘’ 할 수 있다. 초반에 말한 ‘선수급’ 기량을 말하는 게 아니라 둘 만의 사랑을 더 빽빽하게 채워갈 수 있다는 뜻이다.

나는 사랑할 때 나를 자극하는 감정의 탄성이 좋다. 늘어진 마음을 바짝 일으켜 세워 뭐라도 하게 한다. 손톱을 정리하게 하고, 시일을 넘겨 지저분해진 머리를 손질하게 하고, 이왕이면 거울 앞에서 옷을 두 번쯤 갈아입게 하고, 2킬로그램쯤 살이 빠지게 하고 그러면서 피부에 생기를 돋게 한다.

뜻밖의 선물도 준다. 전화로 싸우고 잠을 설친 새벽에 어스름 동트는 냄새를 언제 맡아볼 수 있을 것이며, 느린 오후 홀로 번잡한 시내를 걷다가 후두둑 눈물이 나는 경험이 사랑 때문이 아니라면 어디 쉬운 일이겠으며, 맛있는 것을 먹을 때나 그 사람에게 어울릴 것들을 봤을 때 망설임 없이 지갑을 여는 행복을 내 연인이 아니면 누가 줄까.

또 연애는 생명력이다. 온기와 탄력을 잃으면 숨을 다하는 것이다. 당신이 늘어지지 않도록, 생기를 유지하려고 나름 노력하는 것을 그 사람은 눈여겨 봐준다. 그렇게 시작한 사랑, 밤이 새도록 주거니 받거니 마음의 이메일을 써라. 알아봐줘서 고맙다고, 다가와준 당신이 사랑스럽다고.

소통과 이해의 토대 위에서 우리는 사랑할 때 훨씬 다양한 얘기들을 할 수 있다. 우리의 사랑은 새벽 세 시의 바람처럼 뜻밖의 청량감을 선사할 것이다. 연애와 휴식이 동시에 가능한 관계, 그 사랑스럽고 따뜻한 추파. 이런 사랑을 할 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여자답고 남자다우며 나다울 수 있다.



당신에게 알려주고 싶은 몇 가지 tip_

함께 깨어 있다는 것만으로 동질감을 느끼는 시간이 새벽 세시 아닐까. 대개 내일을 위해 두시 전엔 자니까 세시까지 깨어 있다면 잠들기에도 아침을 맞기에도 애매해서 위태로운 사랑에 빠지기 딱 좋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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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인생 충전기 안은영 저 | 해냄
베스트셀러 『여자생활백서』를 통해 40만 독자들에게 일과 사랑에 관한 멘토로 활동해온 안은영 작가가 신작 『여자 인생 충전기』를 내놓는다. 18년이라는 오랜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작가 스스로도 충전의 시간을 보내며 써내려간 이 책 속에는 "뭘 하기보다 어떤 존재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작가의 고민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독자들로 하여금 성장과 치유의 시간을 통해 '나 자신 찾기'를 해볼 것을 제안한다.

 





안은영 작가의 여자 이야기

[ 여자 생활 백서 ]
[ 사랑하기 전에 알아야 할… ]
[ 여자공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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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안은영

여성들의 사랑과 연애, 직장생활과 인간관계에 대한 상큼발랄한 조언서 『여자생활백서』로 40만 독자를 사로잡으며 2030 여성들의 멘토로 자리잡았다. 남자와 연애에 관한 지침서 『여자생활백서2』, 연애와 결혼의 갈림길에서 좌충우돌하는 이 시대 여성들에게 보내는 진심어린 충고와 따듯한 위로를 담은『여자공감』이 있으며, 소설로는 『이지연과 이지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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